강사: 셜록 홈즈 형님
거기 지금 혹시 의자에 앉아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나? 그렇다면 아마도 편안한 소파일 확률이 높겠지, 아, 한국인이라면 소파 위가 아닌 바닥에 앉아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을 거야, 아무렴. 그리고 지금이 주말이라면 근처에 과자 봉지가 몇 개 나뒹굴고 있을 테고, 어디 보자, 설거지는 쌓여있고, 움직일 생각은 없어 보이는 걸로 보아 오늘 저녁도 배달음식이겠군. 어디 한 번 메뉴도 맞춰볼까?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은 게을러도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일 거야. 그렇다면 저녁은 탄수화물은 줄이고 기름기와 지방,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먹겠군. 그럼 메뉴 범위가 이렇게 축소되지. 자, 이것 봐. 보쌈, 족발, 치킨 정도 선에서 먹지 않겠어? 죄책감을 덜기 위해 상추나 치킨무를 먹으며 스스로 위로하는 모습도 보이겠고 말이지. 어때, 나의 추리가 대부분 들어맞지 않아?
이쯤에서 내 인사를 하지. 난 셜록 홈즈라고 하네, 1854년 나의 작가이자 아버지인 코난 도일에 의해 창조되었지. 알다시피, 나의 절친으로는 왓슨이 있는데 그 친구는 의사로서 내 수사에 많은 도움을 줬어. 그리고 난 1957년에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있다네. 어차피 난 가상의 인물이라 의미 없는 소개 일지 몰라도 이건 좀 재미있을 걸세. 2008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의 58%가 날 ‘실존 인물’로 알고 있다는 거야. 어때? 이만하면 실제로 태어났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추리한 위 내용을 다시 한번 함께 볼까?
사실, 난 여러분을 몰라. 몇 명이 얼마나 이 글을 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여러분의 일상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겠나? 안 그래? 그래서 내가 다시 추리를 한다면 사실 이게 제일 정답에 근접할 거야. ‘각자 알아서, 적당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 글을 보고 있겠지.’ 이 글을 100명이 본다고 가정할 때 사실, 내가 100명의 상황을 어떻게 추리하고 맞추겠어? 그러니 이런 가정은 쓸데없다는 거지. 추리할 가치도 없단 말이야. 그래서 오히려 방금 내가 말한 것처럼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가 더 좋은 접근이라는 거야. 즉, 쓸데없는 가정과 상황 설정이 많은 가정은 대부분 쓸모없고 틀리다는 거지.
그리고 그건 전문용어로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고 하지. 즉,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한 설명중 가장 단순한 것이 사실일 확률이 높다는 거야. 중세 신학자, 철학자들은 실재하는 것, 신의 존재 등에 대한 복잡하고 광범위한 논쟁을 벌였는데 계속해서 토론이 의미 없고, 광활한 가정으로 옮아가며 끝날 기미가 안보였지 그래서 당시 신학자겸 철학자인 오컴이 1324년 어느 날, 무의미한 진술들을 토론에서 배제시켜야겠다고 결심하면서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용어가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됐어.
잘 봐, 이제 내가 이걸 여러분의 상황에 정확히 대입해볼 테니 놀라지 말게.
지금 누군가와 교제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크고 작은 오해와 다툼이 있을 수 있겠지. 모바일 메신저를 예로 들지, 당신은 보통 그 사람과 하루에 수 번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거야. 그런데 보통 메시지를 보내면 수 분에서 10여분 내로는 답을 하던 그 사람이 3시간이 넘도록 답이 없는 거야.
그럼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겠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 아마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을 거야. 혹시, 휴대폰을 잃어버렸나?, 혹시, 점심을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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