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귀신들의 왕, 귀마왕 2

by Rooney Kim


해치와 불가살이는 멀뚱 거리며 할멈의 눈치를 보던 중에 할멈의 주문과 동시에 쏜살같이 달려갔다.


'크아앙-'


해치는 마치 날랜 범마냥 마인들의 머리와 어깨를 디딤돌 삼아 날듯이 뛰어다니며 마인들의 목을 물어뜯었다.


"끄아아아아-"


여기저기서 검붉은 피가 튀기고 쏟아졌다. 불을 먹는 해치는 거의 모든 악령, 괴물들의 기운의 원료인 열기를 먹어치웠기에 사실상 천하무적에 가까웠다.


"꾸아아아앙-"


불가살이는 황소만 한 덩치로 몸을 부풀리더니 마인들을 향해 돌진했다. 여전히 마인의 덩치가 더 컸지만 불가살이가 뿔과 머리로 들이받자 한 번에 마인 두세 명이 나가떨어졌다.


"누이, 캬. 쟤네들 장난 아닌데요? 여전히 잘하네."


"집중해! 이게 다가 아니야."


"일령, 활!"


선준은 전방과 후방을 번갈아 수십 발의 영력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마인들은 여귀나 역귀처럼 화살 한 방에 나가떨어지지는 않았다.


"폭(爆) 화살을 날려!"


할멈이 축기경을 읊다 말고 선준에게 소리쳤다.


"네? 그게.."


"여태 일령을 쓰면서 폭화살도 안 썼어?"


할멈이 축귀경을 잠시 멈추자 그 사이로 마인들이 더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진이 그 사이를 메우려 했지만 영력이 부족했다.


'크아아아아-'


정법과 귀로 모두 이젠 육탄전으로 맨주먹에 영력을 실어 주먹을 날리며 한 번에 마인들 서너 명을 상대하고 있었다.


"선준, 일령 안에는 세명의 기운이 있다고 했지?"


"자, 따라만 해. 그중 하나가 태례야. 태례는 폭발적인 화력 공격의 일인자였다."


"아.."


"으이구. 일령 능력의 일 할도 제대로 못썼구만."


마인 대여섯 명이 마치 성난 황소처럼 선준을 향해 달려왔다.


"뭐 해? 얼른 안 쏘고."


"그.. 주 주문이..?"


"그냥 원하는 공격 방법을 생각하고 단어를 조합해!"


선준은 처음 시도하는 공격이라 주문이 서툴렀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검붉은 덩치의 마인들이 이글거리는 눈을 부라리며 달려오는 중이었다.


"일령, 포.. 폭활!!!'


순간 허공에 이글거리는 영력 활 수십 발이 장전되더니 번개같이 날아갔다.


'휘휘휙- 슈우욱- 슈우우우욱-'


'파박. 팍팍팍.'


일령의 폭활은 눈앞의 마인들뿐만 아니라 그 뒤에 따라 들어오던 마인들 수십 마리에게도 날아가 꽂혔다.


“모두, 눈 감아!"


할멈의 한 마디에 선준과 행장이 그리고 은진까지 모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아앙- 쾅- 쾅-'


'퍼펑- 펑펑펑-'


일령의 활에 꽂힌 녀석들이 아랑곳 않고 달려오는 순간 모든 활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끄아아아아아아-'


일령의 폭활을 맞은 마인들이 있던 자리가 순식간에 텅 비어버렸다. 하지만 그 뒤로 다른 마인들이 꾸준히 밀려오고 있었기에 방심할 틈은 없었다.


"와.."


“그래, 일령은 그렇게 쓰는 거야."


할멈은 다시 축귀경을 욌다. 할멈 집 주변의 결계는 유지되었기에 마인급이 아니면 들어올 엄두도 못 내었다.


"헉. 헉. 누이, 근데 얘네들 한둘이 아닌데..? 도대체 언제까지 싸워야 해?"


정법도 이젠 지쳤는지 할멈에게 돌아보며 외쳤다.


하지만 할멈이라고 이를 알 리가 없었다. 여귀와 역귀들도 끊임없이 올라왔지만 문제는 또 마인을 능가하는 무언가가 올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은진아, 신방에 가서 남은 부적을 싸그리 가져와라."


"아, 네..!"


할멈은 곧 해치와 불가살이가 문득 떠올랐다.


'쟤네들도 이젠 위험할 수 있어. 가뜩이나 어제 위험했는데.'


"흰둥아, 불덩아!! 그만 돌아와!"


할멈의 부름에 해치가 먼저 돌아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해치는 입가에 검붉은 피 칠갑을 한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불덩이는?"


불가살이는 특유의 체력으로 마인들의 날카로운 손톱과 통나무만 한 팔뚝의 힘을 잘도 버티며 입가의 뿔로 여기저기 들이받고 있었다.


"야! 불덩아, 이리 와!"


그때 갑자기 마인 대여섯 명이 불가살이에게 달려들더니 네발에 하나씩 붙어 불가살이를 번쩍하고 들어 올렸다.


"끼에에에엥-"


순식간에 들어 올려진 불가살이가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쳤지만 마인들이 서너 명 더 붙자 맘대로 되지 않았다.


"위험해! 정법아, 귀로야. 불덩이를 구해!"


할멈 옆에 있던 해치도 어느새 달려가서 마인들의 목과 팔다리를 물어뜯으며 불가살이를 도왔다.


'퍽, 퍼퍼퍽- 퍽퍽-'


"누이.. 헉헉, 이젠 힘드오.."


정법의 체력이 달렸다. 삼십 년 전이었다면 이 정도면 혼자 휩쓸고 다녔을 테지만 이제 그도 나이가 들었다.


"일령, 폭활!"


숨을 헐떡이던 선준이 다시 한번 폭활을 장전해 불가살이를 둘러싼 마인 떼에게 날렸다.


"야..! 그러다 불가살이까지.."


'콰아앙-!'


이윽고 수십 발의 폭활이 폭발하며 또 한 번의 큰 폭발이 일었다.


어느새 불가살이에게 엉겨 붙어있던 마인들은 전부 온몸이 터져버려 뜯어져 나간 머리와 손, 발, 다리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에-"


강력하고 거대한 마인들이 찢겨나갈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지만 불가살이는 마치 별 것 아니라는 듯 연기 사이로 뛰쳐나왔다.


“역시..! 불가살이는 죽지 않네..”


"그래그래. 무서웠지? 고생했다."


할멈은 마치 강아지를 달래듯 불가살이를 껴안고 등을 두들겨 주었다.


"갸르루루룽-"


"이놈들 도저히 안 되겠다. 열어야겠어."


그러자 할멈의 옆에 있던 정법이 물었다.


"누이.. 설마?"


"응. 황천경(黃泉經)이다."


"아, 누이 그러면 여기 있는 영령들이 다 빨려 들어가잖아?!"


할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리쳤다.


"흰둥아, 불덩아! 얼른 부엌에 들어가 있어!"


할멈에 한 마디에 해치와 불가살이는 부엌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행장이 너는 신방에 가 있거라. 왕도깨비에게도 해가 갈지 모르니."


할멈의 한 마디에 행장이가 선준을 바라보자 선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할멈은 몰려드는 마인 떼를 향해 수십 장의 부적을 공중으로 날렸다.


'휘리릭-'


"黃泉 曰, 德帝乾坤 無言神 이요,"

(황천 왈 덕제건곤 무언신이요)

황천이 말하기를 하늘과 땅의 덕이 따르는 황제가 신은 말이 없다 했으며


桃花天地 無惡神 이요,

(도화천지 무악신이요)

복숭아꽃이 있는(=극락세계) 천지에는 악한신이 없음이요


生이 無德이면 死理有罪하고

(생이 무덕이면 사이유죄하고)

삶에 덕이 없으면 죽어 죄를 받고


死이 無德이면 生理有別하니

(사이 무덕이면 생이유별하니)

죽음에 덕이 없으면 삶이 유별나니


生死有德이라야 自己樂天하니라.."

(생사유덕이라야 자기락천하니라)

삶과 죽음에 덕이 있어야 스스로 극락에 이르니라.


(중략)


할멈이 던진 부적들은 집 사방을 둘러싸며 허공에 떴고 곧이어 할멈이 황천경을 외자 한가운데 까만 구멍이 생기더니 주변의 영들을 모두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괴수들도 모조리 빨아먹을 거다."


곧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끄아아아아-"


"끼아아아아-"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며 산정상에 올라온 마인들과 여귀와 역귀들이 빨려 들어갔다.


"저승 직행이다. 가서 영원히 반성해."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상황이 급변하자 봉우리의 정상으로 올라오던 녀석들이 주춤하며 마인들이 더 이상 다가오지 못했다.


"허, 누이 아직 쓸만하네."


정법이 할멈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할멈은 초집중한 상태가 되어 끊임없이 황천경을 외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하며 경을 외자 할멈도 힘이 들었는지 추운 날씨에도 온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누이, 이제 그만해. 녀석들도 이제 안 올라오.."


'쉬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정법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갑자기 산봉우리 위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날아올라왔다.


"끄아압!"


그러자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큰 기합 소리와 함께 거대한 귀도가 할멈의 황천경 구멍을 한방에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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