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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82화 귀신들의 왕, 귀마왕 1
by
Rooney Kim
Nov 24. 2023
'아.. 씨, 이거 당장 윤대감한테 알려야 하는 거 아닐까?'
길달은 빈 호랑이 굴에 숨어 들어가 있었다.
'도깨비 체면이 말이 아니구만. 하지만 윤대감도 그렇고 이무량도 그렇고 일단 내가 살고 봐야지. 이렇게 쉽게 끝나려고 감은장아기님이 날 도로 이승으로 보낸 건 아닐 테니까.'
길달은 날이 밝기 전에 윤대감을 찾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다시 호랑이 굴을 나오려 했다.
'잠깐.. 이거 어쩌면 내가 이 상황들을 이용할 수 도 있겠는데..?'
길달은 굴을 나가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소문으로 돌던 이무량을 직접 확인했고 지금 윤대감 정도의 거대 세력에 맞설 수 있는 귀신이나 도깨비는.. 왕도깨비? 아니야 왕도깨비도 혼자선 힘들 거야. 사천왕들? 그것도 아니지.. 신들은 인간세계의 귀신들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진 않으니..'
'이무량이든 윤대감이든 누군진 중요하진 않아. 어차피 윤대감을 견제할 세력은 필요하니까. 윤대감.. 언젠가는 그 새끼를 처리하긴 해야 하고.. 근데 난 못하잖아..? 그렇다면.. 그래, 일단은 모른 척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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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오? 이무량이라고요?"
이튿날 아침, 선준을 비롯한 모든 이들은 아침을 먹던 중 할멈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응. 난 확신해."
하지만 이무량에 대해 구전으로만 들었을 뿐 실제 그 공포를 겪어보지 않은 세대인 서준을 비롯한 은진이나 행장이는 이무량이 돌아왔다는 것의 의미를 완전히 체감하지는 못했다.
"선준, 자네가 가지고 있는 일령 말이야."
"일령에 봉인된 있는 세명의 혼과 기운 말이죠?"
“그래. 호령, 자겸, 태례. 우리랑 같이 이무량을 꼼짝 못 하게 묶어뒀던 세 사람이야. 하지만 이무량은 세도 너무 셌지, 결국 녀석들이 그렇게 갔고."
할멈의 얼굴은 회상의 슬픔과 격앙된 감정이 오가며 전에 본 적이 없는 얼굴이 되었다.
"극한의 공포와 무력감이었다.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아.. 정법아 너도 말 좀 해봐라. 나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잖아?"
"흐음.."
사실 정법도 그 사내 안에 깃든 기운을 느꼈다. 확신은 못했지만 이무량과 흡사했다.
단, 정법은 그가 이무량이 아니길 바랐다. 저승의 신들이 자신을 통해 이무량을 새타니에게 심어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야! 너 진짜 자꾸 이럴래?"
"아.. 아, 누이. 그렇긴 한데 아직 확실하진 않잖소. 지금 윤대감 인가 하는 작자를 처리하는 것도 골치 아픈데.."
하지만 할멈은 아직 윤대감은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윤대감인지 뭐인지, 갸는 여기 있는 사람들 영력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것 같고.. 에혀, 젊은 날에 이무량을 잡느라 고생했는데 늙으니 또 나타났네. 어쩐다냐.."
정법은 할멈이 진심으로 걱정하는 얼굴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다. 하지만 당장 솔직하게 말했다간 할멈에게 크게 혼나고 의만 상할 뿐이었다.
"누이, 저게 이무량이 맞다고 쳐. 그런데 그동안 엄청 조용했잖아? 그렇다면 그냥 저렇게 조용히.."
"야! 이 녀석아.. 너 바보냐? 저게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선 전체가 위험해지잖냐. 그게 언제인지 모른다는 게 얼마나 큰데. 씨부렁."
'쩝. 누이 진짜 열받았네.. 일단은 가만히 있자..'
'우당탕 쿵쾅. 퉁탕 퉁탕.'
모두가 안방에 모여 얘기하는 중에 또 바깥에서 난리가 났다. 해치와 불가살이가 올라온 모양이었다.
"저 녀석들이 또. 조심히 올라오라니까. 난리를 치네.”
할멈은 구시렁거리며 나갔다.
"아구랴구랴 클바 클바"
"끼에르르르. 끼에루루루."
그런데 해치와 불가살이의 행동이 삼상치 않았다. 평상시와 다른 행동에 소리도 달랐다.
"응? 이상한 애들이 몰려온다고..? 그게 무슨 소리.."
'구우우우우우우우우웅. 구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곧 수상한 소리가 마치 산봉우리를 감싸듯 올라왔다. 스산하게 불어닥치는 돌풍이 산 전체를 감쌌고 그 소리는 골짜기 아래에서부터 빠르게 올라오는 듯했다.
즉, 이는 악령 한 둘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필시 수십 아니 수백의 떼거리가 몰려오는 소리였다.
'결계는.. 또 깨졌어..? 이런.. 시부렁.’
할멈은 직감했다. 해치와 불가살이가 놀라서 뛰어올 정도면 일단 자신이 확인해야 할 정도의 상대가 왔다는 것을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덜컥-'
"뭐.. 뭐요. 누이, 이거 지진이라도 나는 건가? 산사태? 아니 이 소리는 뭐야?"
지축이라도 흔들리는 듯 산이 울리고 땅이 진동하자 정법이 문을 박차고 나왔다. 뒤따라 선준과 행장이 그리고 은진까지 뒤를 이었다.
"대비해!"
"응? 누이, 뭘..?"
"뭔가가 왔어!"
할멈은 곧장 툇마루로 달려가더니 아래에 숨겨둔 부적 더미를 꺼내 들었다. 언제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몰라 집 곳곳에 축귀를 위한 부적을 넣어뒀다.
할멈이 경을 읇조리자 부적 수십 장이 공중에 붕하고 떴다.
"축귀경과 축염미주로 만든 부적들이다. 일단은 사방을 막아줄 게야."
'휘리릭-'
부적들은 곧장 할멈의 집 주변으로 날아갔다.
"정법아, 난 풍운축사(나쁜 귀신을 쫓는 경)를 읊을 테니 넌 영력으로 대비해!"
"응, 누이!"
둘은 오십여 년 전 같이 합을 맞추던 태가 제법 낫다. 할멈이 이 정도로 긴장했다는 건 그게 무엇이든 강력한 녀석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은진아! 너도 거기 멀뚱히 서 있지 말고 얼른 나랑 축귀경이라도 외자. 아, 너도 부적 날릴 줄 알아?"
"아.. 아뇨. 전 그저 경만 좀 욉니다..!"
"축귀경 알지?"
"그럼요."
"부적 날리는 건 이따 알려주마. 생각보다 쉬워."
"워매.. 아재 아재.. 이게 다 무슨 소란이 당가요?"
밥을 먹다 나온 행장이는 어안이 벙벙했다.
선준은 일령을 꺼내 쥐고는 행장이를 뒤로 숨겼다.
"악귀가 떼로 몰려오는 것 같다. 자야, 위험하니 내 뒤에 딱 붙어 있거라."
"응, 아재."
'구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드드드다다다-'
이윽고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가 점점 가까이 올라왔다. 엄청난 것들이 도대체 얼마나 올라오는지 산이 흔들릴 정도로 땅이 울렸다.
"아따, 이것들 이러다가 산봉우리 무너지겠네."
"귀로, 선준, 자네들도 준비하게 보통 놈들은 아닐 게야."
"네."
'두다다다다다다다다- 두다다다다다다-'
마치 메뚜기떼 같았다. 수백 정도로 생각했던 귀신 떼는 족히 천은 넘을 것 같았다.
선준이 일령을 꺼내 들자 푸른 기운이 아닌 붉은 불기운이 올라왔다. 일령도 이미 수많은 악귀들을 감지한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악!'
'쿠와아아아아아악!'
곳곳에서 여귀와 역귀 떼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초반에 올라온 악귀들은 모두 할멈이 만들어둔 부적에 걸려들었다.
'휙- 휘이익-'
'쑤우욱-'
'쑤우우우욱-'
부적은 마치 여귀와 역귀들을 흡입이라도 하듯이 빨아들였다.
‘슈와악- 슈아아아악-‘
'끼아아아아. 끄아아아아.'
"아재.. 귀, 귀신들 숫자가 마치 우리가 영계에서 본 것만큼 많은디요.."
"응. 꼭 붙잡아라. 저것들에게 붙들려가면 안 된다."
"옳지. 일단 자잘한 령들은 부적으로 걸렀다."
"누이, 그런데 부적 하나당 백은 못 넣잖아?"
"그렇지."
"그럼.."
"야, 잔말 말고 당장 축사포(주먹에 기공을 모아 영력을 날리는 공격)라도 날려! 쏟아부어도 모자라겠다."
"당연하지."
정법이 양손에 주먹을 쥐자 구 형태로 된 기력이 눈에 띌 정도로 일렁거렸다.
"자, 누가 먼저 먹어볼래?"
할멈과 은진은 계속해서 축귀경을 욌다. 악령으로 가득 찬 부적이 하나둘 나가떨어져 결계가 뚫려도
축귀경 덕분에 여귀나 역귀 따위는 감히 할멈의 집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아직은 괜찮은데.. 뒤에 더 엄청난 기운들이 느껴져. 귀로 자네도 영력을 좀 날릴 줄 알지?"
"그럼요. 저랑 정법 형님이 앞뒤를 맡겠습니다."
'크와아아아아악-!'
그때였다. 축귀경과 부적의 결계가 무너지면서 여귀와 역귀 떼를 헤치고 엄청난 덩치의 마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인들이 저렇게 떼거지로? 뭐야, 그렇다면..?"
"귀마왕..?"
"누이도 그리 생각했죠?"
"야, 얼른 계속 날려!"
정법과 귀로는 계속해서 주먹으로 축사포를 만들어 날리기 시작했다.
'붕붕- 부우웅-'
'퍽- 퍼퍽-'
'끄아아.'
다행히 정법과 귀로의 축사포가 먹혔다. 앞서서 달려오던 마인 서너 명이 축사포에 맞고는 고통의 신음과 함께 나뒹굴며 쓰러졌다.
하지만 문제는 숫자였다. 여귀와 역귀 떼가 처리되니 마인들이 미친 들이 끝없이 올라온 것이다.
"흰둥아, 불덩아! 저것들 먹어치워. 먹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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