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정법의 한 방

by Rooney Kim


"으으윽.."


'퍽. 퍽. 퍽.'


귀마왕은 감정이 하나도 없는 얼굴로 귀로의 얼굴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아빠!!!"


자령은 귀로가 들려진 순간 단검을 들고 귀마왕에게 달려갔다.


'휙-'


자령은 귀로를 향해 뛰어올랐지만 마인 하나가 뛰어와서는 자령을 낚아챘다.


"으헉.."


"에잇-!"


'푸욱-'


자령은 단검으로 마인의 배와 목을 쑤셨다. 마인은 움찔했지만 검은 피만 쏟을 뿐 끄덕도 하지 않았다.


"던져버려."


귀마왕의 한마디에 자령은 장독대가 있는 집구석까지 날아가 박혔다.


'쿠당탕-'


“아아악..”


‘아직 각성이 안 된 상태라 부동귀는커녕 영력도 실리지 않았으니.. 이젠 자령이에게도 알려줘야겠다.’


귀로는 귀마왕에게 들린 채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 은진과 행장이가 자령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선준은 불기운이 타오르는 일령을 고쳐 쥐고는 달려 나갔다.


"네 이놈들, 모조리 죽여주겠다."


'휙- 휙-'


귀마왕에게 달려가던 선준에게 마인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현란한 선준의 칼솜씨에 녀석들은 팔과 다리가 잘려나가며 쓰러졌다.


'짜식. 보기보단 좀 하는데?'


할멈은 이 상황을 지켜보며 이에 대처할 다른 방도를 고민 중이었다.


하지만 황천경까지 박살 난 마당에 어떤 주문이 먹힐지 감이 안 왔다.


'너무 오래 쉬었네. 덕분에 다시 깨닫긴 했지만.'


귀로는 귀마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 어떤 영력도 먹히지 않았다.


'이.. 이 자식이 원래 이렇게까지 강했나..?'


그때였다.


'휘이익-'


빠르고 강력한 일령의 불날 이 귀마왕의 팔뚝을 베었다.


'툭'


"으앗..!"


일령의 불발에 귀마왕이 왼팔뚝이 통째로 절단됐다.


‘풀.. 풀려났다.'


귀로는 곧바로 돌아왔다. 일령의 공격이 먹히자 선준은 용기를 얻었다. 이참에 귀마왕을 산산조각 낼 심산이었다.


'보아하니 윤대감이 부리는 악령이다. 끝장을 내 주마..!'


할멈과 일행들은 선준의 활약에 희망을 보았다. 각성한 선준이 귀마왕을 끝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야아-!"


'휘익-'


선준이 귀마왕의 오른팔마저 잘라버리려고 허공으로 껑충 뛰어오른 후 일령으로 내리친 순간이었다.


'턱-'


'파사삭-'


'엇..!?'


귀마왕은 일령의 불날을 맨손으로 잡아버리더니 녀석의 손아귀 힘만으로 일령을 분질러버린 것이었다.


'쑤우우우욱-'


그리고 곧장 잘렸던 왼팔뚝이 마치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튀어나왔다.


"겨우 이 정도 공력으로 날 이길 거라 생각했냐?"


선준이 당황한 얼굴로 다시 일령의 주문을 욀 찰나였다.


"일령, 과.."


'빠아악-'


"아아악-"


‘콰아앙’


선준은 귀마왕이 날린 주먹 한 방에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행랑채의 담벼락까지 날아가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털썩-'


'아.. 아재..?!'


"아재..!!!"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 이를 지켜보던 행장이가 선준을 향해 달려갔다.


귀마왕은 행장이를 유심히 보더니 선준을 흔들어 깨우고 있는 행장이에게 다가갔다.


"요상한 꼬마 녀석이네. 그 안에 뭐가 있냐?"


행장이는 정신을 못 차리는 선준을 보며 울먹거리며 돌아보았다.


"으으.. 으, 우리 아재를 못살게 굴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다!!"


행장이는 영계에서 귀신들에 대항하던 때를 떠올렸다.


'나한테도.. 뭔가 있을 것이야. 왕도깨비도 그랬응께.'


행장이는 귀마왕을 향해 호기롭게 달려갔다. 하지만 귀마왕이 슬쩍 손으로 밀어버리자 다시 선준이 있는 쪽으로 넘어지며 떼구르르 구르고 말았다.


"자, 자야.. 안 된다.. 위험해.."


바닥에 쓰러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선준이 행장이를 불렀다. 선준은 극심한 고통에 몸을 일으킬 수 조차 없었다.


"아재, 아재, 정신이 드는교?"


할멈의 집 앞마당은 아수라장이었다. 할멈과 은진이 다시 축귀경을 외는 덕에 잡귀들은 얼씬도 못했지만 여기저기서 마인들이 다시 어슬렁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야.. 그냥 방으로.."


"안된다요. 그라믄 여긴 누가 지킨다요..?"


"선준! 일령을 행장이에게 줘!"


할멈이 축귀경을 외다 말고 소리쳤다.


"히야~ 감동적이네. 나 하나 잡겠다고 다들 노력이 가상해. 낄낄낄."


행장이는 쓰러진 선준이 내민 일령을 받아 들었다.


"이.. 이걸로 어, 어떻게?"


"평소에 내가 하던 거 생각해 봐.."


행장이는 일령을 꼭 쥐었다. 작은 손은 떨리고 있었지만 행장이의 마음은 오직 귀마왕을 처단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 사이에 정법과 귀로가 다시 영력을 모으며 귀마왕에게 달려갔고 행장이는 두 손으로 일령을 꼭 쥐고 귀마왕을 보며 외쳤다.


"이, 일령, 대광..!"


'대광..? 훗.. 녀석..'


그러자 순식간에 작열하는 빛이 일령 안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삽시간에 주변을 대낮보다 더 밝게 밝히며 달려오던 마인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끼아아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아아악-"


귀마왕도 깜짝 놀랐는지 양팔로 얼굴을 가리며 방어했다.


일령을 처음 써본 행장이였지만 대광, 말 그대로 단순 광 공격보다 훨씬 밝은 빛이 더 넓게 퍼져나갔다.


"헉헉. 이, 이게.. 됐네?"


순식간에 할멈 집 주변으로 올라오던 자잘한 잡령과 마인들은 모두 분해되어 사라지고 오직 이를 버틴 귀마왕만이 다시 자세를 고쳐 잡으며 행장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허, 허허.. 아하하하하!"


귀마왕은 행장이 날린 일령의 대광 공격이 허탈하면서도 재밌는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마 제일 쓸만한 공격이었네. 그래, 놀랬다. 놀랬어. 낄낄낄."


귀마왕의 웃음에 할멈과 일행은 모두 소름이 돋았다.


'저 새끼, 옛날엔 나 혼자 처리 가능했는데. 왤케 세졌냐.'


정법은 자세를 고쳐 다시 공격할 준비를 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해치, 아 그리고 불가살이까지 저 둘 만 내놔. 그럼 조용히 사라질 테니.'


일령의 공격이 성공해 자신감을 얻은 행장이는 다시 일령을 들고 주문을 욌다.


"일령, 화.."


'팡-'


순간 귀마왕이 왼손을 펼치더니 순식간에 영력을 모아 행장이에게 날렸다.


'퍼억-'


"으아악-"


'쿠당탕탕탕'


행장이는 귀마왕의 마왕풍을 정면으로 맞고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히고는 선준 옆에 쓰러지고 말았다.


"쯧, 한 번 받아줬더니, 귀찮게."


"자야.. 괜찮으냐..?"


하지만 행장이는 잠깐 의식을 잃어 대답이 없었다.


‘저.. 귀마왕 놈 내가 반드시 복수를..'


하지만 선준은 아직도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다. 쓰러진 행장이의 손에서 다시 일령을 가져와 손에 쥐었다.


'휙-'


'탁, 치이익-'


'휙, 탁, 치이익-'


어디선가 부적 화살이 날아와 귀마왕이 팔과 가슴에 꽂혔다. 부적을 녹인 주물로 만든 화살이었지만 이 정도는 귀마왕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바닥에 쓰러져서도 활을 날리는 자령의 모습은 절망한 모두에게 다시금 반격의 의지를 심어주었다.


"은진아, 너도 다시 축귀경을 외라. 정법아! 너, 이 정도 아니잖아? 더 해봐..!"


할멈이 외치자 다들 다시 움찔거리며 일어나기 시작했다.


모두 무력감을 느꼈지만 자령의 의지가 모두의 가슴에 다시 불을 피웠다.


귀마왕은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둘러봤다.


'끌끌끌. 약하고 어리석은 것들. 할멈과 정법도 이젠 별거 아니네. 이무량을 잡은 사람들은 별거 있나 했더니. 혹시 이무량도 별거 아니었나. 캬하하하하. 이참에 싹 다 쓸어버리고 쟤들이나 데려가야겠다.'


귀마왕이 방심한 순간이었다. 정법이 자세를 고쳐 잡더니 허공에 대고 외쳤다.


"귀멸구(鬼滅球)!!!"


순간 정법의 오른 주먹에 짙은 푸른빛의 기운이 모이더니 점점 커져 집채만 한 원이 되었다.


"이거나 받아라!!!"


정법은 대축귀전에서 이무량에게 귀멸구를 써본 이후 사십여 년 만에 이 기술을 써보는 것이었다.


'휘이이이이이이익-'


푸른빛의 구체는 엄청난 기운을 머금을 채 귀마왕을 향해 날아갔고 방심한 귀마왕은 이를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콰콰쾅-'


"으허억-"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번개 같은 빛이 번쩍였다.


귀마왕은 이번 대전이 후 처음으로 뒤로 날아가 커다란 나무들 틈에 처박혔다.


"와! 먹혔다."


"잘했다. 정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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