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겸세, 이무량, 혼절기(魂切技)

by Rooney Kim


'겸세, 겸세, 저것 봐! 또 엄청난 소리가 났잖아. 어제 그 산꼭대기야. 가보자!'


'아 쫌. 오늘은 푹 쉬어야 내일부터 또 일 나간다고. 그리고 저게 무슨 일인지 알 게 뭐야.'


'아깐 엄청난 빛도 번쩍였잖아?! 분명 뭔 일이 났어.'


'새벽엔 산불 끄고, 뭐 이젠 싸움 말리러 가자고? 내가 나졸이야 뭐야?'


'수상해. 저기에 지금 잡귀랑 악귀들이 득시글거려.'


'야, 니가 조선, 아니 천하 최악의 악귀였으면서 소똥이 병아리똥 나무라네.'


'에이씨.. 안 가? 진짜 안 갈 거야?'


'나 좀 이따 일 나가야 해. 일은 해야 먹고 살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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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법은 순식간에 모든 기운을 쓴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헥헥헥.. 누이.. 이제 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 저 녀석.. 끝까지 처리해 줘."


"걱정 마라. 저놈도 나무에 처박혀서 나오질 못하고 있다. 이제 다 같이 공격하면.."


"콰앙-"


할멈이 정법에게 말하는 동안 저 멀리 쓰러져있던 귀마왕이 번개처럼 날아와서는 다시 그들 앞에 우뚝 섰다.


“어.. 어, 저, 저 놈이."


"캬하하하하. 사실 좀 놀랐다. 인간이 이 정도의 영력을 쓸 줄이야. 그래 이무량도 놀랬을 정도의 기력이야. 응? 크하하하하."


'꿀꺽.'


정법의 필살 기술인 귀멸구까지 버텨낸 귀마왕 앞에 다들 마른침만 삼킬 뿐 이제 더 이상의 대안이 없었다.


"너네들이 쟤들을 안 보내주니. 내가 꺼내 가야겠다."


귀마왕은 오른 손바닥을 들더니 부엌을 향해 다시 한번 마왕풍을 날렸다.


'쾅-'


'와장창-'


나무로 만든 부엌문은 순식간에 박살이 났고 문틈으로 바깥을 주시하던 해치와 불가살이는 충격파에 밀려 부엌 구석으로 날아갔다.


"꾸에엥."


“아구앙. 아구랴 구랴."


"안돼..!"


귀마왕이 부엌을 향해 걸어가자 할멈이 달려와서는 부엌 입구를 막아섰다.


"아하하하하. 참으로 감동적이구만 그런데 어쩌지? 난 이런 감동은 온몸이 간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


'푸우욱-'


'치이이이이이이이이-'


선준이었다. 일령으로 딛고 일어선 선준은 귀마왕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와 그의 등에 일령의 불기운 칼날을 찔러 넣었다.


'꾸우욱- 촤아아아악-'


선준은 온 힘을 다해 귀마왕의 등을 반으로 갈랐다.


'이.. 이 정도면..? 헉헉.'


선준은 일령을 빼내고 귀마왕의 뒤에 섰다. 갈라진 그의 등에선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귀마왕이 극심한 고통으로 쓰러질 거라 생각한 순간 귀마왕의 벌어진 상처가 저절로 붙더니 금세 회복되고 말았다.


'이런..!'


"일령, 화기!"


선준은 돌아서는 귀마왕을 다시 수차례 베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어떤 상처하나 내지 못했다.


“이 씨, 내가 계속 받아주니까 이 잡것들이."


귀마왕은 순식간에 선준의 멱살을 잡더니 들어 올려 자령이 쓰러져있던 장독대로 던져버렸다.


'와장창-'


"크헉.."


선준의 마지막 공격까지 통하지 않자 이젠 모두 전의를 상실했다. 할멈조차 너무나 강해진 귀마왕 앞에서 온몸으로 막아설 뿐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끝내자, 너네들 모두 윤대감에게 데려가면 더 좋아하겠다. 인간치고는 영력들이 강하니 죽으면 꽤 쓸만하겠어."


"흐아아아압.!"


귀마왕이 사자후를 뿜으며 기합을 넣자 순식간에 귀마왕의 머리 위로 검붉은 구체가 하나 만들어졌다.


"귀멸구? 크하하. 이건 마왕구(魔王球) 다..!!!"


귀마왕이 양팔을 쳐들자 마왕구는 더욱 커져 할멈의 집채만 해졌다.


'귀마왕.. 저 자식..'


정법은 쓰러진 채 헐떡이면서도 다시금 두 주먹에 구체를 모았다.


"받아랏!!!"


귀마왕이 구체를 할멈의 집으로 날렸다. 할멈을 비롯한 모두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슈와아아아악-'


'팟-'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 번개처럼 날래게 날아와서는 마왕구를 온몸으로 뚫고 지나가며 순식간에 소멸시켰다.


'파앗! 프스스스스-'


"뭐야? 웬 놈이야?!"


갑작스러운 어떤 이의 등장에 할멈과 일행은 어리둥절했고 당황한 귀마왕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소리 질렀다.


'휘휘휙-'


갑자기 날아든 그 자는 귀마왕 주변을 뱅글뱅글 돌며 마치 녀석을 조롱하는 듯했다.


"누구야, 어떤 미친놈이 감히, 나 마인들의 왕에게.."


'빠직.'


하지만 귀마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에게 주먹 한 방을 맞은 귀마왕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크흑. 이 새끼, 너도 이들이랑 한패냐?"


그러자 미친 듯 빠른 속도로 돌던 녀석이 마침내 땅으로 내려왔다.


'겸세, 거봐, 내 말 맞지? 여기 어젯밤부터 뭔가 수상했어. 근데 어째 귀신들이 이래 많이도.. 어?!'


'왜? 아는 놈이야?'


‘응. 이 자식, 귀마왕이라고 내 꼬봉 중 하나였지.'


'귀마왕..?!'


겸세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무슨 큰 전투라도 한바탕 난 것 마냥 집 주변은 다 부서지고 난장판에 사람들은 모두 다친 채 쓰러져있었다.


'어, 저 자는 어제 본 그..?!'


할멈은 겸세를 유심히 살폈다. 새벽에도 분명히 이무량의 기운을 가진 자라고 느꼈지만 이제 좀 더 확실해졌다.


'이무.. 량?!'


'젠장.. 이 순간에 나타난 건 고마운데, 누이도 이제 다 알게 생겼네.'


귀마왕은 아직도 머리가 아픈지 인상을 찌푸린 채 겸세쪽으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날 한대 칠 정도면 보통 인간은 아닌데.. 아우, 넌 어디 축귀사냐? 얘들이랑 아는 사이야?"


'아니, 귀마왕 저것이..! 디질라고.'


'야야, 이무량, 니가 내안에 있는지 모르는가 보지.'


"니가 귀마왕이냐?"


"그래, 너도 죽여줄까? 히히히."


'아니, 저 미친 놈이?! 야, 그냥 발라버려.'


"여기 이 분들 새벽에 산불도 끄러올만큼 좋은 분들이니까 이쯤하고.."


'후욱-'


겸세가 채 말을 끝내기 전에 귀마왕이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휙-'


하지만 굳이 이무량의 능력이 아니더라도 원체 날래면서도 강한 기운을 타고 난 겸세는 고개를 까딱하며 귀마왕의 공격을 피했다.


"이게. 이 씨."


'휙- 휙휙-'


귀마왕은 몇 번이고 연타를 날렸지만 겸세는 그저 이를 쉽게 흘려보내며 피해버렸다.


'이무량, 아무래도 쟤 널 못 알아보는 것 같은데?'


겸세는 귀마왕의 공격을 모두 피하면서 이무량과 대화까지 하는 여유를 보였다.


'퍼억'


그때 방심한 나머지 겸세의 복부에 귀마왕의 주먹이 제대로 꽂혔다.


'됐다. 낄낄낄.'


하지만 겸세는 허리를 숙인 척하며 귀마왕을 끝장내기 위해 왼팔로 허리춤에 있던 귀마도를 꺼내 휘둘렀다.


'휘이익-'


'파앗-'


'쩌어어어억-'


'쿠우웅-'


상황은 눈 깜빡할 사이에 종결되었다. 할멈과 일행의 눈앞에는 겸세가 정면을 바라본 채 서 있었고 귀마왕은 온몸이 절반으로 잘린 채 양쪽으로 쓰러져 서서히 연기가 되며 사라지는 중이었다.


'잡것이 어디 감히.'


'이무량, 너 아직 살아있네?'


'야, 내가 한 때 조선 최고의..'


'최악의 악귀였지. 새꺄.'


할멈과 일행은 눈으로 보고도 믿지기 않는 눈앞의 상황에 얼어붙은 듯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저.. 저건, 혼절기(魂切技)다. 이무량의 주요 기술 중 하나잖아.'


귀신의 영을 잘라버리는 혼절기에 마인과 귀신들의 대장인 귀마왕이 쓰러지자 주변에 어슬렁거리던 귀신들은 앞을 다퉈 달아나기 바빴다.


"저.. 정법아, 저 사람, 저 사람이 귀마왕을 해친 솜씨가.."


정법도 겨우 몸을 일으키며 겸세를 바라보았다.


"그.. 그러게요. 저런 압도적인 힘은.."


"아아, 갑자기 끼어들어서 죄송합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위험해 보여서요."


겸세가 할멈에게 말하며 다가가려는 순간, 이무량이 또 말을 걸었다.


'으앗! 잠깐.. 저 할멈이랑 저기 땡중 놈..! 야야야, 잘못 왔다. 다시 돌아가자!'


'그래 새벽에 그분들 맞잖아. 니가 도와주러 오자며..?'


'야..! 난 이 사람들이 여기 있을진 몰랐지.. 암튼 안돼, 어후, 위험한 사람들이야.'


‘야, 이무량, 근데 이제 귀마왕 하나도 여럿이 당해내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아직도 무섭냐?'


사실 그도 맞는 말이었다. 이무량이 과거의 기억 때문에 반사적으로 할멈과 정법에게서 공포를 느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 둘은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겨우 귀마왕 하나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을 압도적으로 괴롭힌 호령, 자겸, 태례는 세상에 없고 이무량의 불기운을 먹어 삼킨 해치 또한 보이지 않으니 딱히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고, 고맙소. 우리 모두가 죽을 뻔했는데 이렇게 도와주시니."


할멈은 겸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을 걸었다.


"아닙니다. 산꼭대기에 악한 기운이 넘치길래 한 번 와 봤습니다."


"네.. 그런데 무공이 엄청나신데..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인가요?"


할멈은 그 안에 이무량이 있다는 걸 확신했지만 겉모습은 처음 보는 사내였기에 쉽게 판단할 순 없었다.


"보시다시피, 저는 백정입니다. 막일이나 험한 일을 주로 하지요. 요새는 산성 쌓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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