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산비초 기습 작전 1

by Rooney Kim


"어이쿠! 정법 형님 아니오? 살아 있었소? 크하하."


선준과 다른 일행들은 한양의 한 양반이 정법을 유쾌하게 반기는 모습에 얼떨떨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어서들 들어오시게요. 방도 많고 먹을 건 더 많습니다. 으하하."


양반은 곧장 하인들을 부르더니 방에 불을 때고 으리으리한 밥상을 차리도록 했다.


"어이, 용상이 자네. 어찌 예전보다 더 부자가 되었냐? 허허."


"형님, 제가 형님 덕분에 다시 얻은 목숨을 더 가치 있게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뎁쇼. 으히히. 아 이리 보니 너무나 반갑소. 왜 이제야 오신 거요? 그리 오라 할 땐 안 오시더니..?"


"나 같은 불자는 이미 속세인이 아니니.. 아차차, 여기 할멈도 같이 오셨다."


"우와앗..!!! 제, 제가 인사가 늦었습니다. 누님께서도 오셨군요."


양반은 곧장 할멈 앞으로 달려가 큰절을 올렸다. 할멈 역시 당황스러웠지만 달리 내색은 하지 않았다.


"자자, 오늘 저녁은 아니, 앞으로 한양에 계시는 동안은 여기서 마음껏 먹고 자고 하시면 됩니다. 으하핫. 잔치다, 잔치. 얘들아, 내가 제일 존경하는 분들이 오셨다. 극진히 모셔라."


한양에서 손에 꼽는 부자가 된 용상은 과거, 대악귀전에서 할멈과 정법이 구해준 아이였다.


신분의 차별에 대한 불평함과 부에 대한 지독한 갈망으로 외국의 물건을 들여오는 보따리상으로 시작한 용상은 후에 양반 족보를 사들인 뒤 거부가 된 자수성가 양반이 되었다.


"그래 요새는 뭐 하냐?"


"요즘 개화다 뭐다, 시끄럽잖습니까 형님? 근데 전 문호 개방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청이든 왜나라든 믿기는 힘드니까 오히려 서구 쪽과 더 손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또 그쪽 물건이 잘 팔리거든요. 히히히."


"계속 장사하는구나."


"전, 더 큰 나라와 거래하는 게 꿈입니다."


선준과 귀로 역시 이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요새 한양에 별 일은 없느냐?"


"별 일이라면.. 뭐, 조정이 좀 시끄러운 거랑.. 아 요새 주막과 기방에서 미친 자들? 뭐, 귀신 들린 자들이 그리 많이 나온 답디다. 참나.. 제가 기방에는 청이랑 왜나라 술을 좀 거래하거든요."


'귀신 들린 자들이라니..? 아니, 어떻게?'


선준과 귀로는 동시에 용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껄껄껄. 이거 다들 관심들이 많으시군요. 뭐, 큰 일은 아닌데 뭐랄까.. 제정신이 아닌? 귀신 들린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제가 막 귀신을 보고 그런 사람은 아니라서. 히히.”


"용상아, 거기에 대해 더 아는 건 없냐?"


정법까지 자세를 고쳐 앉고 진지하게 물어보자 용상은 살짝 긴장감마저 들었다.


"어.. 음, 이건 그냥 뜬소문이긴 한데요."


"뭐냐? 얼른 말해보거라."


용상은 마른침을 한 번 꿀꺽하고 삼키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한 한 달쯤 전부터 뭔가 수상한 환을 한양에 대량으로 납품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환?"


"네, 그거랑 술을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네요. 극락이 따로 없답디다. 그래서 이름이 극락환이라나 어쨌다나."


"너도 먹어봤냐?"


"저요? 에이, 아뇨. 전 술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환이 퍼진 이후에 매일같이 소동에 난리에 귀신 들린 사람들도 나오고.. 사람이 몇이나 죽어나갔는데요."


"극락환 때문에??"


"근데 진짜 이유는 모르죠. 다들 그 환 때문이라고는 하는데, 주정뱅이들이 하는 소리를 또 믿자니 그것도 나름대로 좀 어설프고.. 뭐, 전 신경 안 씁니다. 히히."


그날 밤, 할멈 일행은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그런데 이거랑 윤대감이랑 관련이 있을까요? 윤대감은 그냥 악령인데."


"하지만 아편굴에 귀신이 많고 아편으로 인해 귀신이 잘 들리는 건 맞아요. 저희 아버지가 그랬거든요."


은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머니는 아직 거기에 있느냐?"


할멈의 질문에 은진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계시다면 꼭 구해내야겠지요..”


"어쨌거나 우리의 목표는 윤대감이라는 악령을 제거하는 것이다. 해치와 불가살이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젠 새로운 대악과의 싸움이 불가피해진 것 같네."


할멈의 말에 정법이 물었다.


"하, 근데 귀신 놈들이 그동안 너무 강력해졌어. 우리 모두 힘을 합쳤는데도 귀마왕 하나 못 잡았잖아. 안 그러우 누이?"


할멈 역시 이에 동의했지만 그럼에도 지난 귀마왕과의 싸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일령은 아직 그 능력의 일 할 밖에 사용하지 않았고, 행장이의 왕도깨비는 웬만한 악귀는 모두 때려잡을 거다. 그리고.."


"그리고..?"


"뭘 물어. 겸세, 최겸세가 있잖아. 그 안에 깃든 이무량이라면 그게 반쪽짜리라도 천하의 모든 귀신들을 싸그리 정리할 수 있어."


"그야 그렇죠.. 흠, 그런데 그놈이 정말 여기로 오겠소?"


"약속했잖냐.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새타니의 복수심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어. 분명히 올 테니 우리도 이번에 다시 나라를 바로잡자. 이젠 생의 마지막 기회다."


"허허. 그리고 세대도 교체되겠구만."


선준은 할멈의 말에 괜스레 뜨끔했다.


"선준 자네."


"네, 할멈."


"누누이 얘기했지만 이젠 좀 제대로 일령을 써봐. 일령 안의 셋은 이무량을 잡았던 최초의 인간들이자 우리 절친들이야. 인간들 중 최강이었지. 저 땡중 정법보다도 훨씬 더.”


“아이 참, 누이는 가만히 있는 나랑 왜 또 비교해서. 걔들은 어쨌거나 이무량의 저주 때문에 거기에 갇혔잖아요."


"야이! 넌 굳이 그 말을 해서 초를 치냐."


"아 누이, 그게 사실인걸 뭐.”


진지한 분위기에 둘이 투닥거리자 귀로가 분위기를 전환할 겸 말을 이어갔다.


"그럼 윤대감은 어떻게 찾죠? 한양으로 가래서 오긴 했지만.."


"윤대감 그놈이 자신의 세를 늘리려고 귀신들을 잡아들인다고 했죠?"


"그랬지."


귀로는 생각에 잠겼다. 선준 또한 골똘히 방안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럼 귀신이 많이 나오는 곳에 윤대감이 있을 확률이 높겠네요?"


"그렇..죠?"


그러자 할멈이 대뜸 용상에게 물었다.


"자네 혹시 극락환을 판매하는 자를 알고 있는가?"


'아, 아뇨. 직접적으로는 모르는데 애들 풀어서 찾아보면 금방 찾지요. 히히."


"그럼 찾아봐. 요즘 가장 귀신이 많이 나오는 곳을 파보면 단서가 나오겠지."


"네이! 당장 애들을 시켜서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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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감님, 포도부장이 뭔가 낌새를 알아챈 것 같습니다."


"무슨 낌새?"


포도대장은 평소처럼 박대감에게 상황을 보고 중이었다.


"김대감에게 시선을 돌리려 했는데 김대감은 이 일과 관계가 없다는 걸 알아냈다는 말입니다요."


"멍청한 놈."


포도대장은 박대감의 대답에 살짝 놀라 고개를 들어 박대감 눈치를 보았다.


분명히 평소와는 다른 언행에 포도대장은 이질감을 느꼈다.


"산비초의 존재도 알고 있고.. 극락환이 아편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포도대장은 이질감을 무시하며 다시 물었다.


"곧 나라에 큰 난이 날게다. 그걸 틈타 한양 전역에 환을 뿌리고 크게 한탕할 거야. 지금이 제일 좋은 기회다. 조정이 복잡하고 정신없을 땐 잡놈들은 물론이고 양반들 수십이 죽어나가도 아무렇지 않아. 안 그러냐? 낄낄낄."


포도대장은 박대감이 자신이 알던 박대감이 아니란 것을 아는 데까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나.."


"지들끼리 환이랑 술을 처먹고 미쳐 서로 죽이고 귀신이 들린 걸 어쩌겠느냐? 곧 산비초가 일대를 전부 훑고 나면 넌 뒤처리만 잘해주면 된다."


포도대장은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지금 박대감은 적어도 자신이 알던 박대감이 아니기에 우선 사태파악이 시급했다.


"그럼 전 무얼.."


"포도부장을 잡아라. 그리고 산비초를 호위해."


"네..?! 아무리 그래도.."


"그럼 대신 니가 죽을래?"


포도대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중인도 못 되는 산비초를 호위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지만 포도부장을 잡아들이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나가 봐. 내일 밤까지 모두 끝내라."


"네?!"


"나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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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의 이름은 산비초입니다. 다시 한양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치는 게 좋겠습니다."


천검이 포도부장과 근중에게 말했다.


"어디에 있는진 알고?"


"이미 애들을 붙여놨지."


"조심하시오. 매우 날래고 강한 자요."


"물론이죠."


"녀석은 이곳저곳에 거처가 있는데 오늘 밤은 한양 즉, 사대문 안에 머물 것으로 보인답니다."


"오늘은 무방비 상태일까?"


"응. 이미 거처도 확인했고 여긴 저번처럼 함정을 파거나 마인들을 부를 수도 없어. 민가에서 그랬다간 당장 포졸들에게 잡혀가 극형을 당할 테니."


"그럼 오늘 밤에 바로 하시죠."


정만은 결연한 표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즉각 사살합니까?"


"당연하죠."


"근중, 녀석은 괴인이야. 잡아가두고 할 인간이 아니야."


천검이 근중을 쳐다보며 말했다.


"알지. 그런데 내가 좀 알아볼 게 있어서 그래."


"우리가 한꺼번에 덤벼도 힘든 상대야. 저번에도 고생했잖아.”


“그땐 나도 방심했어. 하지만 이번엔 안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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