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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93화 산비초 기습 작전 2
by
Rooney Kim
Jan 12. 2024
산비초는 안방에 누워있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뭐지. 이 요상한 기분은..? 집 주변을 누가 서성이는 것 같은데..?'
'스륵. 스르륵.'
산비초는 힘과 체력만 괴인이 아니었다. 아주 예민한 육감은 물론 귀도 밝았다.
산비초는 안방의 뒷벽 쪽문에 달린 문을 살짝 열어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역시나. 수상한 녀석이 둘이나 붙었네. 낄낄.'
산비초는 쪽문을 닫고는 다시 안방에 벌러덩 누웠다. 설사 칼을 들고 덤벼도 저런 조무래기 둘은 눈을 감고도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끼이이.'
곧 안방 문이 열렸다.
산비초는 누가 봐도 곯아떨어져 잠든 모습이었다.
"이봐, 이 자가 맞지?"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아편은 어디에 있는 거야?"
"내가 창고를 뒤져보겠네."
곧 한 녀석이 창고로 갔다. 산비초는 아편이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였다.
'이 새끼들 뭐지?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 씨.'
'휙. 턱'
"어어..?!"
산비초는 누워있다 갑자기 벌떡하고 일어나 안방 문을 닫으려는 녀석의 팔을 잡아끌어당겼다.
'우두둑-'
산비초는 곧바로 양손으로 녀석의 머리를 쥐고는 목을 돌려 꺾어 찍소리도 못 내게 한 뒤 삽시간에 죽여버렸다.
'털썩.'
"여기야! 창고에 아편환이 있어."
창고로 갔던 사내가 조심스럽게 소리를 냈다. 산비초는 조용히 창고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여기, 용상 형님이 말했던.. 어, 너.. 너는?"
산비초의 등장에 녀석은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용상이가 누구냐?"
"아.. 아니, 저 저.. 저희는 그저.."
"이 새끼야. 디지기 싫으면 대답해. 용상이가 어떤 새끼냐고?"
"나.. 남대문 바로 뒤.. 뒤에 으리으리하게 큰 기와집에.."
"야이씨, 그래서 그게 누군데? 이 잣 같은 새끼야..!"
산비초는 열이 오를 대로 올랐다. 포도부장 외에 또 다른 이가 자신을 쫓는다는 사실에 열이 뻗쳤다.
"박, 박용상 양반입니다.. 저, 저는 그저 이 집을 살펴보고 오라고.."
"왜? 아편이 있는 거 확인해서 뭐 하게?"
"그.. 그건 저도 어쨌거나 아, 아편은 불법, 불법 아닙니.."
'퍼억-'
"크흑."
산비초는 녀석의 말을 듣다 말고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했다. 녀석의 코와 입에서는 곧 폭발하듯 피가 터져 나왔다.
"야이 새끼야. 넌 운이 좋다. 안방에 저 뒤진 새끼 데리고 용상이한테 가서 전해라. 곧 죽이러 간다고."
“으으.. 으아아..”
사내는 피칩갑이 된 얼굴로 다른 사내의 시신을 둘러업었다. 온몸이 공포와 긴장으로 얼어붙었지만 산비초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자리를 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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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집이냐."
"네, 형님."
근중의 물음에 물포가 대답했다. 천검 역시 진둘, 병팔 그리고 말봉과 함께 그 뒤로 붙었다.
정만은 가장 아끼는 후임이자 포졸장인 필경과 함께 그 뒤를 따랐다.
"포도부장님, 어지러운 정세 때문에 갑사는 물론, 포졸들까지 죄다 조정에 차출되어 있습니다. 저도 철윤이에게 다 맡기고 겨우 왔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다. 그런데 저 놈이 보통 놈이 아니야. 그래서 급습해야 한다. 이번에는 꼭 죽여버려야 해."
그때 근중의 앞으로 물포가 나섰다.
"형님,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혼자선 안된다."
그러자 장태도 거들었다.
"저도 같이 들어갈게요. 우리 둘이면 솔직히 저놈 하나 잡는 거 우습죠."
근중도 장태와 물포의 힘과 실력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산비초는 괴인 중의 괴인이라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웠다. 지난번에는 자신도 당했기 때문에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됐다.
"뭐, 형님이 뒤에 계신데 저희는 든든합니다."
“그럼, 그 뒤로 저희가 조준하고 있겠습니다."
병팔과 진둘이었다. 착호갑사인 둘은 각각 단촉활과 장촉활의 일인자들이었다. 말봉이는 반대쪽에서 단검을 들고 대비했다.
“산비초는 워낙 강하니 근접 전에도 대비해."
천검이 부하들에게 말했다.
"전에도 겪어봤겠지만 힘, 기술, 맷집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어 곰에 가깝고 병법, 전술 그리고 퇴각 능력 또한 뛰어나다. 거의 일인 군대에 가까워. 그러니 절대 틈을 줘서는 안 된다."
정만은 생각에 잠겼다. 지방에서 시작된 괴사건들과 귀신 들린 사람들의 폭발적인 증가 그리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희생된 수하들까지.
이제는 자신이 아닌 다른 자들이 희생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민가에서 마인 떼를 부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괴상한 술수를 쓰기 전에 숨통에 끊어놓거나 무력화해야 한다."
"물론이죠. 저도 함께 들어가겠습니다."
필경이 덧붙였다.
"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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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뭣이! 주팔이가 죽었어?!”
"죄.. 죄송합니다. 이,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필시 녀석은 괴물입니다. 하나 확실한 건.. 창고에 아편환이 있었습니다. 엄청 많았습니다. 한양에 있는 사람은 모두 먹이고도 남을 양이었습죠."
용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젊은 시절 동네 몇 개는 주름잡던 싸움꾼이었던 터라 피가 끓었다.
"다른 말은 안 하더냐?"
흥분한 용상의 어깨를 툭툭 친 후 정법이 물었다.
"그.. 그게.."
"빨리 말해. 지금 당장 복수하러 갈거니께. 이 괴물 놈이 디질라고 진짜."
용상은 화를 참지 못했다.
"주.. 주인님을 주.. 죽이러.."
"뭐?! 이 씨 진짜 빡 돌았구만. 야, 애들 준비시켜라. 당장 치러 가.."
그러자 정법이 용상의 어깨를 잡았다.
"보통 인간은 아닌 것 같아. 우리가 같이 가볼 테니 넌 여기서 중심을 잡고 있어. 아마도 우리가 한양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질 것 같네."
용상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렸지만 만약 그 괴인이 악귀라도 부리는 자라면 자신이 대항할 수는 없었다.
"우리가 다 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귀로, 선준, 은진이까지. 너네 셋이면 충분하지?"
할멈의 제안에 셋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귀들을 부를 수 도 있으니 은진이 너는 애초에 축귀경으로 집 주변에 결계를 쳐버리고 제아무리 강해도 귀로와 일령이 있으니 제압할 수 있겠지."
"할멈.. 그, 저는 선준입니다만."
"자네가 쓰는 일령이 자네야."
민망해하는 선준 옆으로 행장이가 들러붙었다.
"아재, 아재. 지는 요??"
"자야, 할멈이랑 여기서 안전하게 있거라 별 일은 없을 거다."
은진, 귀로, 선준은 곧 산비초의 집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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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정만은 산비초를 급습할 준비를 끝냈다. 아직은 이른 저녁이었지만 산기슭인 데다가 주변에는 민가 하나 없는 외딴곳이었다.
"포도부장님, 제가 먼저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잠깐.. 어, 어..?!"
그 사이 근중과
물포가 산비초의 집으로 뛰어들어갔다. 장태는 부엌과 창고를 살폈다.
'털컥-'
근중이 안방 문을 열자 방 안에는 과연 등을 돌린 사내 하나가 앉아있었다.
'이 자식이 누굴 놀리나.'
"이야압!"
'퍼억'
산비초에게 먼저 달려든 건
물포였다. 녀석은 발로 산비초의 등짝을 걷어찼다.
'터얼썩-'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산비초는 대비를 단단히 해두었다.
"형님, 지푸라기입니다요."
'파아악'
"크아앗."
순간 바깥에서 장태가 혈투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필경도 달려들었다.
산비초의 발차기에 넘어진 장태는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바닥에 엎드린 채 오른 다리를 크게 회전하듯 돌려차며 산비초를 넘어뜨렸다.
"크아앗."
하지만 산비초는 순식간에 뒤로 구르며 벌떡 솟아 일어났다.
"제법이네. 나를 넘어뜨린 인간은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야."
곧 필경이 검을 휘두르며 산비초에게 달려들었다.
'휙휙. 휘리릭.'
하지만 산비초는 마치 물 흐르듯이 이를 모두 피하고는 곧장 필경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파악. 쩌어억. 짜아앙-'
산비초는 맨손으로 필경의 검날을 쥐더니 오직 손아귀 힘 만으로 터트리듯 검을 깨부수었다.
"이딴 장난감으로 날 잡겠다고 이히히."
'빠악-'
"크아악."
얼어붙은 필경은 산비초의 왼 주먹을 맞고 그만 땅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다시 한번 장태가 산비초에게 달려들었다.
"이야압!"
그 뒤로 근중도 덤벼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침내 장태가 산비초를 껴안았다. 장태는 곧 크게 소리쳤다.
"거기 갑사 양반들, 쏴! 얼른 쏘라고!!"
진둘과 병팔은 진작에 활시위를 당겨놓고 완벽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의 산비초가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진둘이 활시위를 놓을 참이었다. 산비초는 이때만을 기다렸다.
'휙-'
'퍼어억-'
장태에게 일부러 붙잡혀있던 산비초는 화살이 날아오자마자 장태가 맞도록 몸을 틀었다.
'파악-'
"끄아아아악-"
"장태야!"
장촉 화살이 장태의 어깨를 관통했고 장태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곧바로 근중과
물포가 달려갔다
'휙- 휙-'
열받은 병팔이 단촉 화살을 연발로 날렸다.
'파, 팍-'
산비초는 여유롭게 한 발을 피하더니 나머지 한 발은 손으로 잡아버렸다.
'뭐.. 뭐야. 저 괴물은..'
물포는 얼른 장태를 둘러업고 집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근중이 산비초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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