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대장님!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압송되자마자 옥에 갇힌 정만이 포도대장을 향해 소리쳤다.
"아, 내가 말했잖아.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너 때문에 지금 상부에서 난리가 났다."
"네..?"
정만은 포도대장의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무슨 난리가 난 것이며 또 자신의 행동이 상부와는 무슨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아.. 정만아. 그래서 내가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포도대장님, 저희는 불의와 싸우고 잘못의 시비를 가려내야 할 의무가 있지.."
"야이 새끼야! 상황을 좀 보라고 상황을. 지금 조정은 난리가 났어. 임금님은 거처를 옮기셨고 곧 거사가 일어날 거야. 이럴 땐 하던 일도 멈추고 추이를 살펴야 해."
"거사..요?"
"니가 아편쟁이인가 뭔가 잡으러 충청도에 간 사이에 한양은 난리가 났다고."
'뭐야.. 내가 아편 관련으로 내려간 건 어떻게 아시는 거지? 난 악령의 근원을 조사하러, 참, 그때까지만 해도 산비초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무,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나라가, 나라가 뒤집힐 수 도 있다."
"네..?!"
"그러니 당분간은 그 안에 좀 있거라."
"포도대장님, 아니, 형님, 그래도 제가 옥에 갇힌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김대감님은 정말 깨끗하단 말입니다."
"이 새끼가. 야, 너 졸개들 앞에서 망신당하고 싶냐?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정만은 당황스럽다 못해 멍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평소에 알던 포도대장이 맞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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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감님, 오늘 저를 잡으러 온 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아니 전국 팔도에 소문이 났는지 그것도 겁나 강한 녀석들이.."
"누군데 그래?"
"포도부장이라는 작자가 여럿 데리고 왔었고 또 제 칼을 맨손으로 부러뜨리는 무리도 왔었죠. 참나, 나 같은 괴물들이 있긴 있더만요."
산비초가 부러진 다리를 맞추며 말했다.
"길달이는? 길달은 어디 갔냐."
"글쎄요. 뭐 구미호 잡으라고 보냈다면서요?"
“그렇지. 이 새끼도 빨리 오라고 해야겠네. 야, 오늘 너 잡으러 온 애들이 몇이냐?"
“뭐.. 대에충 열 하나 둘 정도 됩니다."
"근데 다 센 놈들이라고?"
"네, 뭐 제가 제압은 가능하지만 단체로 덤비니까 오늘처럼 이렇게.. 크히히."
"박대감 놈이 군사를 얼마나 부릴 수 있는지 모르겠네. 한양에서 최대한 많은 귀신도 만들고 잡아들이려 했더니."
"뭘 그리 신경 쓰십니까. 뭐 제가.."
"걔들이 널 잡으러 온 이유는 뭐냐?"
"뻔하죠. 뭐, 아편 때문에 온 것 같던데."
"그래? 뭐지. 누군가 눈치를 챈 거야?"
"전에도 한 번 제가 당할 뻔한 적 있잖습니까. 이번에 제대로 단도리를 쳐야겠는데요? 크크.”
"길달이도 아직 없고. 세력이 얼마나 되지? 혹시 축사하는 놈들도 있으려나?"
"에이, 뭘 그리 걱정이십니까."
"이 멍청아, 최근에 해치를 잡아오라고 보낸 무수대망이랑 귀마왕이 이승에서 소멸돼서 저승으로 떠났다. 만약, 널 치러온 자들 중에 그놈들이 섞여있다면 꽤나 강해서 골치가 아프다고."
"에이, 그래봐야. 윤대감님만큼 하겠습니까. 다 제 선에서.."
"닥치고. 조마구(닷발괴물. 15미터가 넘는 조류형 괴물로 식인을 한다.)들 좀 모아봐라."
"아니 그 말도 안 통하는 괴물들은 뭐 하러.."
“어디서 줘터져 와 놓고 센 척이냐. 불러 모아. 몸집이 커서 큰 방패도 되고, 또 너보다 열 배도 더 센 괴물이잖냐.”
윤대감의 호통에 얼어붙은 산비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국의 소인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조마구들을 싸그리 한양으로 보내라고. 쩝."
"요즘 을의 동태는 어떠냐?"
"아 저도 바빠서.."
"녀석이 제대로 움직여야 해. 그래야 난도 성공하고 전쟁이라도 나지. 최대한 도와라."
'참나, 나보고 어찌 을같은 녀석을 도우란건지.'
"전국을 다 돌아도 지금의 귀마왕을 잡을 기운은 없었는데 무당 할멈이 생각보다 센 건가..? 희한하군.”
윤대감은 뜻하는 대로 일이 쉽게 풀리지 않자 조금 더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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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아앙. 그아앙.'
자시가 넘은 깊은 밤.
조마구 십수마리가 무리를 지어 북쪽으로 날아갔다. 굴 입구에서 잠을 청하려던 월화는 조마구가 날아가는 소리에 근처에 있던 수비에게 달려가 그를 깨웠다.
'응? 조마구들이?'
'응.'
'그래서 왜?'
'천검과 일행들이 모두 한양에 있어. 조마구 떼도 한양으로 날아갔고.'
‘음.. 저번에 우리가 한 번 도와줬잖아?'
'그런데 이번엔 조마구들이야. 마인들이랑은 비교도 안된다고.'
수비는 자다 깨서 그런지 이내 다시 눈을 감고 그르릉거렸다. 어떤 결정을 내리기엔 아직 잠이 더 필요했다.
'너랑 애들이 못 가면 나라도 갈 거야.'
월화의 말에 수비가 다시 눈을 떴다.
'혼자 가서 어쩌게?'
'몇몇은 따라오겠지.'
'휴우.. 천검은 좋은 사람이지만 그들은 호랑이를 잡는 무리야. 언젠가 우리 무리 중의 누군가는 또 착호를 당하게 될걸.'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피해를 주면 그렇겠지.’
'휴우우. 그래그래. 그런데 이번에는 저번처럼 그렇게 많이는 못 가. 지난 전투에서 다친 애들도 있고 불만도 좀 나왔어. 인간들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무리도 있다고.'
'응.. 알지.'
'서른 놈 정도 모아볼게.'
'상대는 조마구 떼야. 조마구. 얼마나 큰지 알지?'
'쟤네들이 한양으로 또 천검 일행과 붙는다는 보장도 없잖아?'
'조마구는 보통 혼자 살아. 저렇게 무리로 다니진 않는다고. 분명 누군가 인위적으로 불러모았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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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달은 한강 이남에서 사대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미호를 발견은 했지만 놓쳤다.. 뭐라고 변명하지. 음..'
길달은 강을 건너기 전 그럴듯한 변명거리가 필요했다. 우선 이무량의 존재는 최대한 숨긴 채 자신이 구미호를 잡아오지 못한 이유 말이다.
'어..?!'
순간 좋은 생각이 들었다.
'대무당 할멈과 정법이 같이 산 정상에 올라왔었잖아? 둘은 대악귀전에서 이무량을 잡은 인물들이고.'
길달은 곧장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만들어냈다.
'옳지. 됐다.'
길달은 곧장 윤대감이 있는 박대감의 집으로 갔다. 어느덧 새벽이 지나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박대감의 집은 조용했다. 윤대감의 말투로 봐선 당장 무슨 일이 날 것 같았기에 의외였다.
"길달이 왔느냐?"
"네, 윤대감님."
"방으로 들어와라."
박대감의 몸에 들어간 윤대감은 여전히 박대감을 조종하며 길달을 사랑방으로 불러들였다.
"귀마왕도 깨졌다. 방해꾼들이 꽤나 강한가 봐."
"네?! 아.. 결국 그렇게 되었군요."
길달은 윤대감이 먼저 그 말을 꺼내준 게 고마웠다.
"실은 저도 충청도의 대벽산에서 윤대감님의 손녀로 보이는 구미호를 발견했습니다. 거의 생포할 무렵이었죠."
"내 손녀 구미호? 아.. 내가 시켰었지."
길달은 윤대감의 반응이 심드렁하자 의아했지만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대무당 할멈과 정법이 나타나 훼방을 놓더군요. 알지 않습니까? 이무량을 잡았던 자들 말입니다."
윤대감은 호기심이 생겼는지 여태 무관심하던 표정을 싹 거두고 길달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이 그리 세냐? 안 그래도 귀마왕을 잡았길래. 얼마나 센지 궁금했는데."
"보통 센게 아닙니다. 거의 다 잡은 구미호를 놓쳤으니까요."
길달은 그날 밤 대벽산 꼭대기에서 마주한 한 사내를 떠올렸다. 이무량의 기운을 가진 사내말이다.
"그래서 산비초한테 일러뒀다. 조마구들을 좀 모아보라고."
“조마구를요..?!”
"왜? 안 되냐?"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조마구라면 하나만 떠도 백 명을 잡아먹는 괴물인데.. 그게 여러 마리면 한양이 제아무리 커도.. 난리 나겠는데요?"
"크하하하. 그럼 적어도 수천 명은 죽을 텐데 그 원귀들은 다 내 거 아니냐. 크하하하하."
"그렇.. 죠. 아하하."
길달의 셈법은 다시 복잡해졌다. 저쪽엔 이무량이 있지만 이쪽엔 이제 조마구들까지 생길 판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축귀사라도 조마구를 하나 제대로 상대하는 녀석을 본 적이 없었다.
축귀판도 타고난 자들이 하기에 영력이 없으면 할 수 도 없는데 뛰어난 영력을 가진 자도 조마구같은 크기에 하늘까지 날아다니는 녀석에겐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조마구는 평균 몸길이가 삼십 자에 달하고 키는 십오 척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