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미행 1

by Rooney Kim


"일단 윤대감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 그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비초를 다시 쫓아야 합니다. 단, 이번에는 기습이나 선공격이 아닌 놈의 뒤를 밟는 거죠."


귀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미 산비초와 두 번이나 싸우며 녀석의 강력함에 대해 익히 알고 있는 근중과 천검도 이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생포하기 힘든 놈이더라구요. 차라리 어떻게든 죽이면 죽였지."


물포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렇게 대량의 대마를 재배하고 공급한다는 말은 다른 이를 가능케 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산비초에 매달려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천검이 말했다. 일리가 있었다.


"조를 짜봅시다. 산비초를 쫓는 조, 그와 닿은 자들의 쫓아 조사하는 조, 만약 그 수가 여러 명이면 그만큼 또 조를 나눠야 합니다."


그때 근중이 나섰다.


"일단, 저는 은진씨와 함께 한양의 악명 높은 아편굴을 뒤져보겠소."


그러자 은진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근중을 바라보았다.


"아시다시피 은진씨는 어머니를 찾는 게 평생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아편굴이니만큼 산비초 그자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도 농후하니 충분히 가치가 있지요."


"형님, 저도 가겠습니다."


"저도요."


장태와 물포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할멈이 뒤를 이어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 윤대감이라 불리는 현존하는 조선 최대의 악령집단을 뿌리 뽑아 저승으로 보내는 거니까. 어디 한 번 시작해 봅시다."


"은진씨, 가시지요. 제가 예전에 알아둔 곳이 있습니다."


근중은 그렇게 은진, 장태, 물포와 함께 먼저 길을 나섰다.


"먼저 산비초를 쫓는 조. 사실, 이 조가 제일 어려워요. 산비초라는 자와 붙어 싸울 수 도 있고 그렇다면 이번처럼 포졸이나 군사가 붙을 수 도 있겠죠."


할멈의 말이 끝나자 귀로와 천검이 동시에 나섰다.


"제가 가겠소."


"좋소. 그럼, 착호 양반은 저 친구들도 데려 가는 거죠?"


할멈이 말봉, 진둘, 병팔을 가리켰다.


"물론이죠."


"저.. 저도."


선준이 뒤늦게 합류하려 했지만 할멈이 제지했다.


"선준, 자네는 그와 닿아있는 자를 쫓아 행장이, 정법과 함께 더 큰 세력을 쫓게."


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각종 부적과 주문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결계를 치겠소."


"누이, 그런데 윤대감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모르는데 어디에 결계를 치려고..?"


"한양 전체. 사대문 바깥으로 모두 결계를 칠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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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아편굴은 한산(북한산의 옛 지명) 자락 깊은 곳에 있다고 했다.


물론, 십여 년 전이라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지 알 길은 없었다.


"굳이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내가 원해서 하는 거요. 오해 마시오."


근중은 무심하게 대답하곤 계속해서 앞장서 갔다.


"형님, 그런데 어디인지는 알고 가시는 거 맞죠?"


"모른다."


"네? 에이, 그래도 대충 위치는 아는 거죠?"


“옛날에도 종종 위치가 바뀌었어. 뭐 여기저기 다 뒤져봐야지."


물포가 연거푸 묻자 장태가 물포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눈치 좀 챙겨 이자슥아. 지금 은진님 도와주려 하는 거잖아."


장태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포를 옆으로 끌고 갔다.


"아직 그 굴이 있다면 필시 한산 여기저기 골짜기 어딘가에는 있다. 가면 둘로 나뉘어 수색할 테니 그리 알고 있어라."


"예, 옛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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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


귀로와 천검 일행은 곧 산비초의 집에 도착했다. 집 마당은 아직까지 어질러진 그대로였다.


"어.. 아무도 없는데요?"


말봉이와 진둘이 집안 곳곳을 다 수색하고 나왔다.


"아까 한바탕 일이 벌어졌으니 당장 여기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녀석의 주거지가 몇 곳 더 있을 거야. 그리고 분명히 배후가 있어. 그게 윤대감이든 누구든."


"그럼 어찌할까요?"


"시장으로 가보자. 요즘 아편환이 시장과 기방에 뿌려져서 난리라더라 다시 수소문해서 다른 곳도 뒤져봐야지."


"네, 귀로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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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소. 이번에 모은 부적."


"좋소. 자, 어디 보자. 여기 또."


'척.'


갓을 쓴 사내는 이번에 세 냥을 꺼냈다.


"어..? 아니 이번에는 왜 이리 큰돈을 또..?"


"우리 대장님이 좀 급하신지 이번에는 열 장을 채워오시란다."


"열 장이요?! 언제까지요..?"


"열흘 주겠다."


그러자 전신이 소백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 너무 빠듯한데요. 매일 나가서 매일 성공해야 해요.."


맞는 말이었다. 열 장에 세 냥은 큰돈이었지만 보통 열 장 정도면 한 달 이상의 시간을 주었다.


"아니, 그런데.."


"다 완료 시, 세 냥을 더 주겠소."


이에 소백은 놀라서 입이 쩍 하고 벌어질뻔했다.


"야야.. 해보자. 이거 하면 한동안 쉬어도 돼."


전신 역시 액수에 놀랐지만 과연 성공이나 할지 의문이었다.


갓을 쓴 사내는 곧 자리를 떴다.


"형, 쫓을까요..?"


"그냥 멀찌기서 방향이나 확인하자. 어차피 그 대감님 댁이 본거지 아니겠냐?"


"산비초는 어떤 놈일까요?"


"얼굴은 기억나지?"


"네. 아주 옛날에 봤던 갓쓴 사람이에요. 오늘 그 자는 아니고요."


"그냥 슬슬 따라가 보자. 혹시나 산비초 집이라도 알게 될지."


갓 쓴 사내는 어느 주막에 도착하자 사방을 살핀 후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소백과 전신은 얼른 그 옆 쪽방으로 들어갔다.


"중얼중얼.."


"전신아, 잘 들리냐?"


"아뇨.."


"어디 잘 들리는 곳이 있을 텐데."


"형, 저기 옆방으로 통하는 쪽문이 있어요!"


둘은 즉시 쪽문으로 조용히 이동했다. 창호지로 덧댄 문이라 옆방의 소리가 제법 잘 들렸다.


"오, 들린다. 들려."


둘은 문에 바짝 붙어 귀를 기울였다.


"아마도 곧 일이 터질 것 같다. 윤대감은 그 전후로 최대한 뽕을 뽑고 이후에 정세가 어지러울 때 또 싹쓸이하고 싶은가 봐. 씨부렁, 망할 노인네.”


"네, 그럼 저희는 언제까지 귀신을 잡으면 될까요?"


"큰일이 터지면 대청소를 한댔는데.. 아따, 모르겠다. 그 미친 노친네가 또 뭘 더 원할지. 얼른 다 챙겨서 도망가 든가 해야지. 낄낄낄."


소백과 전신이 문에 귀를 박고 한참 대화에 집중하던 때였다.


'벌컥-'


"으아앗..!"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게 아닌가.


"아니, 주문 안 할 거야? 국밥만 먹을 거면 평상으로 나오슈. 방은 숙박용 아니면 셋 이상이거나 술도 마시는 단체석이야."


주모였다. 소백과 전신은 십 년을 감수한 표정으로 주문을 했다.


"국밥 두 그릇 주시오. 어.. 셋이 더 올 거요."


"그럼 국밥 다섯 그릇?"


"아, 아니. 일단은 두 그릇만 주시오. 엇험.. 흠."


"셋이 더 안 오면 방 비워주슈."


그때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연이어 주모가 말을 붙이는 소리가 들렸다.


"전신아, 이제 그냥 나가자. 중요한 내용은 다 들었어."


"네, 아 그러면 국밥은 요?"


"엽전 두고 가자. 빨리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밥은 집에서 먹고."


소백이 방문을 열고 급히 나가려던 참이었다.


"아니, 또 술을 엄청 남기고 그냥 가네 그려? 고맙게. 히히히."


산비초는 주모에게 능글맞은 웃어 보이며 방을 나섰다.


'어..'


'뭐야..?'


소백은 전신의 손을 끌고 잽싸게 마당으로 나섰다.


"어, 어이, 거기!"


소백은 저들이 자신을 못 알아봤길 바라며 눈을 질끈 감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갔다.


"잠깐!"


그때 누군가 빠르게 주막을 나서는 소백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국밥 다 나왔는데 그냥 가면 어떡해? 돈이라도 내야지."


주모였다.


“아..! 그, 뭐야.. 엽전 올려놓고 왔어요.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요. 밥은 안 먹어도 됩니다."


소백은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고 자리를 뜰 참이었다.


"어이 거기 잠깐, 자네, 우리 대감님께 혼쭐이 났던 축귀사 아닌가? 이히히."


'제길.. 저 새끼, 날 봤구만.'


"거기 잠시 멈춰봐."


"형.. 어떡해요..?"


곧 산비초가 갓을 쓴 사내와 함께 소백과 전신에게 다가왔다.


"어째 몸은 괜찮소? 그날 죽을 뻔했을 텐데. 끌끌."


"아.. 네, 보시다시피. 제가 회복력이 좀 빨라서."


"그런데 이 주막에는 어쩐 일로? 그것도 딱 우리 옆방에?"


산비초는 곧장 갓쓴 사내를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야, 철식이 넌 왜 이놈들을 달고 와?"


소백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해야 했다.


"밥 먹으러 왔어요. 하하."


"밥 먹으러 온 양반이 국밥이 나오기도 전에 돈을 두고 가는데 그걸 믿으라고?"


역시 산비초는 눈치가 굉장히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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