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한산의 아편굴 소탕 2

by Rooney Kim


"한양에서 가까운 곳에, 그것도 양반가 자제들이 이리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 여길 싹 청소하고 다들 회복시켜줘야하는 거 않아?"


그러자 철식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처음에 그랬었죠. 하지만 안됩디다. 아편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어요. 그리고 이들 덕분에 우리는 많은 돈을 버는데 굳이 싹 청소 할 이유가 없죠."


그때 장태의 눈에 지하로 향한 문이 눈에 들어왔다.


"저긴 뭐야? 저기도 방이야?"


"아, 저기요? 하아.. 저기는 그냥 모르시는 게 좋을 텐데요."


‘뭐야..?’


철식의 태도가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변했다. 둘을 보고서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에 장태가 물포에게 눈짓을 했다. 물포 역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벌컥- 쾅.'


"누구야? 척결패에? 그게 뭔데 이 난리야아?!"


묘한 분위기 속에서 지하로 향하던 나무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렸다. 이어 육 척이 넘는 키에 덩치 큰 사내 하나와 그 보다 더 큰 몸집의 사내 대여섯이 뒤따라 나왔다.


이들은 곧 장태와 물포 앞에 섰다.


"아, 이분들이시구나. 척결패라.. 거, 전국을 돌보느라 바쁠 텐데 어찌 한양 뒤편의 한산 산골짝까지 행차하셨소?"


두목으로 보이는 사내가 삐딱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장태가 한걸음 앞으로 나갔다.


"찾는 자가 있다. 불혹의 여인인데 여기.."


"크하하하하."


장태가 설명하는 동안 녀석이 난데없이 웃었다.


"여기에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여인이오. 크하하. 한양의 수많은 양반들 중 자제들, 성인 등 아편으로 맛이 간 자가 수천이오. 그리고 이 굴에만 오백 명 가까이 있소. 이히히히히."


두목으로 보이는 덩치 큰 사내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덕분에 우리 수병패가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죠. 세도 더 늘렸고."


장태가 녀석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우린 그저 한 여인을 찾으러 왔을 뿐인데?"


"정말 그뿐이오? 척결패가 여기에 왔다는 건 우리에겐 선전포고와 같은데."


녀석이 눈짓을 하자 주변에 있던 졸개들이 동시에 칼을 꺼내 들었다.


"이 새끼들이."


바짝 열이 오른 물포도 허리춤에 있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아아, 자, 진정들 하시고. 우리도 순순히 여기를 수색하게 둘 수는 없지 않소? 그런데 우리가, 여기 이 아편굴이 없으면 양반가와 지체 높은 종가들의 골칫거리는 누가 해결해? 그러니 나라에서도 쉬쉬하면서 그냥 눈감아 주는 거지. 안 그래요? 필요악이란 말이지."


이쯤 되자 장태는 이들이 바짝 긴장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들은 자신과 물포가 척결패에서 왔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좋게 좋게 말로 합시다. 우리는 수병패에 아무런 볼 일이 없소. 단, 아편굴에서 불혹의 여인만 찾아가면 되오. 정말이니 믿고 수색하게 해 주시오."


"근중은 어딨 소?"


두목으로 보이는 자가 물었다.


"야, 너 근중이 니 친구냐? 확 쌈 싸 먹어버릴까 보다, 어디서.."


"물포야, 흥분하지 마."


장태가 버럭 하는 물포를 진정시켰다.


하지만 수병패 녀석의 오만한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곧 올 거요. 지금 한양에 볼 일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여인을 찾는 게 너무 중요해서 말이죠."


"그렇다면 일단 둘 다 무기를 내려놓으시오."


'응? 뭐야, 이 새끼들.'


장태는 사방을 살폈다. 사방은 여전히 긴장감이 넘쳤다.


"형님, 이거 이 새끼들.."


하지만 장태는 순순히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우리가 불청객이니 일단 그렇게 하지요. 우리는 그 여인만 찾으면 됩니다. 이름도 알고 있고 그림도 있소."


'툭. 툭.'


장태와 물포 모두 단검을 바닥에 던졌다.


그러자 이와 동시에 사방에서 졸개들이 달려들었다.


"이야아!"


"잡아라!"


이들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동아줄로 만든 포승줄까지 들었다.


"물포야, 오른쪽을 맡아. 난 여길 치겠다."


"네, 형님."


물포는 대답과 동시에 육중한 몸에 어울리지 않게 마치 물처럼 미끄러지듯 달려가더니 허공에 몸을 띄웠다.


그리고 오른 주먹으로는 왼쪽에 달려오던 녀석을 오른발로는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녀석의 얼굴을 동시에 강타했다.


'퍼퍽. 파악-'


"크헉. 아악."


순식간에 둘을 처리한 물포는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팔닥거리며 졸개들을 하나씩 쓰러트렸다.


장태는 곧장 왼편으로 달려가더니 두목으로 보이는 녀석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휙-'


하지만 녀석은 고개를 젖혀 왼쪽으로 피하더니 손에 쥐고 있던 방망이를 휘둘렀다.


'빠악-'


장태는 왼 팔뚝으로 방망이를 막았다. 비록 방어에 성공했지만 통증이 굉장했다.


장태가 막자마자 녀석의 왼발 앞차기가 장태의 얼굴로 훅하고 들어왔다.


장태는 고개를 옆으로 숙여 발을 흘려보내고는 왼팔로 녀석의 다리를 잡아끌고는 오른발로 녀석의 왼발을 걸었다.


“어어..?!”


순식간에 중심을 잃는 녀석은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쿠당탕.'


"끄으.."


장태는 이를 놓치지 않고 녀석의 가슴팍에 올라탔다.


"말로 하자니까, 쯧.”


장태는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 뒤 양주먹으로 사정없이 녀석의 얼굴을 내리쳤다.


‘퍽퍽. 퍼퍼퍽. 퍼버버벅-‘


녀석의 얼굴은 순식간이 피떡이 되었다.


"부두목 형님! 야, 뭣들 하냐. 형님 안 구하고!"


'부두목?'


곧 장태의 등뒤로 각목이 날아왔다. 하지만 장태는 허리를 숙여 이를 피하며 옆으로 굴렀다.


장태가 무방비인 틈을 타 졸개 셋이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


그중에는 아까 장태에게 굽신거리던 철식이도 있었다.


'휙 휙-'


철식이 두 자도 넘는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장태가 보기엔 미숙한 어린아이가 식칼을 들고 설치는 정도로 밖에 안 보였다.


'팍. 빠악.'


장태는 급기야 뒷짐을 지더니 칼을 든 철식의 손을 향해 번개 같은 속도로 발차기를 날려 칼을 떨어트렸다.


"쨍그랑. 으아악."


철식은 칼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고통 어린 비명을 질렀다.


"그러게 아까처럼 순순히 말을 들었어야지."


장태는 뒤 후려치기로 꿇어앉은 철식의 가슴팍을 날려버리고는 그 직후, 그의 뒤로 달려오던 졸개 둘을 향해 벼락같이 날아가서는 앞으로 공중제비를 넘으며 양다리를 벌려 발꿈치로 둘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 찍어버렸다.


‘빠가악-‘


"크허억. 끄아악-"


곧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졸개 둘 역시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물포는 마지막으로 저항하는 한 녀석의 멱살을 잡아 한 팔로 들어 올리더니 창고의 구석으로 사정없이 집어던졌다.


"으아악!"


'쿠당탕 쿵쾅.'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낫을 들더니 녀석을 향해 냅다 던졌다.


'휘휘휘휘휙- 팍-'


"으아아.."


낫은 맹렬히 날아가 녀석의 사타구니 바로 아래에 바닥에 정확히 박혔고 녀석은 너무 겁에 질린 나머지 그만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히히. 이 잡것들 그러게 왜 덤벼."


장태와 물포의 반격에 벌써 열명 가까이 뻗었다. 아직 그 뒤로 십 수명이 더 있었지만 압도적인 실력 차이로 아무도 덤빌 엄두를 못 냈다.


'스륵'


장태가 바닥에 떨어진 두 자 길이의 검을 들어 올렸다.


"몸풀기는 끝났다. 지금부터 덤비는 자는 목숨 걸고 와라. 그게 아니면 목숨은 살려줄 테니 모두 무기를 바닥으로 던져."


그러자 뒤쪽에서부터 칼과 몽둥이 그리고 낫 따위를 바닥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탁. 타닥. 턱.’


‘챙. 챙그랑. 챙챙.’


물포가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있는 부두목에게 다가갔다. 얼마나 맞았는지 온 얼굴이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아 형님, 사람을 이리 못쓰게 만들면.."


물포는 녀석의 얼굴에 뺨을 갈기며 깨웠다. 녀석은 곧 정신을 차렸다.


"어어, 이 이 새끼ㄷ.. 아아, 내 이.. 내 코.. 으윽."


"아프냐? 난 안 아프다. 그러게 왜 덤비냐."


"두목은 어디 있냐?"


부두목의 정신이 들자 장태가 물었다.


"두목은 왜..? 여인만 찾는댔잖냐."


"니놈이 덤벼서 이지경이 난 거 아냐. 난 여인만 찾으려고 했는데. 혹시 산비초가 두목이냐?"


"산비초도 아냐? 뭘 많이 알고 왔네. 크흐흐."


그러자 장태가 뒤에 뻗어있는 철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놈이 알려주던데? 어차피 나중에 다 쓸러 오려 했는데 잘됐지 뭐."


"산비초는 아편 공급처야. 뭐 그놈은 전국구 아편왕이지, 조선의 아편왕. 크흡.”


부두목은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으며 팔을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장태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다른 곳을 응시하는 척하며 녀석의 동태를 하나하나 주시 중이었다.


'괜히 부두목은 아니네. 쉬운 길을 모르는 새끼군.'


'파악- 휙-'


장태가 그런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부두목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장태의 목으로 내질렀다.


'휙-'


하지만 장태는 이미 이 모든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파악. 꽈아악-'


"끄아아..!!"


"멍청한 새끼. 내가 기회를 줄 때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장태는 부두목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녀석의 손목을 꺾어 단검을 뺏은 뒤 그대로 가슴팍에 깊숙이 꽂아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부두목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주변에 있던 수십 명의 부하들은 이제 완전히 전의를 상실하고 공포에 사로잡혔다.


"부.. 부두목님이.. 죽었어."


부하들은 다들 어쩔 줄을 몰라했다. 척결패가 워낙 유명해 강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강할지는 몰랐던 것이다.


"이 창고 안, 저 지하 굴 안에 있는 불혹의 여인을 모두 데려와라.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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