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화 급물살

by Rooney Kim


"자, 잠까안!"


겸세는 속도를 줄일 틈도 없이 그만 녀석의 입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으아아아앗!!"


‘쿵-'


'뭐야? 겸세, 먹힌 거야?'


조마구는 김세를 입에 넣은 채 입을 닫더니 다시 유유히 날기 시작했다.


'이무량, 이거 뭔거 같아? 나 큰 새한테 먹혔어.'


'아 그러게 내가 비행 연습 쫌 틈틈이 해두랬지? 뭐 이렇게 크고 둔한 놈한테 먹히냐.'


'둔하긴! 근거리에선 겁나 빨랐다고!'


'그나저나 설명해 봐. 어떻게 생겼어?'


'까만 몸에, 굉장히 컸어. 대략, 초가집만 한 크기? 아님 더 크거나. 그리고 입도 사람 셋이 한 번에 들어갈 정도로 커.'


'음. 조마구인가? 걔네들 아직도 이 땅에 사는 중이었나?'


‘얘 이름이 조마구야? 여하튼 여길 빠져나가야지. 점점 몸이 뜨거워지고 숨쉬기도 힘들어.'


'쾅 쾅 쾅. 퍽 퍼어억-'


겸세는 주먹으로 냅다 입천장과 입안 곳곳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마구에겐 아무런 영향도 없어 보였다.


'이 녀석 중급 악영물이라 그 정도로는 안돼.'


'그럼 어떡하지? 이러다가 얘가 날 삼키기라도 하면?'


'내가 있는데 뭔 걱정이야. 그리고 잘됐네. 녀석을 이용해서 한양까지 곧장 날아가자!'


‘뭐..? 이 무량 너, 정말로 미친 거냐. 뭔 말이야 그게?’


'솔직히 이런 녀석은 귀마도로 잘라버리면 그만이지만 아깝잖아?'


'뭘 어떡하게? 어떻게 조마구를 이용해?’


'등을 뚫어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등에 올라간 뒤에 이 녀석을 조종해서 한양으로 가는 거지.'


'야, 말이야 쉽지..'


겸세는 잠시 고민했다.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자기가 제아무리 강한 인간이라지만 이런 큰 덩치의 괴물을 상대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겸세, 얘 겨우 귀마왕 정도 급이야. 아니 귀마왕보단 약할걸?'


이무량의 말이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되었다.


'얼른. 그래야 네 힘도 아끼고 편하게 한양으로 가지.'


겸세는 귀마도를 꺼내 들었다.


'그래. 내가 너무 당황했어. 이 정도 녀석쯤이야..'


'푸우욱.'


겸세가 조마구의 등을 찔러 갈라버리자 조마구가 살짝 움찔했다. 겸세는 녀석이 발버둥 치고 몸부림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일이 없었다.


'쩌어억.'


겸세는 팔힘으로 녀석의 등을 벌렸다. 그리고 곧장 밖으로 올라갔다.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으아아, 으아아아.."


순간 고통을 느낀 조마구가 겸세를 떨어트리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꽉 잡아.'


조마구는 끝까지 버티는 겸세를 떼어내기 위해 사방을 오가며 몸을 흔들어댔다.


'버텨. 이 녀석 인내심이 약해서 곧 원하는 대로 날 거야.'


이무량의 말대로 조마구는 금세 얌전해졌다. 녀석의 등을 꽉 쥐고 버티던 겸세는 곧 자세를 고쳐 앉았다.


'겸세, 녀석의 목덜미를 잡고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봐.'


'어떻게? 이렇게??'


겸세가 조마구의 등가죽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조마구는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아니 아니, 그럼 너무 높잖아.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만 틀어. 지금 달이 저기 보이지? 달을 뒤로해야 한양이야.'


'알았어.'


겸세는 금방 적응했다. 마치 이전부터 녀석을 다룬 것처럼 조마구를 조종했다.


'이놈 생각보다는 순한데?'


'아냐. 지독하게 잔인한 새 새끼야. 그냥 알아본 거지.'


'뭘?'


'자기보다 훨씬 강한 자가 등위에 올라탔다는 걸.'


이무량의 한마디에 겸세는 으쓱해졌다.


'아이씨, 뭐야. 겸세 너 말고 나! 나 이무량.'


'됐다.'


조마구는 곧 한강을 지나갔고 금세 목면산 입구에 내려앉았다.


'휘익. 탁.'


겸세는 곧장 조마구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녀석이 다시 공격할 수 있기에 곧바로 방어태세를 취했다.


'푸드덕. 휘이익'


하지만 조마구는 겨우 살아났다는 듯 후다닥 날아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이무량, 너 정말 세긴 세구나.'


'야, 지금 조선 천지에서 날 깔보는 건 너밖에 없을걸?'


'그야, 니가 내 몸에 맘대로..'


'어허, 내가 아니라 지국천님!'


'여튼 그 사람이..'


'아쭈, 그분 신이야. 저승입구 사대신중 하나!'


'암튼 그 신이 널 내 몸에 맘대로 넣었으니 기분이 좋겠냐?'


‘아 인간 놈.. 내가 말을 말지.’


이무량은 겸세의 말장난에 질렸다는 말투로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얼른 그 할멈 인가 하는 사람을 찾아봐.'


'그래야겠다. 조마구 덕분에 순식간에 한양에 왔으니 이제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를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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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날 것 같아. 으하하하핫."


"뭐가.. 말입니까?"


"개화 말이야. 개화. 김옥균, 박영효 등등 개화파 놈들이 나라를 뒤집어 보려 했는데 그냥 끝날 모양이야."


"개화면.. 그 외국 문물 들여오는 그거 말이지요?"


"그래. 그나저나 넌 언제 갈 거냐."


"어, 어디로 말입니까?"


"너네 집, 이 자식아. 여긴 박대감의 집이야. 너 같은 놈이 어슬렁거리면 괜한 소문만 난다고."


산비초는 윤대감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지금 한양의 집으로 가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많고 양근군의 집으로 가자니 너무 멀었다.


"저기, 뭐냐. 조마구 떼.. 조마구들을 다 모아뒀는데 걔들을 좀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건 때가 중요하다, 때. 적시에 딱딱 맞춰서 해 야해.”


“근데 조막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애들이 대부분이라..”


“그건 알아서 해라.”


“네네. 아참, 그리고 사대문 안에 있는 기방과 주막 그리고 문 밖에 있는 주막들까지 거의 모든 곳에 아편을 뿌렸습니다. 당연히 수요가 높아져 계속 찾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지금 나라가 계속 어지럽다. 정변도 실패했으니 책임을 묻고 정리하느라 이런저런 사건들도 터질 거야. 그래, 몇이나 죽었냐? 부적은 얼마나 모았어?"


산비초는 뜨끔했다. 요 며칠 사이에는 부적을 걷지도 못했고 지난번 기습 때 부적 심부름을 하는 녀석(갓쓴 사내)도 어떻게 됐는지 통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저도 요즘 이 모양 이 꼴이라.."


"뭐? 그럼 수십 아니, 수백은 될 수 도 있는 원귀들을 그냥 허공에 보낸 거야?"


'에이씨.. 솔직히 그런 보통 인간들의 원귀는 수백 장을 모아봐야 악귀 하나만도 못할 텐데. 지독하네.'


"다시 그자들을 시켜서 부적으로 잡아오라 하겠습니다."


"됐다."


"...네?"


"솔직히 지금 이 시대에 조선땅에 나를 능가할 영력을 가진 악귀나 괴물은 이제 없다. 그냥 그 할멈 일행이 신경 쓰일 뿐이지.”


윤대감은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표정으로 산비초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너랑 길달이는 한양에서 대기해라. 내가 곧 큰 일을 준비 중이다."


"큰 일이라면..?"


"왕족들의 원혼이라면 일반 인간들 원혼 수천명보다 나을 거 아니냐? 으히히."


'왕족..? 임금님 말인가?'


"나가보거라. 그리고 좀 어디로 가 있어. 네놈이 이런 때에 박대감 집에 있어서 좋을 게 없다."


‘인정도 없는 새끼.’


“네.. 그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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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이 동네도 다 둘러봤소. 그럼 이제 마지막은 저 고개인데."


"미아리 고개군요."


"여기에도 없으면 어떡하죠?"


근중의 물음에 은진은 머뭇거렸다.


"..음. 어쩌긴요. 이젠 정말 모든 것을 잊고 어머니를 놓아드려야죠. 이승에 계실지 저승에 계실지 모르지만."


날은 점점 어두워졌다. 멀리서 아낙네들이 빨래라도 하고 왔는지 옷가지들을 한아름씩 이고 고개를 따라 올라오는 중이었다.


그때 가장 뒤에서 오던 한 여인이 근중과 은진을 바라보았다.


'내 딸이 잘 자랐다면 저 정도 나이겠지. 곱다.. 참으로 곱구나.'


여인은 멀찌기서 둘을 바라보며 언덕을 올라왔다.


처음엔 대수롭지않게 바라보았다. 이방인의 차림에 누군가 찾는 듯한 모습에 약간의 호기심이 일었을 뿐이다.


'비녀의 장식도 곱네. 이제 시집 갈.. 응.?'


여인은 어딘지 모르게 본듯한 비녀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좀더 가까이서 보려했지만 둘은 갈 곳이라도 정했는지 어느 새 일어나 왼쪽 샛길로 빠르게 내려가버렸다.


'잠깐.. 내가 저 장식을 어디서 많이 봤는데.'


여인은 다른 아낙들이 모두 고개를 넘어가는 동안에도 마치 넋이라도 나간듯 멀리 사라지는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어디서 본 비녀인데..'


"여주댁, 아유 거기서 뭐하는거야? 얼른 와. 빨리 가서 저녁해야지!"


여인은 고개에서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여와. 또 마님께 혼나지 말고. 응?"


여인은 다른 아낙이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부랴부랴 올라갔다.


'잘 살고 있을거야. 아무렴. 어디인지는 몰라도 분명 잘 지내고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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