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조마구 전투 1

by Rooney Kim


곧 근중과 은진은 고개를 내려갔다. 큰 기대를 안고 길을 나서긴 했지만, 십여 년을 기다린 후 단 하루 만에 엄마를 찾는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여기네요. 장태랑 물포를 만나기로 한 장소가."


하루종일 걸었던 터라 근중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은진씨도 저기 바위에서 잠시 쉬시죠."


"네."


"형니임! 형님!"


그때 멀리서 물포가 큰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근중은 익숙하다는 듯 손을 들어 반겼다.


"헥헥. 여기 계셨구만요. 학학. 동네는 다 돌아보셨지요?"


"응. 그런데 없었어. 마지막으로 저 고개를 넘어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다시 가 보려고. 너희는? 뭐 좀 찾았냐?"


"네, 형님. 아편굴을 찾았습니다. 수병패라는 이 동네 산적들이 관리 중이더라고요."


물포는 한창 신이 나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래?"


근중은 물포의 얘기를 들으며 장태와 물포의 몸 상태를 살폈다.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네. 뭐 너네들이야 지금 전국 최강이니까."


“그러데 거기서 은진씨의 아버지를 찾았습니다."


장태의 한마디에 은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편 굴 안에서요? 아직도 멀쩡히 살아있던가요..?"


은진은 슬슬 분노가 차 오르는지 꽉쥔 주먹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수병패의 두목이 되었더만요. 아편굴에는 수백의 양반가 자제들, 나이 든 양반들이 아편에 찌든 채 죽음을 향하는 중이었소."


"수병패의 두목? 쳇.. 차라리 죽여버리지 그랬어요."


"죽였어요."


"어..?!"


은진은 번쩍하고 고개를 들었다.


"정말입니까? 그 인간.. 이제 죽었나요?"


은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태를 바라보았다.


“네, 실은 두 번이나 봐줬는데 계속 덤벼들더군요. 절 죽이려 들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잘하셨어요. 정말.. 정말 잘하셨어요..!”


아무리 원수 같은 아비라지만 그래도 은진의 혈육이라 맘에 걸렸던 장태, 물포와는 달리 은진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내 인생 단 하나의 목표는 어머니를 찾는 것이었지만, 하나 더 있다면 그건 아버지를 없애버리는 것이었거든요."


근중은 은진은 지긋이 바라보았다. 분노와 회한의 감정이 이는 그녀의 얼굴을 통해 그녀가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에 시달렸을지는 감히 추측조차 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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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댁은 부엌 아궁이에서 불을 때는 중이었다. 얼른 저녁을 차리고 나면 자유 시간이라 고단한 하루 일과 중 가장 반기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비녀의 문양은..'


여주댁의 눈앞에 아까 길에서 본 젊은 여인의 비녀가 자꾸만 눈에 아른 거렸다.


'우리 은진이도 딱 그 정도 나이겠어.. 그 여인도 참으로 곱던데..'


댁은 밥을 짓기 위해 낱알을 건져내면서도 이상하리만치 그 비녀의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하얀 꽃모양.. 마치 눈꽃 같았는데, 우리 은진이는 잘 살고 있겠지..?'


그때 여주댁의 눈빛이 갑자기 반짝였다.


'눈꽃 모양의 흰 꽃 비녀..? 설마..'


여주댁은 쌀을 씻다 말고 부엌을 뛰쳐나갔다.


"어? 여주댁, 밥 마저 해야지, 어디가?"


다른 아낙이 소리를 내 여주댁을 불렀지만 그녀는 이미 홀린 듯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헉헉, 여기 근방일 텐데."


해는 이미 떨어져 사방에는 땅거미가 깔린 지 오래였다.


'이미 없어. 하긴 여기 있을 리가 없지.. 분명 내가 준 비녀랑 똑같았어. 만약, 그게 은진이에게 준 비녀라면.. 혹시 그 여인이..?'


여주댁은 아까 은진이 근중과 서 있던 자리를 둘러보다 은진이 사라진 왼편 언덕 아랫길로 뛰어갔다.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 길에는 다니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래. 이미 사라졌겠지. 은진일까..? 정말 은진일 수 있을까? 만약 은진이가 맞다면.. 은진이가 지난 십여 년간 홀로 장성해서 한양의 이 고개까지 올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아.."


여주댁의 두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주댁!! 어서 와, 지금 마님이 찾고 난리 났어!"


멀리서 아까 그 아낙이 여주댁을 불나게 불렀다. 여주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긴.. 말도 안 되지. 그건 기적보다도 더 기적 같은 일이잖아.'


"응. 갈게."


여주댁은 대감집으로 달려가다 말고 다시 한번 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은진이 그저 건강하게 자신을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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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든든히 먹었고 이제 갈 곳도 정해졌으니 한번 쳐들어가보시죠."


정법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호탕하게 말했다.


선준 일행부터 착호패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여러 강자들이 한자리에 있었다.


"와아, 진짜 지금 이 자리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조선 최고의 능력자들 아니오? 든든하구만, 아주 그냥 이무량도 잡겠어. 껄껄."


정법이 또 김칫국을 마시자 할멈이 눈치를 줬다.


"당장 출발해야 합니다! 제 부하가 조마구에게 먹혔습니다. 당장 가서 녀석의 배를 갈라야 합니다."


천검이 도저히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목면산 중턱, 맞지?"


"네, 맞습니다."


천검의 질문에 전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번에도 조를 나눠야겠소. 이렇게 십 수명이 우르르 몰려서 대감집에 찾아가면 아마 관아에서 출동할지도 모르니."


"어떻게 나눌까요?"


"박대감의 집에는 나랑, 선준과 행장이, 은진이 그리고 척결패(근중 외)까지 일곱 명이 가고, 정법이랑 귀로, 자령 그리고 범사파(천검 외) 이렇게 일곱은 목면산으로 가는 걸로 하자."


"할멈 할멈, 저.. 저희는 요?"


소백이 다급하게 할멈을 불렀다.


"거긴 아직 어린애들도 있고 하니 후방을 봐주시오."


"후.. 후방이요? 아니, 저희도 다들 영력과 실력이 뛰어난 축귀사들인데.. 그리고 집 위치도.."


"박대감집이라며? 근중이 길눈이 밝으니 찾아가면 돼. 그리고 이렇게 조를 나눈 이유가 있어. 나, 정법 그리고 거기는 저 전신이라는 아이가 부적을 날릴 줄 알잖아?"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하늘 높이 축귀부를 날려. 그럼 각자 상황 판단에 맡겨서 지원을 하는 걸로 하지."


할멈의 계획에 모두 수긍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모두가 고대하던 윤대감 제거 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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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초, 그럼 이제 다시 집으로 갈 거냐?"


길달의 물음에 산비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라. 지금 한양에서 그 자들이 널 찾고 다닐 거야."


"일단 양근군 집으로 갈거요. 한양 집은 다 들통났으니."


"그래 당분간은 움직이지 마. 어차피 아편도 뿌릴 만큼 뿌렸잖냐?"


"어우, 말도 마쇼. 제 창고가 지금 텅텅 비었수. 히히. 그럼 갑니다.”


산비초는 터벅터벅 걸어 나와 대문을 활짝 열었다.


'끼이이. 덜컥.'


'응..?'


'어..!!'


할멈 일행이 박대감의 집 근처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던 중. 박대감집의 정문으로 느닷없이 산비초가 튀어 나온 것이다.


"산비초다..!"


근중이 소리쳤다.


"뭐?! 어디?"


할멈과 나머지 일행은 동시에 정문을 바라보았다.


'어 뭐야 이것들.. 에잇..'


'쾅-'


산비초는 나왔던 문을 도로 세차게 닫더니 달아났다.


"잡아라!!"


근중이 소리치자 장태와 물포가 먼저 달려가 박대감 집의 대문을 벌컥하고 열어젖혔다.


산비초는 달아나다 말고 소리를 질렀다.


"야! 막아, 박대감님 집에 침입자가 들어왔다!!"


박대감집의 앞마당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사대부의 집에 무단 침입을.. 하아 골치네.'


"근중, 자네들은 안쪽에서 산비초를 좌측 담벼락으로 쫓게. 선준이는 어서 좌측 담벼락 끝에서 대기하고."


"네!"


할멈은 말을 끝내자마자 축귀부를 꺼내 들고 공중에 띄워 하늘높이 날렸다.


'번쩍-'


용상네 집에 있던 소백 일행과 목면산으로 향하던 정법 일행은 이를 확인했다.


'산비초가 나타났나 보군.'


목면산은 높지 않으나 산의 초입부터 가파른 경사가 이들을 괴롭혔다.


"귀로, 뭔가 느껴지는 게 있어?"


"네, 형님. 저어기 중턱에 뭔가 있는 것 같긴 한데. 원래 귀물이나 영물들은 힘을 쓰지 않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잖아요."


"얘들아, 여기서부터 수색해 보자."


"네."


산 중턱에 다다르자 천검이 말봉과 진둘에게 지시했다.


'휙. 휘리릭.'


정법이 부적을 하나 꺼내 산 정상으로 날렸다.


"축귀부."


곧 부적 하나가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산 정상으로 날아갔다.


"이제 목면산은 한 나절 동안 그 어떤 잡귀도 빠져나가지 못할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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