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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이 필 무렵
106화 조마구 전투 2
by
Rooney Kim
Feb 16. 2024
귀로는 조용히 주먹에 영력을 실었고 자령은 당장이라도 활시위를 당길 준비를 한채 중턱을 향해 올라갔다.
"형니임!!"
멀리서 말봉이 소리쳤다. 이에 천검을 비롯한 모두가 달려갔다.
"여기.. 찾았습니다. 병팔이를 찾았습니다..!"
천검은 달려오자마자 병팔의 숨을 확인하고 맥을 짚었다.
"살아있어."
병팔은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있었지만 딱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조심해!!!"
천검 일행이 병팔을 들어 올린 순간 정법이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조마구 서너 마리가 숲 속에서 튀어나왔다.
'쿠와아아악'
정법은 조마구 쪽으로 두 손을 포개 모았다.
"축귀포!"
일순간에 푸른빛의 영력 구체가 모이더니 조마구를 향해 날아갔다.
'파아악-'
'끼르르르륵-'
축귀포에 정통으로 맞은 조마구 한 마리가 뒤로 넘어졌다.
천검 일행은 그때를 틈타 병팔을 옮겼다. 진둘과 말봉이는 얼른 활을 꺼내 들었다.
'슈욱 슉슉-‘
'휙휙- 휙-'
자령과 진둘, 물포가 축귀부를 녹인 화살촉을 가진 화살을 연신 쏘아댔다.
'파박. 치이익. 파바박. 치이이이익.'
거대한 몸집 때문에 움직임이 더딘 조마구들은 화살을 모조리 맞았다.
하지만 녀석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다는 듯 그저 멀뚱히 정법 일행을 바라보았다.
'제길 축귀포를 맞은 녀석도 다시 일어났네.'
"병팔아 정신 차려. 병팔아!!!"
천검이 큰 소나무 뒤에 숨어 병팔의 뺨을 번갈아 때리며 깨우는 중이었다. 동시에 어젯밤 동산에 올랐다가 마주친 월화가 떠올랐다.
—
'네가.. 여기 어쩐 일이냐.'
'조마구떼를 보았어요. 천검님이 위험해 보여 또 친구들과 왔지요.'
'위험하다. 이번에는 정말 더 위험한 놈들이야.'
'그래도 조마구는 천검님보다 우리가 더 잘 알지요. 저희는 천검님만 쫓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월화는 곧 사라졌다.
—
"병팔아!!"
"어.. 혀, 형님. 쿨럭 쿨럭. 제가.. 전 잡혀 먹히지 않았습니까..?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괜찮다. 일단 넌 뒤에 있거라. 이제 저 녀석들을 치러 가야지."
순간 귀로가 번개처럼 달려가서는 조마구 한 마리의 부리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연신 강타했다.
'파바박. 파바바바박.'
조마구도 귀로의 기세에 당황했는지 뒤로 주춤했다. 그때였다.
"부동귀!"
귀로에게 다가오던 나머지 조마구들은 귀로의 주문에 일순간에 땅바닥에 발이 얼어붙어 꼼짝을 못 했다.
"자령아, 소총탄으로 날려! 머리 한가운데, 정중앙이다!"
"응, 아빠!"
'끼릭. 끽. 착. 철컥'
'죽어라..!'
'타앙-'
'팟-'
자령이 쏜 축귀탄이 조마구에 머리에 들어가 박혔다. 총탄을 맞은 조마구는 몸을 떨며 괴로워했으나 쉽게 사라질 기색은 안 보였다.
아직 나머지 조마구들은 부동귀의 영향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날려, 모든 화살을 다 쏴!"
천검의 명령에 수십 발의 화살이 조마구들에게 날아갔다.
'파박. 팍팍팍. 팍팍.'
옴짝달싹을 못하던 조마구들은 축귀부를 녹인 화살촉 때문에 고통스러운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잘했다. 이제 내가 정리하마!"
정법이 다시 양 주먹에 영력을 끌어모았다. 귀마왕에게 통하지 않았던 거대한 귀멸구를 날릴 참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
"받아라아아!!"
‘슈우우우웅-‘
‘퍼어엉. 콰아아아앙'
'됐다..!'
정법이 날린 귀멸구는 조마구 하나를 완전히 분해시켰고 나머지 조마구들 역시 치명타를 입고 몇 길이나 뒤로 날아가 자빠졌다.
"미숙한 놈들이야. 아직 전투 경험도 없고 인간 맛도 모르는 것 같아. 누군가 녀석들을 강제로 태어나게 한 것 같은데.”
이제야 제대로 귀멸구의 위력을 보여준 정법은 자신감에 넘쳐 앞으로 나갔다.
천검 역시 이 정도면 월화와 호랑이 떼의 도움 없이 조마구들을 처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위험합니다!"
순간 공중에서 스무마리도 넘는 조마구들이 급강하해왔다. 귀로가 몸을 날려 정법을 밀쳐내지 않았다면 정법은 분명 한입에 먹혔을 것이다.
"... 뭐야. 도대체 몇 마리야?"
'역시 월화가 말한 게 맞구나..'
정법과 귀로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뒤로 물러났다. 천검과 부하들은 바로 공격태세를 갖췄다.
"형님, 축귀부를 하늘로 날리십시오. 이건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휘이익. 번쩍-'
----------
'파박- 팍팍.'
장태와 산비초는 벌써 몇합째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으며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근중 형님, 장태 형님 몸 푸는 거 오랜만에 보지요?"
"그래. 여전하구만."
장태는 산비초와의 지난 두 번의 격투에서의 오명을 씻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미 수병패를 몰살시키면서 한동안 묵혔던 몸을 다 풀어서 그런지 전보다 훨씬 날랬다.
'이씨, 이 새끼. 전보가 잘 치잖아? 안 되겠다.'
산비초는 장태의 발차기를 피하고 역으로 주먹을 날리는 척을 했다.
'어디 감히.'
당연히 장태는 두 팔로 얼굴을 감쌌다.
'옳지, 이놈. 걸렸다. 으흐흐.'
산비초는 곧장 장태의 허리를 안아 움켜쥐고는 세차게 들어 올리더니 뒤로 날려버렸다.
'으아앗.. 제길..!'
장태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만 산비초의 뒤로 날아가버렸다.
'쿠당탕.'
"어! 형님!"
이를 본 물포가 산비초에게 달려들었다.
'퍼퍽.'
산비초는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물포의 주먹을 받아냈다.
곧이어 산비초가 전광석화와 같은 발차기를 날렸다.
'이 자식. 얼마 전에 다리를 다쳤었는데.'
물포는 녀석의 발차기를 막은 뒤 바로 산비초의 발을 잡아 세게 끌어당겼다.
"어, 어?!"
'이 녀석도 힘이 장사네.'
산비초는 당황스러움도 잠시 곧바로 몸을 우측으로 틀더니 왼발에 잔뜩 힘을 모아 돌려차며 물포의 얼굴에 제대로 꽂아버렸다.
'빠아악-'
"끄아악."
물포마저 쓰러져버리자 다시 근중이 달려갔다. 그때였다.
"모두 멈춰라. 어명이다!"
갑자기 사방에서 포졸들이 날래게 날아들어왔다. 박대감네의 하인들도 낫과 곡괭이 등을 들고 할멈의 일행을 포위했다.
그리고 안채 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근엄한 얼굴에 큰 풍채 그리고 사악한 입꼬리까지. 할멈 일행은 저놈이 이 집의 주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가 사대부 중 한 명이라는 것쯤은 파로 파악했다.
"뭔데 이리들 소란을 피우냐. 감히 누가! 누가 내 집에서 아침부터 난리야?"
선준은 일령을 손에 꼭 쥐었다. 행장이는 선준의 옆에 바짝 붙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하오나 우리는 저자를 잡으러 왔소. 부디 잡아가도록 허락해 주시오."
할멈이 산비초를 가리키며 말했다. 박대감은 산비초를 슬쩍 쳐다본 뒤 다시 할멈을 보았다.
"아재 아재, 대감님 눈빛이 이상하다요."
행장이의 말에 선준도 박대감의 눈을 자세히 살폈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있는 느낌이긴 한데.. 어. 이건..'
'이중안..?!'
이중안은 몸속에 귀신이 들렸을 때 눈의 초점이 나가면서 다른 영이 눈에 겹쳐 보이는 눈으로 주로 귀신이 들린 사람은 정신 나간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재, 저 대감 눈빛 이상한디요..?"
"그래, 뭔가 있어."
박대감은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과연 큰 키에 후덕한 풍채는 사대부라는 지위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을 압도할만했다.
"저 녀석이라면 산비초? 저 녀석만 끌고 가면 되는 거요? 우리 집에 저 녀석이 있다는 건 어찌 알고 왔소?"
"그야, 저 놈이 워낙 여기저기 사고를 치고 다녔어야지."
윤대감은 여전히 박대감의 몸속에 있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한 것이었다.
'저 할멈이 귀마왕을 날린 그 할멈인가? 기운이 생각보단 약한데 다른 애들은 그다지 영력이 센 녀석은 없어 보이고. 어찌 귀마왕을..?'
"대감님,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한양에 아편을 대량으로 퍼트려 민심에 혼란을 주는 중범죄자이옵니다."
머뭇거리는 박대감을 향해 근중이 소리쳤다.
'이것들 뭔가 좀 알고 있구나. 그런데 여기서 모두 잡아들이면 내가 의심받겠지? 그래. 아직 전면전은 아니야.'
"뭣이? 그 말이 사실인가?"
박대감은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산비초는 뒤통수라도 맞은 듯 황당하여 얼빠진 얼굴이 되었다.
"유.. 윤대감님?!"
"뭐냐? 난 박대감이야. 포졸들은 들으라 저자를 당장 잡아가고 이 분들은 나가는 길을 알려주거라."
'뭐?! 저 영감탱이가.. 으으.'
산비초는 갑작스러운 윤대감의 태세전환에 놀랄 틈도 없이 붙잡히고 말았다.
"이자는 당장 죽여야 마땅합니다. 옥에 가둬도 금세 달아갈 정도로 위험한 놈입니다."
근중이 큰소리로 덧붙였지만 박대감은 그저 자기 할 말만 했다.
"자자, 이제 모두 나가주시오. 곧 입궐해야 하니 바쁩니다. 저런 천하의 몹쓸 놈을 쫓아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허허허."
'이쯤 하면 난 의심하지 않겠지.'
할멈 일행은 곧바로 박대감의 집에서 나왔다. 산비초는 관아로 붙잡혀갔지만 영 개운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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