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겸세의 위기

by Rooney Kim


"윤대감이?!"


“그렇다니까요. 아휴 그 새 새끼들은 힘으로도 안되고 영력으로만 죽일 수 있는 거, 잘 알잖소.. 나참.”


'허어.. 조마구 수십 마리라면 귀마왕도 여럿 잡고 한 나라의 병력이 다 붙어도 안될 텐데.. 판을 이렇게나 키우나..? 윤대감이 감당이 되려나?'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다 해치우려는 것 같아요."


"그러게. 그래 보이네."


"아 형님! 제 얘길 들었으면 뭐.. 대책 같은 거 없수?"


산비초도 답답했는지 길달을 보챘다. 길달은 이무량이 돌아왔다는 걸 말하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아직 돌아가는 판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다.


이럴 때는 조용히 상황을 보는 것이 제일이다.


"나도 기껏해야 중급 도깨비야. 내가 뭘 어찌하겠냐. 조마구 수십 마리는커녕 한두 마리도 버겁다. 어쨌거나 걔네들은 아직 우리 편이잖냐."


"그렇죠. 그런데 윤대감 세력이 더 커지면 하아.. 내 인생도 완전 윤대감 노예로 지내게 될 건데.."


"야, 산비초."


"네.. 아휴."


"섣불리 티 내지 마라. 윤대감한테 계속 협조해. 그리고 이 집 안에서는 더 이상 이런 얘기는 위험하다."


“네이 네이, 그래야죠. 나도 그냥 답답해서 해본 소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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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이, 깜짝이야. 왔구나."


자령은 등뒤로 한가득 짐을 메고 행랑채로 들어왔다.


"그래 이제 대벽 마을은 조용해졌고?"


"소총도 받았고 집도 정리했고 필요한 것들 대충 좀 가져왔죠."


"어, 드디어 왔군요. 반가워요."


선준 역시 오랜만에 보는 자령을 반기며 인사했다.


"누이, 소총도 가져왔당가요?"


행장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자령에게 물었다.


"그래, 내가 이걸 받으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 히히."


자령이 천에 둘러싼 소총을 풀어헤치자 곧 윤기가 흐르는 총열을 가진 소총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풍나무로 만든 총신과 개머리판을 봐. 죽이지 않니? 히히."


잔뜩 흥분한 자령을 보며 귀로는 신기해했다.


'얘가 진짜 소총 때문에 일본에 간 거였구나.'


"화살도 축귀부적을 주물에 태워 녹여 화살촉으로 만들면 축귀를 할 수 있잖아요? 총도 똑같아요. 탄알을 녹여 만들 때 부적을 넣으면 강력한 축귀 기물이 되죠."


"그래서 그걸 꼭 받아온다고 한 거냐?"


"그럼요 아빠."


"아무튼 너도 이제 축귀에 관심이 많아졌구나. 다행이다. 어릴 땐 그리도 싫어하더니만."


"제가 보고 자란 게 있잖아요. 엄마도 그렇고.."


그러자 귀로는 괜히 헛기침을 했다.


"일단 윤대감을 잡자. 어떻게든 되겠지."


"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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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 하악. 헤엑 헤엑'


천검 일행의 흔적을 좇아 밤마다 십 수개의 산을 넘던 월화와 수비의 호랑이 일행은 어느새 한강 이남 둔치까지 도착했다.


'월화, 천검이 느껴져?'


'한강을 건넌 것 같아.'


'그럼 우리는 언제 가면 돼? 그런데 정말 우리가 필요하긴 한 거야?'


월화는 수비를 비롯하여 십수 마리의 호랑이 무리를 끌고 왔다. 사실 무리의 우두머리는 수비다. 전에 산비초가 마인 떼를 불렀을 때에도 백여 마리의 호랑이를 끌고 온건 수비였다.


'의리만으로 또다시 모두를 움직이는 건 힘들어.'


수비의 말에 월화도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몇몇은 거부감도 보였어. 인간인 데다가 착호갑사들이니.. 무슨 말인지 알지?'


'응.'


한강 이남에서 한양 도성과 주변을 살피던 월화는 인왕산부터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산세를 살폈다.


'퍼덕. 퍼덕.'


그때였다. 꽤 멀리 있는 목면산 중턱에서 무언가 커다란 새가 한 마리 날아오르는 게 보였다.


‘뭐지, 저렇게 큰 새는..?'


월화는 새의 움직임을 쫓았다. 새는 점점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점점 다가올수록 녀석의 크기가 실감 났다.


'저건.. 그냥 새가 아니잖아?!'


월화는 당장 수비를 흔들어 깨웠다. 며칠 밤낮을 달려온 터라 수비를 포함한 모두는 나무둥지와 바위틈에 숨어 곤히 자는 중이었다.


'저것 좀 봐..!!'


수비는 졸린 눈을 억지로 뜨곤 월화가 말한 곳을 바라봤다.


'..응?! 월화, 엎드려!'


'퍼더억. 퍼더억. 퍼더억.'


커다란 새는 곧 그들을 못 본 체 지나갔다.


열자에 가까운 몸집을 가진 수비보다도 서너 곱절은 큰 크기. 작은 호랑이는 한입에 삼킬듯한 거대한 부리. 붉은빛이 번득이는 서슬 퍼런 눈.


‘조마구잖아..?!’


월화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이 왜 한양에 있지? 이제 조마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지 않나? 그새 태어난 건가? 설사 있어도 절벽이나 골짜기에만 살잖아..? 큰 마을에는 얼씬도 못할 텐데.'


'모르지. 시간도 많이 흘렀고. 전설적인 축귀사들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니.'


'위험한 징조야. 조마구는 호랑이도 잡아먹잖아?'


'그렇지. 저기 저 산, 저 산 중턱에서 날아올랐어.'


'우리도 마냥 대기하기엔 위험하겠네. 참, 천검의 체취는 찾았어?'


'저 아래 강둑에서 끊겼어. 배 한 척에서 천검과 같이 있던 사람들의 냄새가 나더군.’


'그럼 강은 무조건 건너야 하네.'


'동이 트기 직전에 건너자.'


'건너가면 우리가 숨을 곳은 있고?'


'왼편으로 바위산(인왕산과 그 일대)이 있어.'


'좋아. 그럼 그전에 난 먹을 걸 좀 구해올게. 다른 녀석들이 일어나면 배가 몹시 고플 거야.'


'응. 고마워.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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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겸세야. 너 배 안 고프냐? 히히.'


'고파도 내가 고프지 니가 고프냐.'


'니가 쓰러지면 안 되니까 그렇지. 넌 체력도 좋다 벌써 사흘째 밤낮으로 걷기만 하냐?'


'이렇게 가야 내일쯤 한양에 도착하잖냐.'


'꼬르륵.'


하루종일 굶은 겸세도 배가 고픈지 배에서 소리가 났다.


'거봐. 차라리 그거 다 먹고 밤에 날아서 가면 되잖냐.'


'이제 꼬박 하루만 더 가면..'


'그럼 차라리 남은 음식 다 먹고 그 힘으로 날아가. 한양에 가면 그 할멈이랑 정법이 밥은 먹여주겠지.'


하긴 그도 맞는 말이었다. 윤대감인가 하는 작자를 처치하는데 도움을 달라고 한 게 그들이니 밥도 주고 재워주지는 않을까 하는 정도의 기대감은 있었다.


‘그럴.. 까?'


겸세 역시 이무량의 생각에 동의했다. 밤이 깊은 데다 체력도 떨어졌고 무엇보다 배가 너무 고팠다.


'얌냠. 쩝쩝.'


겸세는 준비해 간 누룽지와 엿을 꺼냈다. 아껴둔 곶감도 하나를 남기곤 다 먹어버렸다.


"이무량, 나 니가 시켜서 먹는 거 아니다. 나도 그냥 밤에 날아서 가버리는 게 편하니깐.."


'크크크. 웬 혼잣말이냐. 혹시 민망하냐? 내 말 들어서?'


'으이구. 내가 말을 말지.'


겸세는 하늘을 날게 되면 떨어질 만한 것들은 모두 보따리에 넣어 세게 묶었다.


'그럼 가볼까?'


'휘이익-'


겸세는 순식간에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달이 밝은 밤이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웬만한 산보다는 갑절로 높게 날아올라야 했다.


'어우야. 춥다..'


'그러게 내가 솜옷을 하나 더 걸치랬잖냐.'


겸세는 구름 사이로 옮겨가며 최대한 몸을 숨겼다. 사람들 눈에 띄어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늘을 날아 가로질러가니 확실히 빨랐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틀은 꼬박 더 걸릴 길을 달이 지기 전에 끝낼 수 있었다.


겸세는 그렇게 구름 사이를 오가며 한양을 향해 날아갔다.


'어, 저게 뭐야?'


바람보다 빠르게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던 겸세의 눈앞에 까만 무언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이무량, 너도 저거 보여?'


'응? 아 뭔데 귀찮게.'


'저기 앞에 날아오는 거 말이야.'


겸세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날아오는 거? 하늘이니까 새겠지 뭐.'


'커. 점점 다가올수록 엄청 커져.'


'그럼 뭐 독수리거나.'


'우와악..!'


겸세의 눈에 그 형체가 눈에 선명할 정도로 가까워지자 겸세는 위협을 느껴 급하강했다.


그러자 큰 새는 곧장 겸세가 날아온 방향까지 쫓아 날아왔다.


'왜 그래? 독수리 아냐..?'


"으아아아아!"


불길한 예감에 뒤를 돌아본 겸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큰 새가 자신을 향해 몸을 틀더니 곧장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엄청 커! 겁내 크다고!!'


날개를 펼친 길이가 서른 자도 넘었고 부리의 크기는 겸세를 삼키고도 남을 정도였다.


'슈와아아아악-'


겸세는 산골짜기로 급강하했다가 다시 급상승하며 진로를 변경했다.


'저렇게 큰 녀석은 이런 비행을 못 따라오겠지?'


겸세는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옳지. 사라졌네. 후우..'


겸세가 안심한 얼굴로 다시 앞을 돌아보았다.


'으아앗..!'


사라진 줄 알았던 그 새는 이미 겸세의 방향을 읽고 앞질러 날아가 집채만 한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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