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화 호랑이 지원 부대

by Rooney Kim


'끼에에에에-!!'


흑조마구의 구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스무 마리도 넘는 조마구들이 넘치는 기운으로 퍼덕이며 달려왔다.


"쏴라. 최대한 많은 화살을 퍼부어!!"


'휙 휙 휙. 휘휘휘휘휙-'


'탕. 타앙. 탕탕. 탕.'


자령과 천검 일행은 현란한 솜씨로 총을 쏘고 화살을 날렸다.


아직 약한 개체 몇몇은 이에 넘어지고 나가떨어졌으나 대부분의 조마구들은 무서운 속도로 맹렬히 달려왔다.


"모두 칼을 꺼내라! 먹히면 혀와 입천장을 찔러..!"


천검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갔다. 조마구 하나가 천검을 쪼았으나 잽싸게 피했다.


'쑤욱. 팍'


'꾸르르.'


천검의 칼에 찔린 녀석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칼이 통한다. 육탄전에 대비.. 으윽"


천검이 뒤돌아 말하는 사이 흑조마구가 달려와서 천검을 통째로 입에 넣어버렸다.


“형니임!!!”


"으으.. 이야아!!"


'푹. 푹'


천검은 먹히자마자 조마구의 혀와 입천장을 단검으로 수차례 찔렀다.


"형니임! 형님!! 이 새 새끼가 죽으려고!!"


진둘은 천검이 먹히는 걸 보자마자 소리치며 달려왔다. 말봉과 병팔이 그 뒤를 이었다.


진둘은 천검을 삼킨 조마구의 왼날개에 뛰어 올랐다. 아무래도 녀석을 날아가지 못하게 할 심산이었다.


'푸드덕. 푸드덕.'


'퍼억. 쿵.'


'으으윽.'


하지만 집채만 한 조마구가 날개를 퍼덕이자 도로 튕겨 날아가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천검의 부하들은 무모할 정도로 조마구에게 달려들었지만 녀석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천검 역시 놈의 입안에서 계속해서 칼을 찔러댔다. 하지만 녀석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야이 괴물 새 새끼야! 우리 형님을 내놓아라! 내가 널 죽여버리겠다!"


말봉이는 근처 바위에 올라가 쌍검을 들고 높이 뛰어오르더니 흑조마구의 등에 올라탔다.


'푹푹. 푸우욱. 푹푹푹-'


말봉이의 눈은 반쯤 돌아있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천검이 먹혔으니 미쳐 날뛸 만도 했다.


"뱉어 이 자식아!! 우리 형님을 뱉어, 차라리 나를 먹어 이 새끼야 아..!!!"


말봉이 흑조마구의 등에 올라타고 진둘과 병팔이 녀석을 정면에서 맞서는 동안 다른 일행들도 각성한 조마구들을 상대하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으윽. 이 놈은 고통도 못 느끼나? 아니면 괴물이라 이 정도는 아픈 것도 아닌가?'


천검은 흑조마구의 입천장과 혀를 사정없이 찔러댔지만 녀석은 천검을 삼키려 했을 뿐 뱉지 않았다.


'중검..! 중검으로..'


흑조마구가 천검을 삼키기라도 하려는 듯 입천장과 혀를 밀착시켰다.


천검은 서둘러 중검을 꺼내 찌를만한 곳을 찾았다. 까딱 잘못하면 곧장 삼켜질 판이었다.


'이 자식.. 어디를 찔러야 하는 거야..'


천검은 녀석의 목구멍이 보이는 쪽으로 돌아앉았다. 가끔 벌리는 입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입안의 위치와 구조를 비췄다.


'옳지. 저기다!!'


천검은 녀석이 자신을 삼키려 할 때 혀를 굴려 넘기는 힘을 이용해 중검으로 흑조마구의 식도 입구를 찔렀다. 녀석은 움찔하며 삼키기를 멈췄고 고통스러운지 더 이상 혀를 구르지 않았다.


'끼르르르르르륵-'


'됐다..!'


천검은 당장 삼켜지는 일은 면했다. 하지만 여전히 녀석은 입을 벌리지 않았다.


사방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정법과 귀로는 양손에 영력을 가득 채우고 조마구들과 육탄전을 벌이고 있었고 자령은 여기저기 소나무와 바위를 오가며 총탄과 화살을 날렸다.


'이런 너무 늦었나..?!'


월화는 목면산의 입구에서부터 천검의 강력한 체취를 맡았다.


'여기다! 위에 큰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


월화가 수비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수비가 자신이 데려온 다른 호랑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산의 중턱에 우리가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는 조마구다. 엄청나게 큰 새지. 목표는 아무도 죽지 않고 새들을 죽여버리는 거다. 알겠지?'


'크아아아아아앙-'


'쿠와아아아아아앙-'


여기저기서 호랑이의 거센 포효가 튀어나왔고 이에 산 전체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가자!'


월화와 수비는 가장 전방에서 바람처럼 뛰어 올라갔다.


'천검님. 제발 무사하세요. 제발.'


"내놔라. 이 새 새끼야! 우리 형님을 뱉으라고!"


말봉은 여전히 흑조마구의 등이 올라타 버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흑조마구가 번쩍하고 튀어 올랐다.


"으허억..! 아악.."


말봉은 흑조마구의 몸놀림에 손쓸 틈도 없이 뒤로 날아가 고꾸라지고 말았다.

‘휘휙. 휘이익’


월화와 수비가 조마구떼 사이를 뛰어다니며 약한 개체를 물어 저지하는 사이 다른 호랑이들이 속속들이 전장 곳곳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끼에에에에-'


'끼르르르르-'


아무리 조마구라도 여덟 자에 가까운 넘는 호랑이가 서너 마리씩 덤벼들어 날개와 배를 물어뜯자 날아나기 시작했다.


몇몇은 벌써 쓰러져 버둥거리는 놈도 있었다.


"호랑이들이 우리를 도우러 왔다! 계속 쏴라!"


정법이 사방을 돌아보며 사기를 북돋았다.


"월화, 여기야, 여기. 이 새카만 흑조마구가 천검 형님을 삼켰어!!"


말봉이 월화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가뜩이나 천검을 찾던 월화는 그 소리에 곧장 흑조마구에게 달려갔다.


'크르르르르.'


'천검님..! 천검님의 냄새야!'


월화는 흑조마구의 부리를 노려본 후 곧바로 달려들었다.


'크와악-'


흑조마구의 얼굴에 달라붙은 월화는 녀석의 콧잔등과 눈아랫살 등 물어뜯을 수 있는 곳은 모조리 뜯기 시작했다.


'끼에에. 끼르르르르-'


흑조마구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했는지 연신 부리를 흔들어댔다.


그러자 흑조마구의 얼굴에 매달려있던 월화가 곧장 옆으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이를 본 수비가 흑조마구에게 잽싸게 달려왔다.


'쭈우우우욱. 펄럭-'


덩치 큰 수비까지 달려오는 걸 본 흑조마구는 갑자기 날개를 펼쳤다.


흑조마구의 날개는 대략 기와집 두채만큼 엄청난 크기로 상당한 위압감을 자랑했다.


'휘이익-'


'파악-'


수비가 흑조마구에게 뛰어오른 순간이었다. 흑조마구가 오른 날개로 수비를 후려쳐서 가볍게 날려버렸다.


'퍼어억- 쿠당탕탕탕-'


하지만 수비는 곧장 일어나 몸을 털더니 다시 흑조마구에게 달려갔다.


“천검 형니임! 호랑이들이.. 호랑이들이 또 우리를 도와주러 왔습니다."


말봉이 월화 일행을 보더니 흑조마구를 향해 소리쳤다.


'휘이익, 휘이익.'


월화와 수비는 흑조마구의 공격의 흐름을 읽었다는 듯 갈지자로 달려가다가 동시에 녀석의 몸에 뛰어올라 탔다.


'이놈이 천검님을 삼켰어. 어서 구해야 해..!'


월화는 흑조마구의 목덜미를 물었다. 수비는 녀석의 왼 날개를 물어뜯었다.


'으드득.'


'꽈드득.'


흑조마구는 예상치 못한 호랑이의 습격에 당황했다. 인간들을 먹어치우러 왔다가 생각보다 껄끄러운 상대를 여럿 만난 것이다.


다른 호랑이들도 뒤에 있는 조마구들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조마구들은 역시 아직 초짜라 그런지 호랑이의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이 녀석, 몸이 얼마나 강한 거냐..?'


천검은 흑조마구의 식도 입구에 찔러 넣은 중검으로 발을 디딘 채 단검으로 사정없이 녀석의 혓바닥을 찔러대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한참을 버티던 흑조마구가 이제야 고통을 느끼는지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월화와 수비에게 둘러싸여 괴로워하는 흑조마구를 본 귀로가 녀석에게 달려갔다.


'아직 부리 안에 천검이 있다. 천검을 구하려면 지금이 적기야.’


"받아라! 관통권(貫通拳. 일반 주먹질과 달리 한쪽 주먹에 영력을 모아 발산하는 권법의 하나)!"


귀로는 오른 주먹에 온몸의 영력을 잔뜩 모아 흑조마구의 부리에 날렸다.


'빠각-'


꽤나 청량한 소리와 함께 흑조마구의 부리 옆쪽이 박살 나고 말았다.


'됐다. 통했어..!'


월화와 수비 역시 더욱 공격적으로 녀석을 물고 늘어졌다.


흑조마구가 당황하자 다른 조마구들 역시 어쩔 줄 몰라했다.


"지금이요. 정법 형님!"


정법은 다시 귀멸구를 모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귀로처럼 근거리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이잇..!"


정법 역시 주먹에 영력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그리고 곧장 흑조마구의 박살 난 부리에 한번 더 강력한 주먹을 날렸다.


'퍼어억. 빠가아아악.'


'케에엑-'


흑조마구는 정법의 연이은 주먹을 맞고 고통스러운지 그만 천검을 뱉어내고 말았다.


'털썩.'


"형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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