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옥중 격투

by Rooney Kim


“아니.. 이, 이럴 수가..?"


‘한방.. 한방에 모든 조마구들을 다..? 겸세 저자의 몸에 정말 이무량이 깃든 게 맞긴 한가 보네..’


귀로와 천검 일행은 물론, 대이무량 전(대악귀전)의 한 축이었던 정법마저도 겸세의 뛰어난 영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겸세는 사방을 둘러보며 혹시라도 살아남은 조마구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야아, 너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제대로 다 겨냥했구나!’


겸세는 이무량의 칭찬에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졌다. 파멸공의 경우 눈으로 다수의 목표물들을 확인한 뒤 정확하게 가격해야 했기에 자칫 잘못하면 같은 편에게 피해를 줄 수 도 있었다.


“고, 고맙소. 대단하군요. 정말.”


귀로가 겸세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요..?”


정법 또한 겸세를 바라보며 인사했다.


“한양에 온 뒤에 마침 인왕산에 있었는데 여기에 조마구떼가 날아다니는 걸 봤죠.”


“아니.. 그 멀리서 조마구들을 분간하셨다니요..?”


“아.. 실은.. 어제 한 녀석을 타고 왔습니다. 하하.”


“네..?”


겸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일러주자 다들 기가 막히다는 듯 웃었다. 겸세 덕분에 모든 상황은 완전히 정리되었다.


“형님, 저희는 진둘이를 구조하러 가겠습니다!”


“그래, 빨리 가보거라!”


물봉과 병팔이 산성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천검은 곧 월화와 수비에게 다가갔다. 수비는 등에 큰 상처를 입은 채 누워있었다. 살아남은 다른 호랑이들도 헐떡이며 뻗어있었다.


“다들 너무 수고 많았다. 월화야, 수비야 너무나 고맙고 미안하구나.”


월화 안심한 얼굴로 천검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은 채 그르렁거렸다. 천검은 그런 월화의 목덜미와 가슴팍을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우리를 도와주려다 애꿎은 호랑이들이 다섯이나 죽었어. 이를 어찌 갚아준다..’


“그런데.. 이 호랑이들은 뭐죠..?? 인간들을 도운 건가요?”


겸세가 귀로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네, 저기 착호갑사인 천검이랑 이 호랑이 무리의 우두머리랑 친분이 있나보더군요.”


“착호갑사가 호랑이랑 친분.. 이라고요?”


“이 녀석이 어릴 때 제가 구해줬습니다. 어미를 잃고 굶어 죽어가고 있었죠.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모습이 여간 안쓰러웠죠. 어느 정도 자라고는 다시 산으로 보냈는데,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어찌 저를 찾아내서 이렇게 도와주네요.”


“우와.. 그것 참 신기하네요. 그럼, 녀석은 천검님을 부모로 여기는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요. 사실, 전 이 녀석이 제 자식 같습니다. 허허. 그나저나 수놈인 수비 녀석이 크게 다쳐서 큰일이네요. 우리 거처로 데려가서 치료해 주고 밥도 먹었으면 하는데.. 아무리 밤이라 해도 포졸들의 눈에 띄면 분명히 공격받을 텐데···”


“둘 말고도 뒤에 호랑이가 열은 더 있는데요?”


겸세의 말에 천검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형님! 진둘이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팔과 다리가 좀 부러졌고 살아있습니다!”


말봉이가 헐레벌떡 달려오며 알려주었다. 이에 천검은 월화를 잠시 바닥에 내려두고 말봉이에게 달려갔다.


“헥헥.. 지, 지금 산 아래에서 병팔이가 부축하고 올라옵니다.”


천검은 고민했다. 우선 진둘이가 먼저 용상이 집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곧 정법이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는 다시 용상이 집으로 돌아갑시다. 다들 너무 지쳤고 다쳤으니 회복이 급선무죠.”


천검은 여전히 고민스러웠다.


‘호랑이들은 어쩐다. 여기에 두면 수비는 크게 악화될 텐데.. 어찌 데려갈 방법이.’


“아 그럼 제가 호랑이들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죠? 집 위치만 알려주시죠.”


겸세가 마치 천검의 고민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듯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큰 호랑이들을 모두 데려간단 말이오? 아무리 어둡다고 해도 필시 누군가의 눈에 띌 텐데..”


그러자 겸세가 손가락을 하늘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하늘? 무슨 말이오.”


“제가 요 녀석들을 데리고 날아갈 테니 얼른 위치나 알려주시죠. 아, 대신 한 명 정도는 저보다 먼저 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갑자기 그분의 집 마당에 호랑이 열두 마리를 데리고 나타나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겸세의 뚱딴지같은 소리에 모두 놀랐지만 아까 보여준 영력을 보면 딱히 못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정말이오..? 그, 그렇다면 정말 좋은데..”


천검은 곧바로 월화에게 다가가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월화는 겸세를 한 번 쳐다본 뒤 수비와 다른 호랑이들을 향해 그르렁거리며 무언가 전달했다.


호랑이들 모두 몹시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 군말 없이 월화를 따랐다.


‘인간의 집에 가서 치료를 한다고..? 모두 믿을 수 있는 거겠지?’


수비가 월화에게 물었다.


‘응. 천검님의 친구들이라 괜찮을 거야.’


겸세는 호랑이들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그리고 오른 손바닥을 펼쳐 슥하고 호랑이들을 훑었다.


“그럼 가볼까?”


겸세가 하늘로 날아오르자 호랑이들도 동시에 허공에 떠오르더니 곧장 겸세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난생처음 겪는 공중 부양에 몇몇 호랑이들은 두려움의 소리를 내질렀지만 월화가 이내 안심시켰다.


“자, 우리도 빨리 갑시다. 귀로는 축도장으로 먼저 가서 모든 상황을 좀 알려주시오.”


“그러지요.”



“들어가.”


“이것 놔. 놔야 들어가지!”


산비초는 옥에 갇히는 순간에도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포졸들은 그저 포졸장이 시키는 일만 할 뿐이라 혹시라도 산비초가 그들을 기습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털썩’


“에이, 나중에 나 나가면 두고 봐. 너네들 다 기억해 뒀다. 낄낄. 나 이래 봬도 머리가 아주 좋거든.”


산비초는 옥 바닥에 양반다리로 앉은 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거참, 되게 시끄럽네.”


그러자 옥의 구석에 앉아있던 누군가가 혼잣말로 투덜댔다.


“응? 뭐야.”


옥 안에는 서너 명의 사내들이 있었는데 모두 등을 돌리고 누워있었다.


“누구야?”


“시끄럽다고. 산비초 새끼야..!”


산비초는 옥 안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내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뭐야, 너 이 새끼 나 알아?”


급기야 산비초는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엎드려있는 자에게 다가갔다. 어깨와 팔뚝을 보니 키와 덩치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하아, 나참. 이 천하의 산비초를 알면서도 그렇게 불러?”


산비초는 사내 주위에서 어슬렁거렸다. 사실 고을의 천하장사라고 해도 산비초에겐 상대가 안되었다.


“보아하니 기껏해야 어디 장사 출신이거나 죄를 지은 무인이면서, 같이 옥에 갇힌 주제에 어디 명령질이야.”


‘휘익, 팟.’


산비초가 사내의 목덜미를 잡자마자 사내는 버럭 일어났다. 그리고 잽싸게 산비초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 옥 반대편까지 밀고 가더니 동시에 산비초의 발을 걸어 뒤로 자빠트렸다.


‘쿠당탕.’


“으아앗.. 뭐야, 이 새끼가..”


가뜩이나 몸도 성치 않은데 사내가 예상외로 강한 힘으로 밀어붙이자 산비초는 그만 뒤로 넘어간 것이다.


‘이 미친놈이?’


하지만 산비초는 이대로 당할자가 아니었다. 녀석은 곧장 뒤로 한 바퀴 구른 뒤 그 반동으로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옥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우당탕 쿵쾅.’


이번에는 산비초가 사내를 번쩍 들어 뒤로 넘겨 날렸다. 하지만 사내 역시 권법에 출중한지라 양팔로 디디며 낙법으로 대응했다.


‘휙휙. 파악’


사내는 곧장 뒤를 돌아 산비초에게 주먹을 날렸다. 두어 번을 피한 산비초는 생각보다 빠른 사내의 주먹을 반사적으로 막았다.


‘보통내기는 아니네. 그래도 내 몸이 정상이었으면 당장에 아작 냈는데..’


‘파아앗-‘


사내는 왼 앞발차기를 날린 후 산비초가 이를 막는 틈을 타 다시 왼발을 디디며 오른발 회축차기를 날렸다.


‘퍼어억-‘


“크아압..”


‘크크. 내 그럴 줄 알았지.’


산비초는 사내가 엇박의 공격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곧바로 오른발 돌려차기로 회축을 돌고 있는 사내의 가슴팍을 먼저 차버렸다.


‘쿠당탕.’


사내는 산비초의 강력한 돌려차기에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곧바로 대응하려 했지만 산비초가 바로 사내의 배위로 올라탔다.


“누구냐? 도대체 누구길래 날 알아?”


산비초는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사내의 옷깃을 잡았다.


“에잇!”


‘빠아악-‘


순간 묵직한 타격음이 옥 안을 울렸다. 사내가 방심한 산비초의 옷깃을 번개처럼 움켜쥐더니 머리를 끌어내려 그대로 박치기를 한 것이다.


‘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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