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oney Kim Jul 14. 2018

onthespot_11_요즘 10대는

진로체험수업에서 만난 29명의 중2 친구들. 요즘 아이들의 삶과 생각.

요즘 10대들, 요즘 학생들


우리는 지극히 좁은 개개인의 시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남을 평가하고 이를 선택적으로 지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들만 받아들이며 또 이를 편향적인 사고를 통해 쉽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바로 이렇게.


'요즘 것들은 버릇없고 개념도 없으며 예의를 몰라. 나때는 말이지. 우리때는 말이야. 아우, 정말.'


세대차이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역사적으로 '요즘 것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불만은 로마시대에도 있었으니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현상이 세대에 세대를 거듭해 발생하는 이유는 극소수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성급하게 내린 결론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각 세대)에도 예의바른 아이, 개념없는 아이는 있었으며 일찍 철든 아이와 아주 늦게,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철이 안 든 사람도 있다. 즉, 세대를 평가하고 받아들이는건 단순히 몇개의 케이스나 개개인의 경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고양 신일중학교 전경. 작가 진로체험특강을 실시하며 빛나는 학생들을 만났다.

나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18년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2년전 중학교 2학년이었던 내가 최근 중학교 2학년들을 대상으로 '작가'관련 진로체험 특강을 하게 되었다. 중학교 2학년들, 종종 '중2병'이라는 우스개소리와 함께 농담반 진담반으로, 격변의 사춘기를 겪으며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또 자신의 거대한 세계관과 일반세상의 차이를 인지하며 성장기 반항과 저항의 아이콘이 된, 인터넷과 TV쇼에서 자주 회자되는 바로 그 '중2' 말이다. 사실, 좀 걱정되기도 했다. 중2를 대상으로 수업을 하게되면 수업에는 얼마나 집중할지 그리고 또 얼마나 나를 잘 따라올지 혹은 말도 듣지않고 반항하는 친구는 없을지 이런저런 자잘한 걱정을 안고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걱정은 수업 시작과 동시에  봄날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고양신일중학교내 각반에서 모인 총 29명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나의 요청에 따라 모두 '글을 쓰고 싶은 이유'에 대해 발표 하고 자유 주제, 자유 형식으로 실시한 글쓰기 실습 역시 95%의 학생들이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글들은 모두 정독후 학생 개개인의 성향, 특성, 가능성 등을 토대로 글을 써낸 학생 모두의 진로결정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쓴 뒤 학교측으로 전달했다.


학생들의 작품. 이 시대 중2들의 소중한 결과물이자 우리의 빛나는 미래다.

작가를 꿈꾸거나 책, 콘텐츠를 읽고 보는걸 즐기며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2가 썼다고 보기엔 예상보다 수준이 높은 글을 썼다. 어떤 글은 귀여웠고 어떤 글은 공감가며 가슴 아프기도 했고 또 어떤 글은 기성작가의 글마냥 깜짝 놀랄만큼 뛰어난 감성으로 짧은 시간동안 저마다의 표현 능력을 뽐냈다.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아이들은 학교, 학원, 공부 등에 떠밀려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글도 쓰고 글쓰는 모임도 가지고 사람들과 공유하며 조금씩 자기의 갈길을 개척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어리지만 어리석지 않았고 막연하지만 서두르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자기가 뭘 원하고 뭘 하고싶은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냥 부모님이 시키니까, 선생님이 하라니까 하는 공부나 생활 속에서도 자신의 취향, 성격, 개성, 능력, 가능성을 어떻게 뽐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며 이를 통해 원하는 삶을 사는 어른이 되길 바랐다. 90분의 짧은 강의였지만 학생들에게서 그런 열정이 느껴졌고 고맙게도 그걸 적극적으로 보여줬다.


열심히 작문중인 학생들. 모든 학생들이 작가의 열정을 보여줬다.


요즘 중2의 이야기, 글 속 가득한 그들의 참모습


그래서 학생들의 개인정보는 숨긴채 그중 몇개의 글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어리고, 때론 버릇없고, 철이 들려면 멀어보이는 중 2'학생들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른이 되는 과정에 있고 몇몇은 성인보다 더 나은 배려심, 감성으로 시대를 풍자할줄도 알고 일침을 놓을 줄도 알았다. 지금 이 시대의 어린 학생들은 우리 생각보다 우리 기대보다 더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으며, 이미 알아서 잘 크고 있는 중이다.



1. 제목: 나는 / 장르: 시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김서* 학생



나는 김서*이다

나는 15살 중학생이다

나는 생긴 게 평범하다

나는 다 평범하다


나는 특별히 잘 하는게 없다

와 하고 칭찬 받을 게 없다

나는 나이다

그래도 나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한다

그래서 "어쩌라고"



나의 생각: 굉장히 적극적이고 발표력이 좋으며 리더십이 보였던 이 학생은 이미 팬픽, 빙의글 등 매니아층을 노린 글을 쓰며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했다. 굉장한 에너지와 매력, 능력을 가진 친구가 자기 스스로를 낮추며 별다른 능력이 없다고 넋두리를 늘어놓는게 재미있으면서도 '그래도 나는 이세상에 하나뿐'이라며 스스로 주눅들지않고 자존감을 가지고 세상을 밝게 바라보는 모습이 멋지고 당당해 보인다.



2. 제목: 개미 / 장르: 시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금도* 학생


개미는 불쌍하다

살기위해서

거대한 세상으로 나가

일만하다가

자기들보다 몇천 배 큰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여 죽는다


우리는 불쌍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매일 밖으로 나가

공부만하다

수많은 숙제에

이리저리 치여

매일 조금씩 지쳐간다



나의 생각: 일만하다 죽거나 사람들에게 밟혀죽는 개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돈을 벌기위해 일하는 현대인과 숙제에 이리저리 치여 지쳐가는 학생(자신)에 비유한 풍자가 돋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은 꽉막힌 교육 시스템내에서 원하는 꿈보다는 '학업과 진로'라는 장벽을 넘느라 주변은 둘러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런 마음이 이해되어 안타깝고 그런 우리(현대인, 직장인 등)가 똑같아보여 씁쓸하다.



3. 제목: 무제 / 장르: 시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박도* 학생


지우개는 좋겠다.

아무리 더러워져도 때를 벗기면

다시 하얗게 변하니까.

가방은 좋겠다.

많고 많은 책들 모두 한 품에 안을 수 있으니까.

엄마는 좋겠다.

전날 늦게 자면 다음날 늦게 일어나도

괜찮으니까.

별들은 좋겠다.

(학생이 여기까지 쓰고 시간이 없어서 제출한 듯..)



나의 생각: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학생이다. 지우개와 가방의 당연한 역할을 의인화하여 매번 새롭게 때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는 지우개와 많은 책들을 한 품에 안는 가방이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밝혔다. 게다가 늦게자고 늦게 일어나도 되는 엄마를 보며 밤새 마음껏 원하는 것을 하고도 늦잠을 자고 싶은 귀여운 10대의 마음이 엿보인다. 추가로 별들은 다음에는 어떤 구절을 썼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4. 제목: 어항 속 물고기 / 장르: 시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손연* 학생





어항 속 물고기는 어항에 산다.

더 큰 세상이 있는데도 어항에 산다.

왜 나오지 않느냐고 나는 묻는다.

맹한 눈으로 물고기가 답한다.

"나는 나갈 수 없는 걸"






나의 생각: 인간이 가둔 물고기. 그들의 생각은 알 수 없는 법. 하지만 그런 평범한 것에서 깨달음을 얻은 아이. 세상 밖으로, 더 큰 강으로, 바다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는 물고기의 신세 한탄을 통해 우물 안의 개구리인 자신, 학생들, 인간들의 현실과 이상을 대변하며 우회적으로 풍자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5. 제목: 착한 아이 증후군 / 장르: 시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고연* 학생


늘 착해야 해

여태까지 그래왔으니까


나보다는 남을 더 신경쓰고 아픈데도

아픈게 미안해서 말하지 못하고


말하지 못한 것들은 계속 쌓여 너무 커져버렸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보여서 아무도 몰라

이제 알아줘서 미안하다는 사람들의 말

당신들이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괜찮아요



나의 생각: 배려심 깊은 아이. 이타심 때문에 자기 자신보다는 항상 남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을 어린 15살의 인생을 생각하니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상처와 아픔들은 산보다도 더 커졌지만 이제사 그걸 알아봐주는 사람들에게마저 미안해하지 말라는, 괜찮다는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파고든다. 중학교 2학년 아이에게도 이런 넓은 아량과 이해심이 있다. 애어른이라고? 아니, 이 아이의 성품은 이미 그 누구보다 '어른'이다.



6. 제목: 무제(안경) / 장르: 짧은 글(산문) / 고양신일중학교 2학년 소안* 학생


그날은 안경이 부러진 날이었다.

늦은 밤 아직 문을 연 안경점을 찾아다니면서 어쩌면 모두 다 문을 닫아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아니, 하루쯤은 그렇게 살고 싶었다.

안경을 벗은 채 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굉장히 아름다웠다.

그리고 분명 심란하고 걱정이 가득 찬 마음이여야 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너무나 편안했다.

내가 본 세상은 빛 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려고 하는 수많은 간판들도 그냥 빛이었고

어둠을 무서워했던 나지만 그저 빛을 선명하게 해주는 밤이었다.

갑자기 내리는 비는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그날은 오히려 천천히 걸으며 흠뻑 젖고 싶은 날이었다.

하루만 더 빛으로만 가득하길 바랬던 날이었다.


안경점은 문을 열었었고

그 다음날 또 일상이 반복되었다.


나의 생각: 감성적인 표현력이 굉장한 학생이다. 감히 감성적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우연히 발견한 안경없이 바라본 세상. 뚜렷한 세상만이 진짜라 믿었던 학생은 이 날 빛으로 가득찬 세상을 보게된다. 뿌연 시야가 방해가 아닌 '빛으로 가득찬 세상'이라니. 엄청난 표현과 발견 아닌가. 게다가 사람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간판들 역시 그저 동일한 빛으로 보였다는 표현과 비에 흠뻑 젖으면서도 하루만 더 빛으로 가득한 날을 소망하며 안경없이 불편했던 심정을, 안경점이 모두 다 문을 닫아서 '빛으로 가득찬 세상'을 좀 더 즐기고 싶어한 순수한 마음과 충만한 감성을 표현한 학생의 빛나는 시각이 돋보이는 글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안경점은 문을 열었고 학생은 다시 안경을 고쳤다. 그리고 학생의 바람과는 달리 어김없이 일상은 반복되었고 억지로 현실로 귀소한 자신을 발견한다.


사춘기. 고민과 성장의 시기. 우리의 관심도 필요하고 그들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어른들은 몰라요


문득 나의 중학교 2학년 시절이 떠올랐다.

나역시 어린시절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아 혼자 이런저런 글을 쓰기도 했고 교내 문학경연대회에서 수상하며 내가 썼던 시가 교내에 걸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도 그 뿐이었다. 고등학생이 되기전까지는 학업, 숙제, 고입 등이 내 세상의 전부였지 내 삶에 대해서 타인의 심정에 대해서 그리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나의 중2 시절은 그야말로 우물안의 개구리 였던 것이다.


어른들은 학생들(초, 중, 고등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건강하게 공부만 열심히하고 좋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좋은 직장 또는 직업을 가지길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도 그런 단계를 밟으며 커왔고 그게 정답은 아닐지언정 이 험한 세상을 헤쳐나가는데 '그나마 가장 괜찮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는 곧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 우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뭘 원하며 살고 있는지 우리는 잘 모른다. 심지어 부모님들도 잘 모른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님과 학생들은 대화는 커녕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들과 부모님들이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의 마음은 훌쩍훌쩍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 몇몇은 이미 배려심으로 가득찬 삶을 살고있고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을 동물 등에 비유하며 상징적으로 표현할줄도 알며 힘든 삶 속에서도 스스로 희망을 찾고 그 안에서 숨쉬는 방법을 익혔다.


시대는 변하고 새로운 시대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가치관은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따라서,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이나 반응에 기성세대는 깜짝 놀랄때가 많다. 때로는 버릇없고 때로는 개념 없어 보이는 학생들의 반응은 사실, 기성세대(부모, 학교)의 교육의 문제거나 바뀐 세상에서 자란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수 십년 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가 20~40년 전 자신의 모습과 현대의 아이들을 억지로 비교한 무리한 잣대에 의한 오역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어른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잘 자라고 있다.




-이미지 출처-

메인 이미지

http://valor.co.kr/archives/8171

고양 신일중학교 전경. 작가 진로체험특강을 실시한 곳이다.

http://arch.goeia.go.kr/archmain/?menugrp=cafe&master=home&act=index&cafe_sid=140

사춘기. 고민과 성장의 시기. 우리의 관심도 필요하고 그들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http://www.kimcheon.co.kr/default/index_view_page.php?part_idx=276&idx=35556

청소년들의 밝은 미래는 곧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 우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https://kr.best-wallpaper.net/in-the-summer-forest-sunlight-bright-rays_wallpapers.html


매거진의 이전글 onthespot_07_대도시의 골목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