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_위대한 발견

지구와 인류의 구원을 넘어

by Rooney Kim

한 때 그런 적이 있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조차 쉽사리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비밀스러우면서도 특별한 사명'을 지녔기에 보통 사람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고, 그렇기에, 지구를 위해, 대자연의 균형을 위해 그리고 인류의 구원을 위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정한 모든 것으로부터 내 삶을 절제했고, 때문에, 가끔은 지나칠 만큼 엄격한 잣대로 나를 측정하고 질책하며 자책했었다.


세상에 기여하는 일, 자연이 인간에 의해 아파하지 않고 주어진 순리대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일, 그리고 또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 이런 고민으로 달 밝은 밤은 헤매고, 어둡고 깊은 밤 별들의 심연을 헤아리며 지구를 위한 고민을 시작한 10대의 나를 거쳐, 넘치는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온갖 활동을 하며 헤매던 20대를 지나고, 어느덧 30대가 되자 문득, 어떤 생각이 멈출 줄 몰랐던 나의 발목을 슬며시 감싸며, 달리기만 했던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greg-rakozy-oMpAz-DN-9I-unsplash.jpg 과연 나는 지구와 인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정녕 지구를 위하고, 인간을 향하며, 그들의 구원을 위한 일일까?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일까? 나에겐 남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특별한 초능력이 있을까?’


자연과 인간을 향하던 순수한 열정은 변함없었지만 어느덧, 사회생활에 찌들어 내 통장과 내 책상의 크기에 민감해지고, 대수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숫자들에 예민해지며, 이 숫자에 의해 매겨지는 삶의 위치와, 능력에 따른 보상에 길들여지는 삶이 내 일상을 규정한다는 것을 인정할 때쯤, 내 몸은 망가져버렸다. 이윽고 그렇게 단단하다고 믿었던 멘털(내 정신력)마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지구를 지켜낼 만큼 강력한 초능력과 슈퍼 파워를 지녔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알고 보니 연봉과 직책에 휘둘리고, 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내 의견조차 말하지 못하는, 미움받을 용기조차 없는 그저 평범한 사회 구성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joshua-ness-9iqqFZ7OuwY-unsplash.jpg 알고 보니 나는 나 자신조차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었다.
그렇게 난 내 한계를 깨달았고, 내 능력을 확인했으며, 이것이 내 삶이고, 내 수준임을 인정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 삶 속에서 나를 향한 엄격한 잣대의 원칙에는 변함없었지만 범우주적인 이상향과 지구와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과거의 나는, 사실상, 내 몸과 마음이 망가질 때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아주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나 자신과 내 주변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그렇게 삶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되었다. 이는 아마도 나 혼자만이 겪은 위대한 착각이자, 위대한 발견은 아니었으리라.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인류를 구원하는 원대한 꿈을 가진 아이에서 한 가정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은 한 가정의 남편이 되고 또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렇게 지구와 인류에 대한 기여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저녁에서 더 큰 의미와 행복을 느끼고, 이제, 자신의 삶보다는 자신의 아이가 살아갈 새로운 세상을 아이가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데 전력을 다하며, 인생의 황금기를 여지없이 불태운다.


myles-tan-WNAO036c6FM-unsplash.jpg 내 꿈은 작아졌지만 더 많은 큰 꿈들이 다시 도전을 시작한다.

그렇게 내 세상은 작아졌지만 세상의 꿈들은 더 많아진다. 지구와 인류를 위한 더 많은 도전이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이 ‘위대한 발견' 덕분에 무수히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오늘도 지구와 인류의 안위를 걱정하다 단잠에 빠져든다.


[이미지 출처]

메인 및 모든 이미지: Unsplash https://unsplash.com/search/photos/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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