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갯수, 계산 다 내려놔, 이 순간만큼은 당신도 부자!
지난 주말 TV와 책을 동시에 보던 중 난 왠일인지 갑자기 딸기 생크림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머릿속으로 '당장 먹고싶네, 사러갈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 마침 와이프도 카사바칩이랑 편의점표 왕만두가 먹고싶다고해서 오랜만에 '편의점 투어'를 가기로 했다. 날이 추워서 혼자 나갔는데 종종 이렇게 혼자만의 쇼핑 시간을 가지는 것도 꽤 나쁘지 않았다. 목적지 까지 걸으면서 이런저런 의미없는 잡생각을 하기도 하고 때론,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다녀오면 뭔가 머릿속이 정리될때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투어는 말 그대로 4대 동네 편의점인 'GS25, 세븐일레븐, CU, 이마트24'에 있는 비슷한 혹은 전혀 다른, 해당 편의점에만 있는 유명 먹거리를 몽땅 사오는 '사치스런 쇼핑 행위'로 내가 우리집에서 쓰는 용어중 하나인데 굉장히 오랜만에 투어를 나가려니 약간 설레기도 했다.
편의점 투어: 여정의 시작
#세븐일레븐
여튼 그렇게 편의점 투어를 위해 영하의 기온을 뚫으러 집을 나선 나는 먼저 내 쇼핑 동선 상 가장 가까운 세븐일레븐에 들렀다. 아주 운이 좋게도 딸기생크림 샌드위치와 인기가요 샌드위치가 있었고, 평소 인기가요 샌드위치도 먹고싶었던 나는 이 사랑스런 아이들을 둘 다 사기위해 계산대로 데려갔다. 그러자 편의점주 아주머니왈 '딸기생크림 샌드위치는 나도 구경못했는데 오늘 있었나보네, 평소에는 들어오자마자 나가서 나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호호' 그리고 급 기분이 좋아진 나는 '그러게요. 하하'로 응답후 가격도 보지않은채 결제하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다음 편의점으로 서둘러갔다.
# GS25
다음 편의점인 GS25에 들른 나는 혹시나 다른 버전의 딸기생크림 샌드위치가 있나해서 찾아보던 중 웬걸 세븐일레븐 인기가요 샌드위치보다 거의 2배 가까이 큰 인가 샌드위치가 있는게 아닌가? 그래서 다른 손님들이 편의점주와 잡담을 하는 사이 얼른 집어들고 계산을 치르고 나와버렸다. 역시, 가격을 볼 틈은 없었다. 아니 일부러 가격을 보고 결정하지 않았는데.. 그땐 왠지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편의점인 CU로 출발.
# CU
CU에서는 집밖을 나온뒤 이동 중에 받은 와이프의 미션이 있었는데 마침, 미션 제품이었던 '**왕만두 2+1' 행사가 여전히 진행중이었고 이를 놓칠세라 세 왕만두를 얼른 바구니에 담고 역시 가격을 따지지않고 여유를 부리며 결제하고 나왔다.
# 이마트24
드디어 편의점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이마트24' 와이프의 최초 주문제품인 '카사바칩'과 '왕만두'가 있는 그곳으로 이미 왕만두와 샌드위치로 무거워진 양손을 끌고 들어갔다. 적어도 2봉지 이상은 사오라던 카사바칩은 5봉지도 넘게 있었고, 그 중 4봉지와 함께 냉장고에 있던 왕만두도 2개를 꺼내서 계산대에 올려놨다. 비싼 카사바칩(1봉 2,000원)을 4개나 사고 왕만두까지 함께 구매하는 나를 보며 살짝 미소짓던 점주님의 만족스런 얼굴이 나의 일상의 사치에 정점을 찍어주셨다. 참, 알고보니 카사바칩이 한때 유행했었는지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미 많은 블로거들이 카사바칩에 대한 찬양 포스팅을 했더라. 그리고 결제, 결제 역시 가격은 고민하지 않고 바로 삼성페이로 해결했다.
일상의 사치, 뭐 그게 별거인가?
그렇게 편의점 투어의 마지막 코스이자 가장 많은 비용을 결제한 이마트24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집으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격을 보지도 않고 원하는 걸 마음껏 사는 것이 이런 기분인걸까? 소위 부자들의 쇼핑이라 불리는 '가격은 보지않고 결제만 하는 그런 쇼핑' 말이다. 나는 성격상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성비가 좋지않으면 사지않거나 기어이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찾거나 혹은 다른 매장, 지역에 가서라도 사는 편이라 쇼핑을 할 때 평생을 '제 값'주고 산 적이 거의 없다. 물론, 이런 쇼핑은 거의 혼자하는 편이다. 나와 쇼핑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라면 견디기 힘들테니..
그런데 오늘은 그냥 다 질렀다.
소파에서 TV를 보다 딸기생크림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졌고 와이프의 쇼핑 품목을 포함해서 일일이 가격을 따지기 보단 그냥 물건이 있으면 다 쓸어와버렸다. 게다가 가격은 커녕 계산할때도 그냥 카드로 긁고는 영수증은 보지도 않았다. 네 곳의 편의점을 모두 투어하고 집으로 와서야 얼마나 썼는지 문자메시지로 확인을 했던 것이다. 마치 부유한 사람이 백화점 네 곳을 휩쓸고 와서야 얼마나 썼는지 확인하는 것처럼(아니, 그들은 그러지도 않겠네) '일상의 사치'를 누렸다. 불과 수 개월 전만해도 사업을 접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며 틈틈이 했던 번역알바, 글 알바, 특강 알바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하던 때는 '이번 달엔 5만원이 더 들어오니 주말에 치킨을 먹을수 있겠다!', 혹은 '아, 이번 달은 2.5만원이 비는데.. 담달에 글쓴 돈이 들어오면(몇만원) 그걸로 커버할 수 있겠지?' 등등 매일매일이 돈과의 사투였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할 사치를 오늘 누린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치라고 해봐야 고작 2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물론 2만원이면 힘들던 지난 시절 한참 고민을 하며 쓰던 돈이긴 했다.) 20만원, 200만원을 써도 쓰고나면 남의 것인지라 한 순간 소비의 쾌락으로 사라지는게 돈이기에 사치의 여유와 기쁨은 누리면서도 가계에는 전혀 지장이 안가는 이런 '일상의 사치'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끼고, 모으고, 참고 일하는 자신에게 선물하는게 요즘 시대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그런 선물은 자주 할 수 없고 자주하면 파산할 수도 있으니, 이렇게 작지만 알차고 내 뱃속도 채울수 있는 사치는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그런데 이 날 먹은 왕만두나 샌드위치 때문은 아니었지만, 저녁 무렵부터 배가 아프더니 오한, 설사, 발열이 함께 찾아오면서 배탈 증세가 심해져서 밤새 끙끙 앓아누웠다. 물론, 사치스런 소비로 인한 벌은 아니고.. 아점(브런치)으로 먹은 '오래된 오뎅탕(상온 2일, 냉장고 5일 보관후 취식)에 라면을 넣고 끓인 잡탕면' 때문에 배탈이 난 걸로 추정한다. 그 뒤 속이 좀 안좋아졌는데 이를 안일하게 생각한 나는 소화제와 활명수로 대충 넘기고 거기에 편의점 쇼핑에서 사온 왕만두와 샌드위치를 먹고는 완전 탈이 나버린 것이다. 다행히 다음날 거의 90% 회복하긴 했지만.
아무튼, 이런 아픔과 상관없이 '일상의 사치'는 굉장히 시도할만했다. 자신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편의점, 문방구(팬시용품점), 마트 등에서 한 번 시도해보길 권한다. 어느 날 문득 본능적으로 떠오른 무언가가 있다면 가격은 물론 갯수도 생각하지말고 그냥 이것저것 스윽 다 담아서 그냥 카드를 긁고 나와보시길. 카드에 찍힌 가격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여유로움과 자신의 능력에 감탄하는 순간적인 짜릿함'이 당신의 묵은 피로를 씻어주고 처음 느껴보는 부유함에 그 날 오후는 행복감에 젖을지도 모른다.
자, 이번 주말, 아니 당장 오늘 저녁에도 당신은 부유해질 수 있다. 부자가 별거인가? 이런 일상의 사치에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한 부자가 아닐까?
[이미지 출처]
메인이미지-https://unsplash.com/search/photos/shopping
빠오즈 왕만두 이미지-http://happy2gether-1s.tistory.com/10
편의점 이미지-http://hotelhaven.co.kr/m/facility_03.html
인기가요 샌드위치 이미지-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448562&memberNo=37064204
딸기생크림 샌드위치 이미지-http://www.doopedia.co.kr/m/photobox/gallery/gallery.do?_method=view&GAL_IDX=160328001004195&index_num=0
두바이 이미지-https://www.azamaraclubcruises.com/dk/blog/dazzling-extravagant-dub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