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요. 사실, 괜찮지 않다는 걸
# 정말 괜찮으세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괜찮은 척, 담담한 척, 이겨낼 수 있는 척 살아가고 있다.
'혼자 사는 게 제일 편해요. 정말이라니까요. 얼마나 자유로운데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깔끔한 소파에 앉아 마시는 맥주 한 캔의 행복을 아세요? 다른 건 다 필요 없어요.'
'이것저것 신경 쓸 것 없이, 내 생각만 하고, 내가 원하는 것만 할 수 있는 시간들, 멋지지 않아요?'
'이 프로젝트 끝나고 해외여행 갈 거예요. 그거 하나면 돼요. 스스로 힐링하는 방법이랄까요?'
'뭐, 가끔은 친구도 만나고, 가족도 만나고, 그런대로 이래저래 교류도 하면서 지내다 보면 아무 문제없어요.'
이처럼 스스로 만들어놓은 여러 장치들 덕분에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 학업에서 오는 압박감, 관계 속에서 얻게 되는 분노와 소외감 등 삶이라는 대명제가 엮어놓은 장애물들을 잘 극복하며 살아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정말 스스로 믿는 대로 수많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견딜만하고, 안전하고, 자유로울까? 나는, 당신은, 정말 지금 괜찮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로가 필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계급차로 인한 갈등, 전쟁의 고통, 혁명 등 각 시대의 굵직한 사건들은 지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 너머,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무게와 스트레스의 정도를 ‘개인’의 안녕과 안위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개인이, 사회적인 구조, 온라인/오프라인의 복잡한 규율과 수많은 관계망, 넘쳐나는 기회보다 더 넘치는 절망 등 과거의 개인에 비해 더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라고 외치는 자신의 마음 한구석을 들여다보고 ‘정말?’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어보면, 아마도 사실은 괜찮지 않은 순간, 특정한 시간, 그런 때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이 당신의 그런 순간, 즉, 위로가 필요한 일상일 수도 있다.
# 1
어느 게시판에서 읽은 사연이다. 한 50대 가장이 사업이 망하고 빚더미에 앉게 되면서 연쇄적으로 들이닥친 주변의 여러 압박에 절망하여 목숨을 끊을 작정을 하고 번개탄을 사서 지방 어디론가 운전하며 내려가고 있었다고 한다. 온통 절망적인 생각에 죽음만을 생각하며 운전 중이었는데, 평소에 틀어둔 라디오(컬투쇼)에서 흘러나온 유쾌한 사연에 피식 웃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차를 세우고 어리석었던 생각을 접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위로도 아닌, 자신을 위한 특별한 라디오 사연도 아닌, 그저 누군가의 재미있는 사연 중 하나였을 뿐이다.
# 2
또, 한 유명한 여가수의 노래 댓글 중 이런 글도 있었다.
‘콘서트 때 이 노래 듣고 눈물이 나왔다. 위로가 정말 많이 되던 곡. 이 덕분에 행복이란 걸 느끼고 이젠 이 노래로 인해 행복을 찾아 살고 있다.’
노래 한 곡. 그저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었다. 이 노래 덕분에 삶 속에서 행복을 느꼈음은 물론, 덕분에 행복을 찾았다고 한다.
# 위로하고 위로받으세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위로하고, 위로받는데 익숙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는 항상 대의를 위하고, 단체를 위하고, 가족을 위하며 살아가는 삶이 바른 삶이라는 것에 익숙해 개인의, 자신의 안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며 살게 한 역사의 유산과 현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한 민족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라디오 사연 하나가 한 사람을 살렸고, 한 가수의 노래 한 곡이 한 사람의 일상에 행복을 심어주었다. 하물며, 당신이 진심 어린 목소리로 건네는 위로의 힘과, 내가 정말 괴로울 때 다가와준 누군가의 관심은 얼마나 강력할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상의 위로는 어쩌면 어색한 마음에 보내지 못했던 문자메시지 하나이거나 전화 한 통일 수도 있다. 내가 힘들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지금 당신 곁 누군가는 자신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예상치 못한 위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마치, 아무런 의도가 없었던 라디오 사연과 노래 한 곡이 누군가의 삶을 구하고, 일상을 밝게 비춰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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