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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룽지 Aug 18. 2021

결혼 계획은 없지만 동거는 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우리의 다른 취향

 

퇴사 후 좀 더 많은,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제작에도 도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



<동거집 ep1>


2019년 5월 우리는 함께 살게 됐다. 이유는 고전적이면서도 단순했다. 가또의 월세집 계약이 끝났기 때문이다. 동거를 결정하는 것은 쉬웠지만 실제 동거는 쉽지 않았다.



흔히들 결혼을 다른 문화를 가진 다른 세계의 존재가 가족이 되어 함께 살게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동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반려인으로 일상을 함께 꾸려 나간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휴식하고,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단장한다. 아 우리 집엔 반려묘도 있다.


가또는 진천에서 자라 청주에서 오랜 시간 살았다. 나는 고흥에서 자라 서울에서 오랜 시간 살았다. 스노보드에 빠져있던 우리는 스키장에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스키 시즌이 끝날 무렵 사귀게 됐다. 롱디였다.


격주 단위로 한 달에 2주는 일하고, 2주는 쉬었던 가또는 연애 초반 쉬는 동안에는 서울 내 집에서 지냈다. 자연스러웠고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 생활이 1달이 넘어갈 즈음 가또는 함께 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마침 얼마 지나면 청주 집의 월세 계약이 끝나기 때문이다.


내 대답은 '예스'였다. 딱히 생각해 볼 여지가 없었다. 좋아하고 함께 있고 싶고 같이 살고 싶었으니까.


그렇게 가또는 택배 박스 6개와 함께 내 집으로 왔다. 동거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직업 특성상 숙식이 제공되는 곳에서 일주일 동안 근무하고, 다음 일주일은 온전히 쉬는 가또의 상황과 두 사람 모두 동거를 동거 그 자체로 봤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의 전 단계가 아닌 그저 함께 사는 것. 가또와 나는 모두 결혼 제도가 현실성이 없고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고 결혼식 또한 불필요한 관행이라 여겼다.


동거를 결정한 후 신변 변화를 부모에게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 바로 통보했을 땐 혼기가 꽉 찬 둘째 딸이 드디어 결혼을 하겠구나 사뭇 기대에 부풀었을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우리의 합가에 결혼은 없었다. 나와 가또는 서로 만나기 전까지 비혼을 추구했고, 만난 후에도 여전히 비혼을 추구했다. 그렇게 우리의 비혼주의 동거가 시작됐다.


우리의 합사에 '신혼집'과 같은 '신동집'은 필요치 않았다. 내가 살던 집은 혼자 살기에는 조금 여유 공간이 컸고, 동거를 그저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는 것' 정도로 생각했던 탓도 있다. 그러나 5년 동안 혼자 살던 비좁은 집에 새 식구가 들어오는 것은 생활의 큰 변화를 의미했다. 내 집의 자리 하나 정도 내어주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와 달리 가또에겐 새로운 삶의 공간이 필요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다.


맥시멀리스트(아니라고 주장하지만)인 나의 집은 물건으로 발 디딜 공간이 없었고, 가또 또한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의 그 중간에서 맥시멀리스트 쪽으로 조금 더 치우친 사람이었다.

빈티지한 소품을 좋아하는 나와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를 좋아하는 가또, 책을 좋아하는 나와 전자 기기를 좋아하는 가또, 냉동식품을 좋아하는 나와 신선 식품을 좋아하는 가또, 유행하는 옷을 좋아하는 나와 한 가지 스타일을 고집하는 가또. 우리의 다른 취향과 물건은 집안을 가득 채우며 곳곳에서 충돌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났다'로 시작해 서로에게 끌려 연애를 시작하고 각자 마음을 키우는 것과 달리 공간을 나눠 쓰는 것엔 두 사람이 합의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이는 물론 생활 방식에까지 이어지는 문제였다. 치약은 어떤 방식으로 짜는지, 세탁은 어떻게 하는지, 잠자는 패턴은 어떤지까지. 우리는 비슷한 부분이 많았지만 다른 부분도 그만큼 많았다. 그리고 결혼이 아닌 온전한 동거를 위해 2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 노력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P-H-cnhzNxE&t=22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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