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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샘 Mar 15. 2024

거울은 가끔 거짓말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모임 자리였다. 

“남편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사진 속 내 모습이 너무 뚱뚱한 거에요. 화난 나에게 남편이 ‘이게 너’ 라고 하는데, 내가 진짜 살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동안 거울 볼 땐 왜 눈치 채지 못했나 생각해보니 거울은 가끔 거짓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하게 털어놓는 한 지인의 말에 다들 깔깔거리고 웃었다. 남이 찍어 준 내 모습과 거울에 비추어 본 내 모습이 완전히 다른 경험이 공감을 샀기 때문이었다. 굳이 날씬하게 보이는 옷가게 거울이 아니어도 그랬다. 앞으로 튀어나온 상판 탓에 적당히 떨어져 보게 되는 화장대 거울에서는 작은 기미나 주근깨, 살짝 잡힌 눈 옆 주름이 보이질 않았다. 백열등이 환한 화장실 거울 속 내 피부는 평소보다 좀 더 밝아졌다. 기미와 주근깨, 햇빛에 탄 얼굴 뿐만이 아니다. 남들 눈에는 뚜렷이 보이는 나의 모습을 정작 나는 모른채로 살아왔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올해 학년 구성과 업무 담당을 정하기까지 있었던 과정에 대해 듣게 되었다. 누구는 일을 못해서, 누구는 학급 경영을 못해서, 누구는 동료에 대한 배려가 적어서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 고민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며 속으론 괜히 찔렸다. 나 또한 그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 때문에 나는 일주일에도 여러 번 육아시간을 써서 이른 퇴근을 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을지 몰라도 같이 근무하는 이들의 객관적인 시선에서도 그렇게 보일지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에는 본인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들어간 탓에 진실이 흐릿해져서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남들의 평가를 신경쓰지 말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자신에 대한 치욕스러운 평가를 극복하고 대가가 된 인물, 비난을 극복하고 훗날 모두의 인정을 받게 되는 인물에 대한 일화는 흔하다. 하지만 남들의 얘기는 듣지도 않은 채 멋대로 구는 탓에 민폐가 되는 사람들 또한 살아오며 여러 번 보아왔다. 그렇다면 대체 다른 이의 시선, 타인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거울은 가끔 거짓말을 한다. 내가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그 때 다른 이들의 시선이 필요하다. 내가 나 자신을 속였던 수많은 핑계는 그들에게 단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 대신 나의 한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탓에 내가 주의해야 하고 수정해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타인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하는 것도 이와 맥락이 같을 것이다. 짜장면을 먹을 때면 후루룩 먹다 한 입 베어무는 단무지처럼 내 방식대로 살다가도 때론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인다면 삶의 풍미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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