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모두 다른 출발선 위에 서 있다

기초문해력 연구의 시작

by 뿌리샘 김여정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부터 찾는 데 익숙하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는 원인을 파악하여 진단을 해야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올해 16년째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만날때면 "얘는 왜 이렇게 된 거지?" 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져왔다.


특히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맡게 될 때면 어떤 부분에서 학습결손이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진단하고자 여러 진단도구를 사용하였고, 그것을 최대한 메꾸고자 노력하였다. 하지만 막상 어떤 개념부터 오류가 생겼는지 확인하고 나서도 한 번 학습 부진 딱지가 붙은 학생들이 현행 학습을 따라 잡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암만 학습 부진의 원인을 찾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보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커져갔다. '애초에 조금만 더 개념을 잡아줬으면 이렇게 학습 부진이 되지 않았을텐데.' 하고 생각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더 어린 학년을 지원하게 되었다. 내 선에서 최대한 학습 부진 학생을 줄여서 올려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6학년 담임을 맡다가 5학년 담임, 5학년 담임에서 4학년 담임으로 점점 학년을 내려오다 보니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1학년 담임을 맡은 첫 해, 나는 무언가 크게 잘 못 되었음을 직감하였다.


여지껏 학교 생활을 시작한 1학년이라면 다 비슷비슷한 수준이고, 똑같은 출발선에서 이제 막 시작을 한다고 믿어왔었다. 그래서 1학년 담임을 맡아 뒤쳐지는 학생이 없도록 신경쓴다면 학습 부진 없이 모두 2학년에 잘 올려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학습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 기대와 달랐다.


많은 부모들은 사교육을 많이 받거나 한글을 미리 익혀서 온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수준 차이가 틀림없이 생기리라 예상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 역시도 그랬다. 하지만 사교육이나 선행 학습 따위는 영향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진짜 수준 차이는 교사의 말과 수업 시간에 익히는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에서 났다. 누군가는 말 그대로 배움과 학습을 스펀지처럼 쏙쏙 흡수했고, 누군가는 한 시간 내내 배웠음에도 어떠한 것도 익히지 못하였다.


아이들 사이에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로 처음 만나는 1학년 교육과정에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나는 드디어 그 아이를 만났다. 나의 교직 인생 사상 제일 단단한 벽 같았던 아이, 채단단(가명)말이다. 본인 이름 석 자 쓸 수 있는 상태로 7살에 조기입학했던 그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마치 아무 대답없는 커다란 벽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만 같았다.


공부도, 학급 생활의 질서와 규칙도 다 튕겨내고 한 시간 내내 '아'와 '어'를 가르쳐 줘도 끝끝내 '아'와 '어'를 구별하지 못하던 그 아이는 결국 한글을 떼지 못한 채로 2학년에 올라갔고, 아이를 가르치는 1년 내내 좌절을 맛보던 나는 마침내 굳은 다짐을 했다. 같은 출발선 위에 있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다른 출발선 위에 있는 까닭을 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업을 연구해 보겠다고.

이게 내 기초 문해력 연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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