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모여도 괜찮아!

by 뿌리와 날개

지난 주제에 이어서 글을 이어가 볼까 한다. 한국에서는 사유리 씨의 선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반면 독일에서는 “유명인“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 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 같은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2020년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이 느끼는 이 정서적 불편함의 근본은 어디에 있으며, 왜 독일 사회에서는 여성의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혼인의 여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까?

양육과 출산을 별개로 보기 어렵고, 이것은 다시 여성의 몸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본문에서는 단독 양육의 주체를 미혼, 비혼, 이혼의 구분 없이 “여성”으로 한정하기로 하자.


일단 아이를 낳고 기르는 당사자가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들이 개의치 않는 이유를 나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행복에 대한 가치관이고, 또 하나는 결핍에 관한 논리적인 접근이다.

적어도 1970년대 이후로 태어난 독일의 젊은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하도록 교육받았으며, 자신의 선택을 존중받고 자랐다. 더구나 개인의 선택과 행복이 서구 사회에서, 삶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가치인 만큼 본인이 결정을 했다면 꿇릴 게 없는 것이다.


한편 아버지가 없는 것이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살아가면서 가족의 부재를 경험한다. 이민, 이혼, 경제적 이유, 죽음 등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 불완전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한 형태로 인정하고 그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겉으로는 전형적인 가정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가정불화가 끊이지 않거나, 이혼하고도 계속되는 부모의 갈등으로 상처 받는 아이들도 독일에 적지 않다. 혼자 키우는 것이 비록 최선은 아닐지언정 엉망진창인 아버지와 갈등 속에서 자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고, 행복은 곧 정신건강과도 직결되며, 행복한 삶을 사는 건강한 어머니 밑에서 아이도 건강하게 자란다.


그다음은 가족인데, 가족들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비록 그 결정이 탐탁지 않아도 자식이 성인이 되었으면 그에 걸맞게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하나는 “진정 자식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차원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한 사랑이다. 자식이 진정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해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독일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극도의 개인주의가 바탕이 된 방임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 이어도 결국 “너는 너고, 나는 나”이기 때문에 네가 너의 인생을 어떻게 살든 내가 컨트롤할 수도 없을뿐더러 내 알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싱글맘/싱글대디를 자녀로 둔 대부분의 독일인 부모들은 이 두 가지 생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은 사유리 씨에 대한 논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회와 가장 괴리감이 큰 사회적 시선이다. 사회적 시선이 무난한 이유로 나는 네 가지 정도를 꼽는다.

첫째는, 남의 일에 감히 주제넘게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이 독일사회의 기본 정서이자 매너라는 점이다. 나이나 혼인 여부를 일방적으로 묻는 것 자체가 대화 매너에 어긋난다. 마치 한국 사회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대뜸 “얼마 버세요?” 하는 사람이 비상식적인 것처럼 말이다.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고, 제삼자가 왈가왈부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는 선이 명확하다.

둘째는, 나치 관련 역사적 배경에서 오는 차별에 대한 극도의 예민함이다. 독일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심스러워하는 주제가 몇 가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차별이나 불평등, 억압을 기피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독일 사람들은 설령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지라도 웬만해서는 절대 겉으로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셋째는, 인정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삶의 형태이다. 2020년 6월 기준 독일 인구가 약 8천3백만 명인데, 아래 통계를 보듯 2000년 대 이후로 한부모 가정은 평균 220만 명을 유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서울 인구가 약 천만 가까이 되니 서울 사는 사람 5명 중에 1명 꼴로 독일인은 한부모 가정을 이루고 있는 셈이며, 독일인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한부모 가정인 만큼 사람들도 그에 익숙하다.

2020년 기준 2000-2019년까지 독일의 한부모 가정 현황이며 천 단위부터 시작한다. 밝은 파랑은 싱글맘, 남색은 싱글대디.



넷째는, 여성의 인권이 비교적 높은 것이다. 임신과 출산의 주체가 여성인 만큼 여성은 본인의 피임, 임신, 출산 여부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압도적으로 있으며, 이러한 권리 자체는 사회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인정받는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남성과 여성을 동일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며, 독일 여성들 스스로도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때로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평등을 가장한 역차별 일지라도 말이다.

마지막은 제도적인 뒷받침이다. 출생신고나 입학 등 관공서와 관련한 문서를 처리할 때 어머니의 혼인 여부는 문제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부모 가정을 다방면에서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법이 잘 마련되어 있다.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키우지 않는 생물학적 부모의 양육비 지급이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며, 정부가 강제이행할 수도 있다.

양육비 문제로 법적인 절차가 길어질 경우 정부가 급한 대로 우선 지급하기도 하며, 아이를 키우지 않는 쪽의 벌이가 시원찮을 경우 정부에서 보충해주기도 한다. 물론 정부로부터 받는 양육수당은 따로 나온다.

그밖에도 유치원 등록이나 초등학교 입학과 같은 보육 문제를 비롯해 사회나 정부로부터 받는 대다수의 물질적, 제도적 혜택에서 한부모 가정은 늘 우선순위에 놓인다. 그렇게 도와줘도 한부모 가정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없어서 불쌍하겠다며 일차원적인 반응을 내놓고 아이의 행복을 운운하는 사람들치고 정말 그 아이 곁에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꿔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당신은 본 적이 있는가?


5년간 싱글맘으로 살아온 내 경험상, 아버지의 역할을 중요시 여기고 진정 내 아이의 행복에 관심을 가져 준 사람들은 그런 차가운 말을 툭 내뱉고 지나간 이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항상 우리 곁에서 묵묵하게 우리를 지켜주고 따뜻하게 보듬어 준 사람들이었다.

지금의 독일 사회가 그렇듯, 사유리 씨를 시작으로 앞으로 이렇게 비혼 출산을 결정하는 한국 여성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문제의 본질은 인간의 본능적 갈망과 생물학적 한계,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갈망은 본능적이며, 우리 인간에게는 생물학적인 한계로 인한 가임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리고 일부일처의 결합만 인정하는 현재의 결혼제도는 다분히 제도적이며,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결혼과 출산을 위한 만남이 아닌 진정한 삶의 동반자로서의 남성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고르고 싶은 여성들, 또는 연인이나 배우자의 존재 유무와 별개로 자신 만의 인생 시간표를 만들어 살고 싶은 여성들의 새로운 욕구가 더해져 충돌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부서지게 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그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사유리 씨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록 사유리 씨와 일면식은 없지만 나 역시 타지에서 개구쟁이 아들 녀석을 혼자 키우는 엄마로서, 그녀의 아들이 밝고 건강한 어머니와 따뜻한 가족들의 품 속에서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늦었지만 사유리 씨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둘의 행복한 앞날을 바라고 응원합니다!

통계자료 출처 : https://de.statista.com/statistik/daten/studie/318160/umfrage/alleinerziehende-in-deutschland-nach-geschlecht/

https://www.destatis.de/DE/Themen/Gesellschaft-Umwelt/Bevoelkerung/Eheschliessungen-Ehescheidungen-Lebenspartnerschaften/_inhalt.html


이미지 출처 :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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