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혼 여행 : 남의 덕으로 여행하는 여자

by 뿌리와 날개

프랑스에 진입하면서 놀랐던 것은, 프랑스의 고속도로가 쓰레기로 가득했다는 점이다. 일부러 버릴래도 그렇게 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인간들이 고속도로에서 창 밖으로 그렇게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도, 독일에서도 그렇게 쓰레기가 넘치는 고속도로를 본 일이 없다.

그게 프랑스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주차를 험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마트 주차장에 캠핑카를 대놓고 잠시 장을 보고 오니 주차장 구역을 나누느라 심어진 덤불과 우리 차 사이에 절대 주차를 할 수 없는 수준의 자투리 공간에 누군가 차를 정교하게 밀어 넣어 놓았다. 그것은 좁다 못해 얇은 공간이었다.


아무리 주차 대란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상대 차에 사람이 올라탈 공간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난감해하는 나와는 달리 프랑스에 살아본 경험이 있는 친구는 익숙한 듯 말했다.



“프랑스는 원래 이래. 안 긁고 틈을 벌려준 게 그나마 다행이지.”


“긁으면 차사고 아냐? 물어줘야지.”


“프랑스 사람들은 안 그래. 어차피 오늘 내가 긁혀도 내일은 내가 또 남의 차를 긁을 거니까. 그냥 돌고 도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양 옆구리에 긁힘 없는 차가 없었다. 맙소사….






벨기에의 북쪽 해안가를 따라 내려가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의 배경이 된 해변 Dunkerque 가 나왔다.

계획하고 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 속 배경이 된 해변가를 실제 눈으로 본다는 것이 신기했다.



덩케르크 근처 해안가



아이와 단 둘이 살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직업을 얻기 전까지 나와 아이에게 휴가나 여행이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삶은 참 흥미롭게 흘러갔다.

어린아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에 흥미가 없던 남편과 살 때보다 지난 6년 간 더 자주 여행을 다녔다.


차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했고, 남편이나 파트너가 있는 친구들은 여자들끼리의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우리와 함께 했다. 나처럼 싱글인 친구들은 당연히 주말이면 만나 인근 도시로 소풍을 갔다.


하노버로, 뮌스터로, 쾰른으로, 베를린으로, 브레멘으로….


독일 한복판에는 시이모님 베아테가 산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면 이모님 댁에 들려 겸사겸사 하루 쉬고, 다음날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주시니 남편과 살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편리했다.


“6년 차 싱글맘이 혼자 여행하는 이유” (https://brunch.co.kr/@frechdachs/168​)에서 언급했듯이 이모님 댁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나는 3년 전부터 1년에 한 번 아이 없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전남편의 외가 쪽 가족과도 친하게 지내다 보니 매년 크리스마스는 그들이 사는 독일 남부에서 보내게 되었다. 전남편의 고향은 독일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이며 뻐꾸기시계로 유명한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 검은 숲)이다.


나와 아이는 독일 북부에 살다 보니 차로 평균 7시간 이상 걸리는 독일 남부 여행은 이곳 사람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매년 우리가 슈바르츠발트로 떠난다고 하면, 이곳의 독일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프랑스의 해안가. 바다 내음이 우리나라 동해와 흡사해 기분이 좋았다.



유튜브 같은 걸 보면 남들은 젊은 나이에 어쩜 그렇게 해외여행도 잘하고 화려하게 사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나는 부모님 덕에 중국에서 유학을 해봤고, 남편 덕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살아봤을 뿐 유럽에 살면서도 해외여행은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어느 바다로 갈까 고민하다가 유럽에 살면서도 프랑스에 가보지 않았다니, 친구가 방향을 이쪽으로 잡은 것이다. 덕분에 이혼 여행으로 벨기에 땅도, 프랑스 땅도 처음 밟아봤다.


나는 남편 없이 혼자 사는 가난한 싱글맘인데, 어째 삶의 질은 훨씬 나아진 것 같지?

여행하려고 기를 쓰고 돈을 모으거나 알찬 계획을 짜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남의 덕으로 세상 구경을 하게 되는 것일까?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상이 비루한 대신 가끔 기분 전환하라고 여행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 건가?


삶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청소년 쯤 되어 보이는 아이에게 요트 모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어른들.



아무 데나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본 프랑스 해안가의 풍경들.


그로부터 반년 뒤에 세계적인 역병의 유행으로 여행길이 막힐 줄 누가 알았을까.

돌이켜보면 어떤 이유로든 다음으로 미룬 기회가 다시 찾아온 일은 거의 없었다.


이제와 사진을 보니 새삼 이때 방구석에 처박혀 우는 걸 멈추고 훌쩍 떠나버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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