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지치고 힘든 싱글맘에게

by 뿌리와 날개
2021년 여름, 어느새 6년 차 싱글맘이 된 내가 반년 차 싱글맘이었던 2016년의 나에게 쓰는 편지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부족하고 변변치 못한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 네가 쓴 글들을 하나씩 읽어보니 너는 누구보다 대견하고 기특한 엄마였구나.


처음 겪어보는 독일 사회에서 혼란스러워하고, 한국에서의 상식이 통하지 않아 억울한 일도 당하고, 독어를 할 줄 몰라 부당한 일을 부당한 일인 줄도 모르고 그저 죄인처럼 작아져 몸 둘 바를 모르고 있던 너를 보니 안쓰러워 마음이 아프기도 해.


그런 와중에도 감정을 추스르고 이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기특하기도 하고.


그렇게 울면서도 또 눈물을 닦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가던 너였기에 오늘의 내가 있음에, 과거의 너에게 감사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그런 일이란다.


늘 모든 것을 내어주면서도 언제나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더 내어줄 것은 없는지, 더 내어줄 것이 없으면서도 더 내어주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게 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너 자신을 스스로 잘 다독이고 아껴줘야 해.


특히 혼자 아이를 키운다면 그런 자괴감에 빠져들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한단다.


도처에 부모, 자식이 널려있으니 흔해빠진 듯이 보이지만, 사실 이 세상천지 어디에 그런 사랑이 있을까, 모든 것을 다 주고도 더 주지 못해 안달 난 그런 눈먼 사랑이......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어쩌면 세상에 없는 꿈결 같은 것 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며 오는 자괴감 또한 늪처럼 끝이 없는 것일 거야.


애초에 있지도 않은 것을 끝없이 메우려고 하니 불가능할 수밖에......


스스로를 질책하고 죄책감을 가질수록 좋은 엄마인 듯한 느낌은 착각이야. 그렇게 자라나는 자괴감이 결국은 너와 아이를 잡아먹고 말 거야.


가슴속에서 뻗어 나는 그 악순환의 줄기를 잘라버릴 줄도 알아야 해.


때로는 뻔뻔하게 느껴질지라도 고개 들고 어깨 펴렴.


애쓰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자라고, 상황은 나아진단다.


지나고 보니 네 아이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섬세한 아이였더구나. 그래서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았던 거야.


앞으로도 몇 번 더 그런 일이 생기겠지만 큰 걱정하지 마. 아이는 또한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하고, 야무지니까.


두 눈 가득 즐거움과 장난기가 가득한 일곱 살로 자라 어느새 혼자서 바깥나들이도 할 만큼 내 옆에 잘 커있거든.


그 당시 아빠가 없어서 잘못될까 봐, 네가 잘못 키울까 봐 걱정하고 우려하던 그런 일들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어.


하루 이틀 키우고 말 아이가 아니잖니. 스치는 일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대신 네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길 바라.


그 아이를 열 달 품어 낳고 기르면서 생겨난 엄마로서 너의 본능이 최고의 육아 지침서야.


그 누가 너희를 걱정하고 조언하든, 너보다 너와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며 끝까지 돌 볼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아이 앞에 당당하렴.


네가, 아이가 아니라 너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당당해지면 당당해질수록 아이는 안정감을 얻는단다.


명심해,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아이보다 너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그 곁을 지켜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그 덕분에 6년 뒤에 나는 지금 멋진 아들과 정말 행복하거든.


비록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래도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 아이가 클수록 숨통이 트이고 상황은 나아질 거야.


남들이 너보다 좋은 엄마라고 느껴지는 건 그들과 네가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지 엄마로서 너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꼭 알았으면 좋겠어.


네가 힘든 건 너 개인의 인간성 문제가 아니라 엄마로서의 그런 당연한 본능마저도 지우고 싶을 만큼 네가 처한 상황이 열악하다는 뜻이라는 걸 말이야.


하지만 그런 상황조차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아진단다.


그러니까 잊지 마,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때로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되든 이렇게 지금처럼 아이 곁을 지키고 있는 한 너는 좋은 엄마라는 걸.


무엇보다, 아이한테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엄마 같은 거 필요 없는 것 같더라.


그냥 너만 옆에 있으면 . 아이한테는 그냥 네가 최고야!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알았지?


혼자서도 꿋꿋하게 아이를 키우고 있는 너를 언제나 응원할게!



6년 뒤 어느 정도 살 만 해져 이제는 우는 날보다 웃는 날이 더 많아진 미래의 너로부터.





세상의 모든 한부모 가정의 엄마, 아빠를 응원합니다.

그리고 한부모 가정에서 자란 세상의 모든 아들, 딸들아!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