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크레파스 향이 나는 꽃

by 뿌리와 날개

언젠가부터 발코니에 나가면 오랜 기억 속 익숙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 쓰던 24색, 36색짜리 향기 나는 크레파스.


킁킁거리며 냄새의 출처를 찾아보니 그건 바로 레몬 꽃이었다.




꽃 가까이 코를 바짝 갖다 대니 초등학교 때, 미술학원 책상에 앉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미술학원을 끊겠다고 했다.


원장님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나보다 어린애들도 물감을 쓰는데 나는 3년째 크레파스라 재미가 없다고 했다.


그날부터 나는, 풍경화 그림을 가져다가 사절지에 멋지게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대부분의 아이들 틈에서 유일하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고 배경은 물감으로 색칠하는 아이가 되었다.





레몬 꽃이라는 걸 올해 처음 본다.


단단하게 맺힌 꽃봉오리를 만져보며 전혀 열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루아침에 꽃이 활짝 피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그 꽃에서 내가 쓰던 크레파스 향이 나서 더 신기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 어느 날 하늘에서 후우-욱!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