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독일의 청소년 보호법
평균 만 16세, 한국으로 치면 고1의 나이에 성경험을 하는 나라, 독일.
그렇다면 독일의 부모들은 미혼 자녀의 섹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딸, 아들 구별 없이 성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일단 백이면 백,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는다.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한 성인의 사생활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 다니는 딸이 남자 친구와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등짝을 때리거나, 같이 산다고 했을 때 머리 끄덩이를 잡아끌고 집으로 데려오는 일 같은 것은 벌어지지 않는다.
일단 미성년 신분을 벗어나면, 남녀 구분 없이 같이 사는 WG(Wohngemeinschaft/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거 공동체) 문화도 흔하기 때문에 교제하지 않는 성인 남녀의 동거도 일반적이다. 이성과 같이 산다고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말이다.
미성년 자녀에게는 안전상의 이유로 통금 시간을 정한다던가, 별도의 규칙을 만들기도 하지만 만 16세가 넘어가면 거의 상관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미혼 자녀의 섹스를 바라보는 독일 부모의 태도에 대해 놀라웠던 첫 번째 경험은 전남편의 여동생, 그러니까 시누이를 통해서였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 남편과 시댁에 머물 때 하루는 시누이가 오전 늦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기에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시어머니가 대답했다. 어제 남자 친구랑 늦게 들어와서 아직 자고 있다고.
엄마 아빠랑 같이 살고 있는 집에 스물네댓의 딸이 남자 친구를 데려와 동침하다니. 아래층에는 친할머니가 사신다. 게다가 이 남자는 내가 아는 것만도 벌써 두 번째 남자 친구였다.
독일어도 거의 못할 때였고, 꼬치꼬치 캐물으면 서로 얼굴만 붉힐 것 같아 그냥 넘겼지만, 남편에게 듣기로 학창 시절 시누이가 사고를 많이 쳤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부모도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내놓은 자식이라고만 생각했다.
한국 같았으면 오빠가 다리몽둥이를 분질러버린다고 했을 텐데, 내 전남편 역시 그것에 대해 아무 관심 없었다.
시댁이야 그렇다 쳐도 내가 정말 놀랐던 건 친한 아주머니와의 일화였다.
어느 날 그 분 댁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주머니의 남편까지 퇴근을 해서 식탁에 앉을 시간이 되도록 그 집 딸이 집에 오지 않았다.
딸은 어디 갔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오늘은 아이가 남자 친구네서 자고 올 거라고 했다. 차를 마시다 내 귀를 의심했다.
고개를 들어 그 댁 아저씨 얼굴을 보니 아저씨 역시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한국 나이로 스물셋의 외동딸이 남자 친구 집에서 외박을 하고 온다는데,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평화로웠다.
내가 유독 더 놀라웠던 것은, 이 가족이 독일 사회에서 교육 수준도 높고, 비교적 사회적 신분도 높은,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교양 있고, 우아한 사람들이 버젓이 자기 딸의 외박을 남에게 전하고 있었다.
성인인 딸이 남자 친구와 섹스한다는 사실이 적어도 교양 있는 부모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동네 망신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독일의 법은 청소년의 섹스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보호하고 있을까?
2014년 독일에서는 새로운 청소년 보호법이 등장했는데, 성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나이를 만 14세로 정했다고 한다.
간단하게 번역하자면,
1. 만약 만 13세의 두 청소년이 섹스를 한다면, 법적으로 금지된 것으로 여긴다. 만 14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성인의 성적인 행위는 성적 침해, 다시 말해 성폭행으로 간주한다. 이것에 대해 -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 6개월에서 10년 사이의 금고형에 처해질 수 있다.
2. 만약 만 13세의 사춘기 소녀가 만 14세 소년과 잤다면, 소녀의 부모는 소년의 부모를 법적으로 고발할 수 있다.
3. 만 14세 이상 같은 나이인 청소년 간의 합의된 섹스는 일반적으로 합법이다. 십대 청소년 간의 두세 살 나이 차이는 허용한다. 말하자면 만 14세의 소녀가 만 16세 소년과 자는 것, 아니면 만 15세 소녀와 만 17세 소년과 자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원했다는 가정 하에 허락된다.
4. 만약 만취했거나, 정신을 잃었거나 마취된 상태 등의 강제적인 착취가 있었다면, 만 18세 미만 청소년과의 섹스는 청소년과 성인에게 모두 금지된다.
5. 만 16세 미만 소위 말해 피보호자 신분인 청소년과의 섹스는 금지이며,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법은 선생, 상사 또는 교육자 등 청소년이 교육, 직업교육 또는 보호 등의 목적으로 맡겨지게 되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가디언 부모 역시 이 법의 적용 대상이다.
6. 당연히 친부모, 위탁가정의 부모 및 입양 부모에게도 그들의 미성년 자녀와의 섹스는 금지이다. 이를 어길 시 성인은 벌금형 또는 5년까지 금고형에 처해진다.
독일의 아이들은 열네댓만 되어도 남녀가 진한 스킨십을 나누며 거리를 활보하고, 열여섯이 넘어가면 평균적으로 첫 경험을 한다. 열여덟이 넘어 미성년 신분을 벗어나면 연인과의 동거도 자유롭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 아이 친구 부모들과 그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눠보지는 않았지만, 가끔 지나가는 대화를 나눠봐도 대부분 별 생각이 없는 듯하다.
딸을 가진 부모든, 아들을 가진 부모든 큰 차이가 없었다.
친한 아이 엄마 둘에게 딸의 섹스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더니 둘의 대답이 같았다.
그것은 때가 되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 제삼자인 내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자기 몸에 대한 의사결정은 부모와 상관없이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그때가 되었을 때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미성년일 때부터 이성에 대한 탐색이 암묵적으로 합의된 사회였다, 독일은.
*자료 출처 : www.elternwissen.com / 자문위원 Felicitas Römer, 커플 및 가족 심리상담사
*이미지 출처 : www.welt.de
*제 독일어 번역에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정정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