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정당한 보호는 받되, 성적으로 억압되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독일의 아이들은 그럼 어떤 어른이 될까?
내가 독일에 7년 간 살면서 보고 느낀 독일 남녀의 성에 대한 태도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한국보다 10년 정도 노숙하다”이다. 독일의 20대들은 한국의 30대와 비슷했고, 한국의 20대들은 내가 보기에 독일의 10대들과 성을 대하는 수준이 비슷하다.
내가 말하는 한국의 20대들은 나와 내 친구들의 20대 시절 및 다양한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주관적이라는 점을 미리 말해두고 싶다.
그러니 본격적인 비교보다는 독일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 위주로 적고 싶다.
갓 성인이 된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독일 남자들은, 여자를 만날 때 어떻게든 한번 자보려고 혈안이 되어있지 않았다. 성적으로 가장 왕성한 나이라서 머릿속이 오로지 섹스로 가득 찼다는 나이였지만 그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여유로웠다.
그들에게는 성적 욕망이 충만하지만 분출할 곳이 없어 억눌린 자, 특유의 성적 텐션이 없었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를 잡지도 않았으며 내적으로 안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섹스가 타부시 되는 나라, 가부장적인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온 남자들의 눈빛과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었다. 성적으로 억압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온 남자들일수록 나이에 상관없이 섹스에 굶주려 눈이 이글거렸다.
맞다, 독일 남자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섹스에 굶주려있지 않았다.
이 여자, 저 여자를 오고 가며, 여러 상대와 섹스를 즐기는 남자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feste Beziehung, 오래된 연인과 일대일 관계에서 오는 만족감을 즐기는 남자들도 많았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렇게 매일 밤 파티와 호색을 즐기는 남자들조차도 여자와 섹스에 미쳐있지 않았고 자신의 미래를 가꾸며 자기 생활을 책임감 있게 챙길 줄 안다는 점이었다. 밤은 밤이고, 낮은 낮이었다.
피임은 여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필수였다. 오히려 남자들이 더 철저했다. 원치 않는 임신이고 혼인 관계가 없더라도 여자가 아이를 낳을 경우, 법적인 양육비 지급 의무를 피해 갈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앞으로 25년 동안 꼬박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그 어떤 콘돔 없는 섹스도 25년 간의 양육비 지급 의무와 맞바꿀 만큼 달콤할 수는 없는 듯했다.
관계 초반에는 여자가 준비해 온 콘돔을 못 믿는 남자들도 많다. 동유럽이나 러시아에서 온 여자들이 콘돔에 바늘로 구멍을 내 몰래 임신을 하고, 아이를 빌미로 독일에 정착하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이란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독일 여자들은, 성적인 주체성 없이 만나는 남자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집착하거나 자신을 잃고 매달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아했지만, 자신의 삶도 야무지게 챙겼다. 틈 나는 대로 여자 친구들과 Ladies Night을 갖거나 춤과 운동 같은 취미 생활을 즐겼으며, 자신의 발전에 관심이 많았다.
섹스를 즐기는 어린 여자라는 죄책감은 없었고, 스스로의 욕망과 쾌락에 적극적이었다. 성적인 자기 결정권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정확하고 이해하고 있었으며, 피임에도 적극적이었다.
남자가 콘돔을 하는 것은 보통 성병 예방 차원이었으며, 콘돔과는 별도로 여자도 자신에게 맞는 피임을 통해 이중 피임을 했다. 독일에서는 피임약이 가장 일반적이며 자궁 내 피임기 설치나 팔에 호르몬 패치를 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 몸에 잘 맞고 부작용이 적은 피임 방법을 찾았다.
몇 년간에 걸친 첫 연애를 하는 동안 나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결국 실연과 함께 망가져버렸던 나의 20대와는 전혀 달랐다.
남자 친구와의 연애와 자신의 삶을 분리할 줄 알고, 성적 자기 결정권에 당당한 독일의 20대 여자들을 보며 솔직히 그들이 많이 부러웠다.
독일의 20대 남녀에게는 성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외적으로는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고, 내적으로는 평온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우리 몸에 흐르는 자연스러운 성적 에너지가 내적으로 억압되지 않고 어려서부터 자유롭게 밖으로 발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0대 중반, 2차 성징과 함께 시작되는 섹스에 대한 자연스러운 욕구를 비정상적으로 누르고 틀어 막아서 결국 펄펄 끓어오르게 된 욕망이 기이한 성범죄로 발현되기도 하는 것 같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한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몰카나 음란물 유통 같은 관음적 성범죄는 이곳 독일에서 보기 힘들다. 몰카의 위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독일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걸 찍어서 도대체 어디에 쓰냐고 되묻는다.
그렇게 범죄를 저질러가면서까지 남의 섹스나 남의 몸을 탐닉할 필요가 있냐고 한다. 직접 하면 될 것을…. 비슷한 맥락으로 독일 남자들은 믿거나 말거나 포르노도 별로 즐기지 않는단다. 보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더 좋다는 논리다.
이들에게는 적어도 부자연스럽게 억눌린 욕망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연인 사이든, 잠자리만 하는 사이든 자연스럽게 섹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또한, 성매매가 적은 이유와도 연결된다.
독일에서 매춘은 2002년에 직업으로 인정되었으며, 그전까지는 풍속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2017년 Prostituiertenschutzgesetz, 성매매 보호법이 시행되며 성매매 종사자들이 합법적인 보호와 감독 하에 관리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껏 독일에 살면서 남자 친구가 성매매업소에 다녀왔다던지 남편이 성매매를 한다고 욕하거나 고민하는 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다.
한국에 사는 지인들을 통해 듣거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는 한국의 성매매 관련 상황들과 비교해보면 여기는 그런 것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
왜 그런고 하니, 일단 사귀는 사람이 있는 사람들은 연인과의 섹스를 충분히 즐긴다. 만 18세가 되면 슬슬 부모에게서 독립해 자기만의 공간을 갖기 시작하는 것도 큰 몫을 한다고 본다. 둘 중 한 사람만 독립을 해도, 연인과 안락한 공간에서 섹스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연인이 없는 남자라도, 조금만 매력 있고 여자를 꼬실 능력이 되면 얼마든지 젊고 예쁜 여자들과 잠자리를 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 성병이 있을 확률이 높은, 매력적이지 않은 낯선 여자와 굳이 돈을 줘가며 섹스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자가 오죽 찌질하고 별 볼 일 없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섹스를 못하고 돈을 줘가며 하는가, 하고 생각을 한단다.
요즘 젊고 심심한 독일 남녀는 데이팅 앱을 켠다.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독일의 남녀는 마치 결혼과 이혼까지 겪어 본 한국의 30대 중반 정도는 된 듯, 섹스와 사랑에 달관한 태도를 보인다. 이미 10년 가까이 성생활을 해온 만큼 성에 대한 태도도 성숙해지는 것이다.
남녀 모두 이때부터 슬슬 제대로 된 한 명의 파트너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바탕으로 한 깊은 관계를 원하기 시작한다. 호르몬이 날뛰던 짐승 같은 시기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이미 다 겪었으니 이제 안정될 일만 남은 것이다.
만취해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이성의 침대였다던가,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최악의 섹스라던가 하는 웬만큼 크레이지 한 경험은 다 해봤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섹스 라이프라던가, 본인의 욕망, 욕구를 대부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 데이트하고 관계를 진전시킬 때 외적인 요소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과 정신세계가 맞는 이성을 찾기 시작한다.
성적으로 끌리는 이성과의 섹스는 충분히 해봤지만, 함께 옷을 벗고 침대로 들어갈 사람보다 대화가 통하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는 이들은 그래서 성생활의 만족도 또한 높다.
자신의 성생활이 만족스러워질 때까지 자신에게 맞는 파트너를 열심히 찾는다고 해야 하나?
이들에게 섹스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큰 부분이며, 성생활에 적극적인 만큼 사랑하는 데 있어서 연인과의 섹스도 중요하다. 남자 친구와 다 좋은데 섹스가 별로라던가, 여자 친구와의 섹스로 만족이 되지 않아 눈을 돌리고 싶다던가 하는 일은 여기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독일에서는 섹스도 썸 타는 과정의 일부이다 보니 그 사람과의 섹스가 별로인데 굳이 연인이 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일단 두 남녀가 사귀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둘의 섹스가 상당히 잘 맞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결혼했다고 섹스 라이프가 돌변하는 일도 잘 없다. 이것은 나중에 다룰 독일의 동거문화 내지는 독일 부부의 섹스 라이프 같은 주제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여하튼 그렇다.
섹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독일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렇듯 성에 개방적인 독일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래서 일시적으로 섹스에 탐닉하는 미친 시기를 거쳐 20대 중반이면 벌써 자신의 성생활을 사랑하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 즐거운 성생활을 한다.
다만, 어디나 예외는 있다. 마흔, 오십을 훌쩍 넘어서도 섹스 자체에만 미쳐 이성을 갈아치우며 사는 남녀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www.timesofindia.com / www.insider.com / www.ihrwe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