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독일에서 실습(Praktikum) 면접 볼 때

by 뿌리와 날개

얼마 전부터 여성상담센터에서 실습(Praktikum)을 시작했다. 1년 전에 면접을 보고 합격했는데, 코로나로 프로젝트가 축소되고 록다운도 겹치면서 여러 번 미뤄지다 1년이 지난 이제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원을 할 때 이미 내가 원하는 방향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곳이라 선택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크고 체계도 상당히 잘 잡힌 조직이었다.


상담센터에서 하는 일은 크게 센터를 찾아오는 여성들에게 제공하는 일반상담서비스, 경찰과 연계되어 상담센터가 주도적으로 제공하는 적극 상담서비스 그리고 외부 후원금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분야별 프로젝트, 이렇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일반상담서비스에서는 우리가 여성상담센터라고 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정폭력, 성적 학대, 한부모가정, 원치 않는 임신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섭식장애 및 외모 콤플렉스, 외국인 이주여성의 독일 사회 적응, 언어 및 문화 차이, 실직, 연인이나 친구, 직장, 가족 관계 등에서 오는 각종 삶의 문제들로 인한 심리상담까지 광범위한 내용이 다뤄지고 있었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상담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넘어가는 만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그러던 차에 시작한 실습이라서 그런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스펀지처럼 필요한 것들을 쭉쭉 빨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독일에서는 취직할 때 자격증 못지않게 실무경험인 Praktikum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채용이 되었을 때 누군가 친절하게 붙어 일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투입되었을 때 이를 바로 실행할 능력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보수 없는 실습 자리지만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실습이고, 나는 그동안 면접까지 간 실습 자리라면 모두 채용된 만큼 몇 가지 팁을 적어볼까 한다.


첫 번째,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정도의 독일어 능력과 당당하고 편안한 면접태도이다. 언어가 유창한 것과 하고 싶은 말을 조리 있게 말할 줄 아는 것은 생각보다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의사전달을 정확하게 하는 연습을 하는 한편, 독일어를 잘 못하더라도 기죽지 말고 최대한 당당하고 편안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 비해 위계질서라던가 나이에 따른 서열 정하기가 없는 문화이다 보니 사람 대 사람으로 당당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두 번째, 지원하는 분야에 맞는 자격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지원하는 곳과 나의 졸업장이나 현재 진행 중인 학업분야가 일치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세 번째, 지원하는 곳에서 하는 일에 흥미를 보이는 것이 좋다. 나는 물론 이력이 필요해서 지원을 하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궁극적인 목적이 이 단체나 기업이 추구하는 바와 하는 일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그러려면 면접 전에 관련 자료를 간단히 리서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네 번째, 지원하는 곳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스스로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유리하다. 실무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인만큼 센터 측에서는 면접 당시 내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담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코로나로 실습 자리가 확연히 줄어든 와중에 수많은 지원자들을 제치고 내가 합격한 이유도 이러한 활동 경험을 그들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나의 단점을 커버하고, 차별화해야 한다. 이것은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외국인에 싱글맘인 나는 다른 지원자들보다 나이도 많고, 언어능력도, 근무환경도 조건이 열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원하는 상황에 맞춰 다른 어린 독일인 지원자들이 가지기 힘든 것들을 내가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같은 경우, 나의 외국어 능력, 아시안 여성을 상대할 때 동질감을 통해 그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굴곡진 개인사와 그로 인한 깨달음을 창작활동과 상담봉사를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누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승화와 이타주의는 대표적인 성숙한 방어기제로,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은 나에게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여섯 번째, 경청을 통한 창의적인 질문이다. 이것은 약간 내공과 여유가 있다면 시도해 볼만하다. 인터뷰 당시에 면접관이 상담센터의 다양한 활동을 짐짓 자랑스럽게 소개했고 나는 귀 기울여 듣다가 문득 그 여성들 중에서 아시아 계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져 물어봤다. 면접관은 살짝 당황하며 거의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이 도시에 사는 동양인이 적지 않은데 그동안 아무도 찾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냐며 공격적이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준에서 왜 그런 것 같냐고 물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그에게 나는 즉각 ‘흥미롭네요, 그렇죠? 어쩌면 나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고 싱긋 웃었다.


내 말에 면접관은 크게 웃으며 만족했고, 너와 함께 일을 할 수 있다면 센터 측에서도 큰 경험의 확장이 될 거라며 잘해보자고 했다.








1년 반 가까이 상담을 해오고 있다 보니,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경험이 많이 쌓이고 있다.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려움에 처할 때면 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길이 열리기도 한다.


내년에 개인적으로 큰 변동이 있을 예정이라 준비하는 마음이 내심 편치만은 않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긴장되는 마음도 크지만, 어쩌면 나는 6년 전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하고 내 이야기를 공개하기로 결심했을 때 이미 나만의 선로를 깔기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번 실습 경험을 통해 상담의 질을 끌어올리는 한편, 앞으로 상담일과 관련해 나아갈 방향을 재고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서 당분간 새로운 상담은 받지 않고 기존의 상담 및 글 쓰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공모하려고 계획 중인 다른 작가분들도 행복하게 글 쓰는 가을이 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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