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이 독일인 전 남자 친구와 잘 지내는 이유

우리가 헤어진 이유ㅣ싱글맘의 사랑과 이별

by 뿌리와 날개

지난번 전 남자 친구와 함께 눈 덮인 숲을 산책한 영상에서 저는 썸네일로도, 그리고 영상의 내레이션에서도 전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밝혔는데도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영상 길이도 짧고, 기왕 전 남자 친구와 만나기도 했으니 그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저희는 헤어진 게 맞습니다. 제 브런치북 <룰 브레이커 in 독일>의 그 남자친구 맞고요. 굳이 사적인 내용을 다 밝힐 필요는 없기 때문에 헤어졌다는 것만 명확히 밝혀두고, 간간이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지난 영상에서 세 가지 우연이 겹치면서 여러분이 오해의 소지가 있으실 만도 했다 싶어서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일단 제 반지는 프러포즈 반지가 아니고 원래 제가 끼던 반지예요.


한동안 안 끼고 처박아 뒀다가 얼마 전에 대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을 해서 찾은 김에 다시 낀 건데, 이거를 프러포즈받아서 이제는 남편이 되었기 때문에 현남편이라는 뜻으로 전남친이라고 하는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남편을 전남친이라고 한다면서요. 그러면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고, 참고로 독일에서 프러포즈를 받으면 그 반지는 오른손에 끼기 때문에 저는 그냥 왼손에 꼈던 건데요.


저는 예전에 결혼할 때도 결혼반지가 없었어요. 결혼식을 안 했거든요. 그래서 결혼반지를 어디다 끼는지 사실 몰라요. 한국에서는 왼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독일은 다들 오른손에 끼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거에 대해서 지난 몇 년 동안 주변에 많이 물어봤었는데 별로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긴가민가 하면서 오른손 아닌가? 그러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관찰을 한 결과, 독일 사람들이 다들 오른손에 결혼반지를 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일은 오른손이구나 했던 거예요.


그런데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 지금 찾아보니까 독일사람이 만든 비디오인데도 청혼반지는 오른손에, 결혼반지는 왼손에 낀다고 하네요. 이게 생각해 보니까 독일 사람들이 결혼을 잘 안 하잖아요. 청혼을 하고 반지를 줘도 그 상태로 10년도 그냥 살 수 있거든요?


그리고 동거기간이 10년, 20년 되고 애들도 낳아서 잘 기르고 하면 결혼과 동거의 차이가 거의 없어요. 그니까 프러포즈를 받고 그 약혼반지를 오른손에 낀 채로 결혼은 안 하고 살다 보니까 그런 트렌드가 반지에도 반영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제 추측입니다. 정확하게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저도 친구들한테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


아무튼 저는 그동안 독일에서 싱글은 반지가 없거나 왼손가락, 기혼이나 파트너가 있으면 오른손 약지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반지 낄 일이 있으면 왼손에 꼈는데 이제는 다시 데이트가 하고 싶으면 반지를 아예 빼야 될 것 같네요. 여러분 덕분에 또 하나 배웠습니다.


하필 제가 사달라고 한 책도 스님의 주례사였죠.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더 크셨을 거 같아요. 이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영상 찍을 때도 아무 생각 없다가 오해하시는 분들의 연락을 받고 생각해 보니까 아차 싶은 거예요. 법륜스님은 책을 여러 권 내셨고, 그중에 가장 유명한 책이 스님의 주례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권만 받을 수 있다면 우선순위 차원에서 그 책을 고른 거였습니다. 결혼과는 아무 상관없고, 저는 현재 결혼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전남침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게 너무 화기애애하게 산책을 해서 이런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헤어진 남자랑 만나서 주기적으로 산책 안 하잖아요. 이 친구랑은 헤어진 지 이미 반년이 훌쩍 넘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그냥 남녀 간의 만남이 아니라 아이가 함께 한 관계였기 때문에 사랑이 끝났다고 모든 관계를 무 자르듯 자르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종종 함께 어울리는 영상들을 보게 되실 텐데 헷갈려하시지 않았으면 해서 지금 명확하게 밝혀드립니다.


그리고 현남편을 전남친이라 칭하는 식으로 낚시질을 하거나, 청혼 반지를 은근슬쩍 보여드리면서 궁금해하실 걸 알면서도 아닌 척하는 내숭은 저는 별로 취미가 없어요. 그래서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냥 문자 그대로 믿으셔도 되고요.


만약 이번처럼 오해를 사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제가 미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 실수로 그랬을 확률이 높으니까 너무 깊게 추측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쪽에 있어서는 또 제가 상당히 단순해요.








말 나온 김에 현재 우리의 근황을 좀 말씀드리자면, 그 사이 저는 미래나 진로에 대한 긴 방황 끝에 스스로 살 길을 찾아 잘 살아가고 있고요. 그 친구도 일과 병행하며 어렵게 이어온 대학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학사 논문 및 졸업구술시험인 콜로키움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그래서 졸업축하 기념도 할 겸 만나서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한 거예요. 아까 보신 꽃다발도 선물을 해줬죠.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서로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어서 헤어졌다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 끝에 한 결정이다 보니까 헤어지고도 잘 지내고 있고요. 제가 전남편을 처음 만났던 게 스물셋이었어요. 그래서 저의 결혼 전 연애는 20대 초반이 끝입니다.


당연히 그때는 뭐 성숙한 이별은커녕 서로 자존심 싸움, 상처를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아시다시피 전 남편과도 굉장히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통보받고 끝났잖아요. 이제와 돌이켜보니 남녀가 어떻게 매너 있게 헤어지는 지를 배울 기회가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이별을 할 때에는 비록 아프기는 했지만 이렇게 좋게 헤어져 본 게 처음이라 심적으로 상당히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전남편과의 이별이 워낙 충격적이라 좀 타격이 컸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입었던 상처와 충격이 이런 성숙한 이별을 통해서 좀 회복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또 독일에서는 서로 바닥을 보고 막 악감정에 받쳐서 헤어지기보다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조금씩 정을 떼면서 최대한 충격이 덜하게 헤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독일식 이별을 배우는 새로운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헤어지고도 아무렇지 않게 만나는 게 가능하냐고 궁금하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제가 해보니까 두 사람이 그래도 어느 정도 성숙한 상태에서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있고, 또 동시에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예의를 지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남은 감정이 제대로 정리될 때까지 처음에 헤어지고 몇 달 정도는 만남을 조금 자제하고 열흘에 한번 꼴로 안부만 물으며 지냈어요.








이별의 이유가 상당히 궁금하실 것 같은데 브런치북에서도 읽으셨듯이, 이 친구랑은 정신세계가 굉장히 잘 통해요.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이나 지향점도 비슷하고. 사실 제가 관심 있는 이야기들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관심 갖고 들여다보는 이야기들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 친구랑은 그런 부분이 잘 맞아서 만나는 동안 즐거웠고, 무엇보다 남녀 간의 사랑과 신뢰를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또 그런 것과는 별개로 서로 생각하는 방식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반대라서 부딪힘도 많았어요.


예를 들자면, 저는 상대를 넘겨짚거나 추측을 잘 안 하는 편이에요. 말을 하면 오해하거나 꼬아듣지도 않고 표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고. 그래서 “자세히 말을 해야 알지!”라는 사람이라면 이 친구는 “꼭 말로 해야 아니? 내 눈빛이 말해주고 있잖아!” 이런 스타일이랄까? 상당히 로맨틱하고 감성적이고 그래요.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좀 어렵더라고요. 재미있는 건 의외로 또 이런 감성적인 남자들이 저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둘 다 나이가 있다 보니까 2년 넘게 만나 오면서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복잡한 문제들에 하나씩 맞닥뜨리게 됐고, 관계를 더 이상 지속하기보다는 이쯤에서 중단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서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 남녀가 헤어지기 직전에 팽팽한 긴장감 있잖아요. 압력솥에 압력이 빵빵한 그 상태. 그래서 마지막에는 서로 많이 예민했는데, 그게 한 김 빠지고 나니까 만남도 훨씬 편안하고 마찰도 없고 그래요. 그 당시에는 내 입장이 우선이다 보니까 좀 답답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입장도 더 잘 이해가 되고요.








우리의 이별은 단순한 남녀 간의 이별이 아니라 아이가 있는 이별이잖아요. 이 친구랑 교제를 시작했을 때에도 제가 걱정이 됐던 게 그거였거든요. ‘나중에 우리가 헤어지면 아이가 받을 상처가 걱정이 된다.’


그때 이 친구가 그랬어요. 우리 관계가 끝나더라도 여건이 허락하는 한 빈이와의 관계는 유지하고 싶다고. 자기는 남자아이들한테 특히 남자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라는 동안 자기가 옆에 있어줄 수 있다면 가끔 만나면서 친구처럼, 멘토처럼 지내주고 싶다고 그랬었거든요.


그 친구가 그때 한 말을 기억하고 그러는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은 이렇게 지난 영상에서 보신 것처럼 2주에 한 번 정도 셋이 같이 산책을 하면서 잘 지냅니다. 빈이 학교에 무슨 행사 있을 때도 초대하면 같이 와주고요. 아이가 없으면 굳이 둘이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보통 아이랑 셋이 함께 만납니다.


그래도 제가 괜찮은 사람을 만났었구나 싶었던 게 헤어지고서도 의리가 있더라고요. 초반에 그 친구가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에도 아이 앞에서는 내색을 안 했고, 꼬박꼬박 아이 보러 오고 2주에 한번 데리고 가서 재우는 루틴도 계속해줬어요.


제가 헤어지고 한 두 달 있다가 굉장히 아픈 적이 있었는데 그때 약도 사다 주고, 귀에 뜸도 떠주고, 열이 많이 나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빈이도 픽업도 해다 주고 돌봐줬어요. 저랑 헤어진 건 헤어진 거고, 자기와 빈이와의 관계는 또 독립적인 거니까 그걸 잘 가꿔나가는 거죠.


제가 말씀드렸었죠. 부모자식 관계도, 연인도 부부도 결국 본질은 인간관계라고. 그니까 사랑이 지나간 뒤에도 인간관계는 남아서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거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식을 가진 입장에서 고맙기도 했고, 많이 배웠습니다.


주변에 보면, 아이 엄마아빠라고 해도 자식 상처받을 건 안중에도 없이 그저 서로 괴롭히고 상처주기 바쁜 사람들 많잖아요. 그런 거지 같은 꼴 많이 보거든요, 살다 보면.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 아이와의 관계도 잘 지속을 하고 있어서 만족스럽고요.


그래서 그런지 아이도 이별을 잘 받아들였습니다. 이게 보니까 어른들 두 사람이 앙금 없이 감정 정리를 잘하고 언제나 먼저 아이의 입장을 존중해 주면, 아이는 큰 타격이 없는 거 같아요. 즐겁게 잘 지냅니다.


그 친구가 엄마 남자친구일 때도 좋았지만, 지금이 더 좋대요. 왜냐면 예전에는 가족같이 지내니까 이 친구가 아무래도 좀 엄격했을 거 아니에요 아이한테.


근데 지금은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아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어디 놀러 갈 때 만나러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입장에서는 이 친구가 훨씬 친절해졌고, 그러면서도 엄마를 다시 독점할 수 있으니까 자기는 지금이 더 좋은 거예요.


웃기죠? 사람이 다 자기 입장만 생각합니다. 엄마는 남자 친구가 없어졌는데 이 녀석은 엄마가 남자 친구가 없어서 더 좋은 거예요. 그래서 자식이 나를 챙겨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챙겨야 해요.







한 편으로는 이 이별이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 거 같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데, 빈이는 생애 첫 이별을 굉장히 쇼킹하게 경험했잖아요. 자기를 낳아준 아빠가 연락을 완벽하게 끊어버렸죠.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서 ‘아, 연인이 서로 사랑하다가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구나, 그렇다고 해서 다 아빠처럼 영원히 인생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친구로 지낼 수도 있구나.’ 하는 또 다른 경험을 해보는 거죠.


제가 전남편과의 이혼을 통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끝났을 때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신뢰도 함께 아작 나는 걸 경험했잖아요. 상처를 극복하고 했어도 그 남녀관계에 대한 환멸감이나 실망감은 마음속 깊이 남아있거든요. 그런데 이번 이별로 신기하게도 그걸 다시 회복하게 됐고, 아이에게도 그런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원래 현실 세계의 저라는 사람과 글을 쓰는 뿌리와 날개로서의 자아를 잘 구분하는 편이고, 또 정신건강을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구분을 짓기도 해왔는데요. 이렇게 유튜브를 하니까 또 현실의 저와 뿌리와 날개로서의 제가 때로는 이렇게 섞이면서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상당히 저한테도 흥미로운 경험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게 된 김에 다음에는 뿌리와 날개가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룰 브레이커 in 독일>이라는 책을 쓰고, 한 남자와의 사랑과 이별을 공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볼까 해요.


그래서 돌싱이신 분들, 또 이혼하고 새로운 사랑에 관심 있으시거나 현재 아이를 데리고 연애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다음 영상에서 또 뵙겠습니다!


오늘도 그럼 제 영상을 시청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다음 영상에서 뵐게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1RsE083Oi0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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