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ㅣ구직의 서막
오늘은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궁금해할 만한! 독일에서 취직하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도 유튜브에서 이런 키워드로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요, 이런 정보를 올려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했어요. 물론 저랑 상황이 많이 달라서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공유해 준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오늘은 이렇게 저처럼 생계가 막막한 싱글맘들, 또 그냥 구직자도 아니고 뒤 봐줄 친정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며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독일 땅의 한국인 싱글맘들을 위해서 이렇게 영상을 찍어봅니다. 다른 나라에 사시더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또 참고하시기 바라요.
그동안 제가 어떻게 먹고살았는지 많이들 궁금하셨죠? 저는 독일에 넘어와서 11년 정도 됐지만, 아직까지 정식으로 어디 취직해서 매달 월급을 받아 본 적은 없습니다.
보통 국제결혼으로 외국에 넘어오시는 한국인 여성들이 그렇듯 저도 결혼생활을 했던 3년 정도는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면서 출산하고 육아를 했어요.
그러다가 아이 돌 때쯤 남편과 헤어지게 됐고,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되면서 그때부터 다시 3년은 젖먹이 우리 아들 덕으로 정부에서 인정하는 육아 휴직기간인 엘턴짜이트를 보내면서 실업급여를 받아서 생활을 했습니다.
왜 아들 덕이라고 하냐면, 이렇게 어린 자식이 없으면 이마저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에요. 독일에 얼마나 사셨든, 독일 여권도 없고 또 보호해야 할 어린 자식도 없으시다면, 신체가 건강한 이상 바로 돈을 벌러 나가셔야 합니다. 그게 아니면 외국인 신분으로 독일 체류가 불가능해지겠죠.
저는 아기가 젖먹이였기 때문에 법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대상자에 들어갔어요. 사실상 기초생활수급이랑 똑같은데 이름이 실업급여인 이유가 여기 있는 거예요.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라는 거죠. 그래서 마음은 괴로울지언정, 밥은 안 굶었고요.
이것도 가만히 계신다고 돈이 자동으로 통장에 따박따박 들어오는 게 아니라 직접 거주하시는 지역 시청에 가셔서 구비 서류를 종류별로 한 움큼 받아와서 다 작성하고 예스라고 체크하신 항목마다 증거서류를 또 추가로 제출하셔야 됩니다. 독일어를 못하신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으시겠죠.
그래서 이 부분을 그동안 모아 온 제 사적인 자료들을 바탕으로 언젠가 집중적으로 글이나 영상으로 제작을 해서, 정말 필요한 그룹을 대상으로 저작권 보호와 함께 유료 정보제공을 하려고 해요. 이런 류의 정보는 호기심에 아무나 건드릴만한 자료도 아닐뿐더러 제 정보도 같이 오픈되기 때문에 그렇게 할 계획인 거고요.
이건 아마 저 말고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내용이 될 거예요. 이런 엄청난 정보를 타인을 위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게 쉽지도 않고 만약 누군가가 이런 정보를 무료로 뿌려준다면 정말 무조건 감사하게 받아 쓰시면 될 거예요. 만약 누군가 이런 일을 해준다면 굳이 제가 수고를 할 필요도 없겠죠. 그럼 좋겠네요!
그다음 4년은 전남편이 보내주는 부양비를 바탕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했어요. 참고로 부양비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서양남자랑 이혼하면 남자만 개털 되고 여자는 자동으로 자녀 양육비랑, 본인 부양비까지 받으면서 편하게 사는 줄 착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미주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독일에서 그거는 쌍팔년도 얘기고요.
저도 결혼생활 당시에 인터넷에 떠도는 그런 유언비어만 주워듣고 대충 어리바리하게 지내다가 제가 이혼하던 2015년에 직접 알아보면서, 그 당시 법으로도 이미 자녀가 만 3세가 넘으면 주양육자가 경제력이 없더라도 비양육자에게 전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독일법의 추세가 점점 전 배우자에 대한 비양육자의 과도한 부양의무를 덜어주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직장이 있다면 아이가 몇 살이던 더더욱 본인의 생계는 본인이 책임지셔야 하고요.
여러분이 독일어를 하든 못하든, 능력이 있든 없든 처지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아이가 만 3세가 넘어가면 유치원에 가기 때문에 스스로 돈을 벌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게 독일 여자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도 계속 일을 하는 이유예요.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고 키운다고 해서 직장을 안 가는 게 말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이것도 참 골 때리는 게, 독일 유치원은 보육시간에 따라서 주 25시간 반, 35시간 반, 45시간 반이 있거든요. 이것도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제가 사는 곳은 그래요.
그런데 일을 하려면 아이를 유치원에 45시간으로 등록시켜야 하잖아요. 풀타임 잡이 주 40시간 근무니까 통원하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45시간 등록을 해도 일단 싱글맘은 풀타임 근무가 불가능하다는 거, 아이가 없으신 분들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또 설명을 드릴게요.
아무튼, 그래서 무조건 보육시간을 최대로 잡아야 돼요 싱글맘은. 유치원 말고는 애 맡길 데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이 45시간 반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우선이에요. 그래서 유치원에서는 45시간 자리를 받고 싶으면 취업증명서를 가져오라고 하거든요.
아니 그런데 취업을 하든, 공부를 하든 뭘 하려면 일단 애부터 어디 맡겨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그 유치원에서 45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일단 일을 하고 있는 증명서를 떼오라고 한다는 거죠. 이런 식의 서류 패러독스가 앞으로도 어딜 가든 모든 일처리에 계속 발생할 겁니다. 왜냐? 독일은 빌어먹을 서류의 나라니까.
또 독일에는 기초생활수급자 제도가 있기 때문에 직장이 없어도 사실 금전적인 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어요. 다만 자신의 자존심 내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셔야겠죠. 제가 올린 열등감 극복에 관한 영상을 보시면 조금 감이 올 거예요. 그에 관련된 이야기도 물론 차차 해드릴게요.
참고로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무나 못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외국인 신분으로 이 복지제도를 이용하게 되면 나중에 영주권이나 독일여권을 신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아이도 없고, 경제력도 없이 이혼하신 한국분들은 정말 도움 받을 곳이 없고요.
그래서 독일 국적의 자녀가 없으시거나, 또 독일 영주권이 없으신 분들은 독일복지제도는 그냥 빛 좋은 개살구라고 보시면 돼요. 그런데 잘 생각을 해보시면 이게 참 합리적인 거예요.
왜냐하면 자녀가 있으면 그 자녀를 근거로 독일에서 살아갈 바탕을 마련하시면 되는 거고, 자녀가 없다면 홀가분한 자유의 몸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시던지, 독일에 남아서 버티시던지, 아니면 다른 나라도 또 떠나시던지 하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자식이 있다면 자식 때문에 독일에 발목 잡혔다고 억울해하면서 자식 없이 이혼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대신 아이 덕분에 받을 수 있는 독일 법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받으시면 되고요.
자식이 없다면 자식 덕 못 보는 걸 억울해하지 마시고 자식이 없어서 피 터지는 양육권 싸움이나 헤이그 조약 때문에 독일땅에서 인생을 저당 잡히지 않아도 되는 것에 감사하면서 새 출발 하시길 바라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삶이 레몬을 던지면 시다고 불평하는 대신 각자 입에 맞는 레모네이드를 만드시면 됩니다.
독일 법이나 실정에 대해서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저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단지성 적극환영입니다.
다만, 정확한 법적 근거나 직접 경험하신 부분에 한해서 적어주시기 바라요. 실제 사람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 하는 식의 인터넷 유언비어나 어디서 주워들은 이야기가 퍼지는 것은 최대한 경계하고 있습니다.
저는 4년 여에 걸친 시간 동안 독일에서 혼자 아기를 키우면서 치열하게 버텨냈고, 그 과정을 모두 자료로 남겨서 이혼소송이 시작됐을 때 제게 남편의 부양비가 왜 중요한지를 제 삶으로 모두 증명을 해냈고, 그게 인정이 됐기 때문에 승소를 한 거예요.
승소를 해서 예정된 대학 학기기간 동안 전남편에게 생활비를 받아낼 수 있었던 거지, 누구나 다 그렇게 당연히 받아낼 수도 없고요. 그리고 저처럼 똑같이 한다고 해서 승소하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소송이라는 게 그래요, 여러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마음을 놓으시면 안 되고 양육권 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억하세요. 그래서 제가 3년 간의 부양비를 받게 됐을 때 변호사를 비롯해서 주변 독일사람들이 다 놀랐던 거예요. 2019년 판례 치고는 너무 이례적인 일이라서.
저도 물론 놀랐죠. 제가 부양비 소송할 때 판사랑 상대 변호사한테 일방적으로 한 시간 반 동안 총알받이 같이 취조당하고 상대 변호사한테 막 조롱당하고 독일말로 계속 고문당하다가 막판에 독일판사한테 소리 질렀다고 했죠. 새끼 데리고 3년을 그 개고생을 했는데 당신네들 해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그래서 전 재판 망친 줄 알았거든요. 그 판사가 움찔했어요. 제가 소리 지르니까 놀라가지고. 진짜 그 재판에서 생활비를 받아내기까지 정말… 그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아직도 글로 다 풀어내지를 못했고요. 그 당시 상황을 짤막한 내용으로 남겼던 글은 아래 설명란과 댓글창에 링크를 첨부해 둘게요.
언젠가 제가 직접 읽어드릴까도 싶어요. 정말 그 재판으로 결혼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게 됐기 때문에….
나중에 독일에서의 이혼과정에 대해서도 한번 짚어드릴 텐데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어요. 빨리 해드리고는 싶은데, 저는 유튜브를 생계수단으로 의지하는 전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제가 즐겁고 좋아서 하는 입장이라, 저의 실제 삶과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급한 대로 지금 당장 국제결혼을 하신 여러분께서 아셔야 할 단 한 가지가 있다면, 어떤 상황이시더라도 생계수단을 가지시라는 겁니다. 독일인 남편의 마음이 돌아서는 순간 본인의 생계는 본인이 책임지셔야 하기 때문이에요. 이혼도 필요 없어요 독일은.
그냥 남편이 내일부터 여러분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그래서 함께 사는 것보다 혼자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순간 그냥 그 관계는 끝나는 거고 그동안 남편에게 받아온 모든 금전적인 도움도 남편이 자의로 계속 베풀지 않는 이상 끝인 거예요.
그래서 여러분이 독일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하셨다면, 여러분의 경제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금전적인 독립이 물론 중요하지만, 특히 독일남자와의 결혼은 더 그렇습니다.
지금 유튜브나 각종 SNS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한독커플 분들도 한국 여성분들이 다 독어가 유창하시고, 직업이 있으시죠. 이게 우연이 아닙니다. 당연하기 때문이에요, 독일에서는.
이게 지금 여러분의 독일인 배우자의 사랑이 하찮다거나 독일인 배우자의 사랑을 의심하라는 그런 말이 아니라, 그냥 이 독일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근거한 실제 독일에서의 삶이, 팩트가 그렇다는 거예요.
아무튼, 그래서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저는 취직을 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 해왔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습니다. 처음 3개월은 시에서 연결해 준 취업센터를 통해 구직사이트를 알아보고, 구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이력서 작성,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에 관한 노하우들을 배우고, 또 증명사진도 무료로 찍었습니다.
구직자들끼리 정보도 교환하고, 구직에 필요한 세미나도 듣고 하는데 이 취업센터의 가장 좋은 점은 구직에 필요한 스펙을 쌓도록 도와준다는 거예요. 이 취업센터는 독일어로 잡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곳인데, 아카데미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소위 말해 먹물 든 실직자들을 위한 곳입니다.
독일에서도 정치학과, 독문과, 철학과, 심리학과 같은 인문대는 취직에 1도 도움이 안 되는 학과들이라서 대학 졸업한 백수들이 많아요. 또 이런 사람들이 배운 게 있다 보니 자존심도 세고 눈도 높아서 아무 일이나 또 안 하거든요.
이건 제가 하는 말이 아니라 독일인 구직 담당자가 해준 말입니다.
늬들 배운 거 아까워서
막노동은 또 못할 거 아냐,
그니까 고집 그만 부리고
니 취미랑 좀 안 맞아도
여기서 실제로 도움 되는 스펙 쌓아서
나가서 취직해.
늬들 청소나 설거지하기도 싫잖아.
실제로 이렇게 면전에서 대놓고 말해요. 이 사람들도 수십 년간의 실직자들을 대한 경험으로 아는 거죠. 먹물 좀 먹은 사람들은 취직하라고 닦달해 봤자 눈에 안 차는 일 하라고 하면 자존심 때문에 하다 관두기 일상이고, 결국 모티베이션을 잃고 평생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다는 거를. 이게 고학력 실업자들의 딜레마예요.
그리고 사실 그들이 고급인력이기도 하죠, 그냥 아무 일이나 시키기에는. 이 사람들이 당장 돈을 못 벌 뿐이지, 인문학이나 철학이 사실 긴 인간의 역사를 봤을 때 전혀 가치 없는 일은 아니잖아요. 멍청한 사람들은 더더욱 아니고. 다만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그들은 현실감각이 좀 떨어질 뿐이죠.
그러니까 스펙 쌓는데 돈과 시간이 좀 들더라도 지원을 해주는 거예요. 결국 이 사람들이 제대로 된 회사에 취업해서 자기 능력을 펼치게 되면, 돈을 벌고 또 그 돈으로 세금을 내면 그동안 투자한 거 뽕을 뽑을 수 있으니까.
그 스펙 쌓는 일이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36개월까지도 되고요, 간단하게는 영어나 독일어 수업,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나 비즈니스 세미나 같은 거부터 해서 스포츠 마사지, 호텔매니저, 무역 관련 공부까지 거의 아우스빌둥이랑 차이가 없는 수준이고, 심지어 이 돈을 전액 지원해 준다는 거예요 국가에서. 대단하죠?
이런 걸 움슐룽이라 그래요. 직업 재교육시스템인데 아우스빌둥이랑 차이가 뭐냐니까 없대요.
아우스빌둥은 열아홉, 스물 이런 사회초년생들이 대학 가듯이 기술을 배우는 거고, 움슐룽은 고학력 실업자 또는 이미 한번 직업교육을 받았던 분야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실직자가 된 사람들, 또는 저처럼 대학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 구직시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직업 재교육시스템인 거죠.
기본적으로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정부에서 돈도 대주는 거예요. 이런 혜택을 역시 아무나 받을 수 없겠죠. 제가 2015년도에 이런 제안을 받았더라면, 그 지난 시간 동안 개고생을 하고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굳이 대학을 갔겠습니까? 안 가고 이거 했겠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잡 아카데미를 알지도 못했고, 연결을 받지도 못했어요. 이번에도 처음부터 그쪽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까 하나가 걸려들어서 담당자가 조심스럽게 이 얘기를 꺼낸 거지 안 그랬으면 저도 몰랐을 거예요.
제가 보니까, 어지간해서는 잡센터 쪽에서도 별로 잡 아카데미로 연결을 안 해주려고 하는 거 같아요. 워낙 돈이 많이 드니까. 그래서 일단 실직자들을 최대한 빨리 구직시장으로 내몰기 바쁜데, 이렇게 구직자들이랑 대화를 하다 보면 학력과 비교해서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얘는 아무 일이나 하기 아깝다, 조금만 지원해 주면 지 눈높이에 맞게 욕심 채울라고 열심히 살 거 같은 애들. 아니면 대충 아무 일이나 하라고 하면 만족 못하고 맨날 관두겠다 싶은 애들, 아까 말한 먹물 든 한량들… 그런 사람들을 선별해서 까다롭게 보내는 거 같아요.
저는 이럴 때 이게 어떻게 굴러가는 건지 그 메커니즘 자체가 상당히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제 처지나 입장 이런 거 눈치 안 보고 항상 대놓고 물어봐요. 왜 8년 전에는 나한테 이런 거 안 가르쳐줬냐. 그랬더니, 되게 당황하더라고요. 아무나 알려주는 게 아니라, 될 만한 애들한테만 기회를 주는 거래요.
이런저런 정황을 따져봤을 때 제 추측으로는, 그 당시에 제가 막 남편하고 헤어져서 독일 물정도 전혀 모르고, 독일어도 거의 못했잖아요. 아기 데리고 맨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관공서 쫓아다녔다고 했죠!
게다가 아기는 이제 갓 돌 지나서 앞으로도 2년은 족히 엄마가 끼고 키워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니까 이 담당자들도 연결해주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겠다고 판단했던 거 같아요.
구직에 관해서는 제가 할 말이 워낙 많아서 시리즈로 기획을 했고요. 다음 영상에서는 제가 구직활동을 하면서 다시 한번 현실을 각성하게 되는 두 번의 계기, 정말 충격적이었던 취업전문가들과의 상담내용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제가 잡 아카데미에 가게 된 것도 언제나 그랬듯이, 제가 그렇게 여름 내내 여기저기 오만 떼만 데를 다 들쑤시고 다녀서 얻어낸 기회거든요. 여러분은 이제 저를 통해서 잡 아카데미의 존재를 아셨으니까 제가 몇 달간 한 개고생은 생략하셔도 되겠죠. Bitte schön! (you‘re welcome!)
아무튼, 한국에서 인문대나 어문계열 나오셨거나 이공계 나오셨어도 독일에서 취업해 보신 적 없거나, 또는 애 키우느라 경력단절 오래되고 그러신 분들, 하여간 각종 핸디캡으로 취업 때문에 독일에서 피 마르시는 분들 다들 오셔서 도움 될 만한 거 없는지 좀 들어보고 가세요.
특히 저처럼 싱글맘으로 구직 중이신 분들은 정말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인터넷에 아무리 훌륭한 정보가 많아도 내 처지로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면 소용이 없거든요.
- 20대 중후반에 자식도 없고, 불러주는 도시 아무 데나 훌쩍 이사 갈 수 있는 젊은 사람들
- 하루 8시간씩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모자라서 막 출장도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사람들
- 또는 이미 영어와 독일어가 완벽하고 다른 나라 국제적 기업에서 인턴쉽도 해 본 사람들
- 독일에서 대학이나 아우스빌둥 한 사람들
- 한국에서 특수기술을 가지고 경력직으로 넘어온 사람들
이 들려주는 구직이야기는 사실 우리같이 독일남자 하나 믿고 넘어와서 졸지에 싱글맘으로 살게 된 사람들한테는 빛 좋은 개살구예요. 쓸모가 없습니다. 좋은 정보인데 우리에게는 쓸모가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커리어를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돌봐야 할 자식이 있잖아요.
정말 답답할 때는 그런 생각 많이 했거든요. 아 진짜 얘를… 한몇 시간 만이라도 좀 배터리를 빼서 전원을 꺼놓고 싶다… 그래서 일처리 할 거 하고 다시 전원을 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살아있는 존재, 생각하는 존재, 또 엄마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거든요. 그리고 엄마의 사랑과 관심, 이런 물리적인 엄마와의 시간을 먹고 자라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간이 되는 존재거든요, 자식이라는 게.
그래서 인터넷으로 독일에서 취직한 다른 사람들 보면서 왜 나는 안될까, 왜 나는 이거밖에 못하지, 그런 생각으로 쪼그라들지 마시고 제 영상을 보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기운 내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랫동안 다른 한국사람들이 독일에서, 또는 해외에서 취직한 영상들을 보면서 기를 쓰고 따라 하려고 노력하고, 또 고민하고, 속상해했었어요. 저는 그게 열등감이라는 걸 깨닫기 전까지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게을러서 그런 거라고 오랫동안 스스로를 자책했거든요.
그런데 제 전남친 씨가 하루는 그러더라고요. 걔네들도 너처럼 애 키우냐고. 너처럼 외국에서 가족 없이 애 키우녜요. 그래서 제가 그랬거든요. 가끔 그런 싱글맘들도 있다고. 그랬더니 또 물어보는 거예요. 그 여자들도 너처럼 남편이 애랑 연락 전혀 안 하고 사냐고. 너처럼 24시간 애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냐고.
그래서 보니까 그건 아니더라고요. 한국에 사는 싱글맘이면 친정이라도 있고, 외국에 사는 싱글맘이면 전 시부모던, 전남편이던 일주일에 하루라도 애를 데려가는 시간이 있는 거예요. 보통 그게 아니면 재혼이나 동거를 해서 파트너가 아이를 봐주고 그 덕에 일을 하기도 하고요. 하여간 뭐라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아니잖아요. 24시간 풀타임으로 애를 항상 끼고 산단 말이에요. 이렇게 사는 싱글맘들은 독일사람이라고 해도 저랑 상황이 비슷해요. 그니까 이건 외국에 사냐, 내 나라에 사냐의 문제도 아니고 능력이 있냐, 없냐의 문제도 아닌 거예요.
애 키우는 엄마가 일이건 공부건 할 수 있도록 그걸 적극적으로 돕는 조력자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인 거죠. 조력자가 전혀 없다면 엄마와 아이가 이 모든 걸 다 감당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일을 최우선으로 놔버리는 순간 아이는 망가집니다. 반드시 치러야 하는 대가가 있어요.
그래서 싱글맘 여러분들, 특히 국가에 상관없이 전남편이든, 친정이나 전 시댁이든 아무 도움 없이 정말로 아이를 혼자 키우시는 분들은 꼭 기억하세요.
취직하는 걸 보고 배우시려면 여러분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보고 따라 하셔야지 한 가지 조건이라도 다르다면, 특히 그것이 자녀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면 함부로 따라 하시면 안 되고 그것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실 필요도 더더욱 없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또 격려해 주세요.
그리고 자식을 안 키울 거면 몰라도 키우신다면, 일은 절대 아이보다 우선일 수 없어요. 자식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정말 천지차이입니다. 조력자 없이 욕심내시면 그 부작용을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녀가 오롯이 감당해야 합니다. 저와 저의 아이도 감당하고 있는 게 있죠. 아이의 틱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살아나가는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거예요.
외국에 사는 한국인 싱글맘 치고도 상당히 치명적인 핸디캡을 안고 있는 제가, 구직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이혼을 앞두고 생계가 막막하신 분들, 비슷한 상황에서 취업이 안 돼서 어려우신 분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도 드리고 정신적인 위안도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죽으란 법은 없어요. 제가 이렇게 지난 세월을 글로 써놓으니 돈 안 벌고도 팔자 좋게 잘 살았네 싶으시겠지만, 정말 매 순간이 고비였고, 위태로운 순간도 많았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은 그 피눈물 나는 과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저를 그렇게 응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여러분도 저랑 같이 한 발짝, 한 발짝씩 떼면 돼요. 할 수 있어요. 저라고 뭐 당장 큰 대책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더 이상은 돈 때문에 두려움에 벌벌 떨고 그러지 않아요.
지난 7년 동안 충분히 해 봤고, 제가 첫 영상에서 말씀드렸듯이 내가 내 할 일을 하면서 나대로 잘 살아가다 보면 또 내 삶도 삶대로 잘 굴러간다고, 산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걸 제가 몸소 경험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에 놓을 수가 있었죠.
오늘 하루 굶어 죽지 않으면 그걸로 족하다, 그냥 살자!
그러니까 잘 따라오세요, 여러분도! 제가 앞으로 취직을 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면접을 보게 되면 면접장면을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 면접 보러 가는 길 이런 것도 조금씩 찍고 있으니까 저랑 한 걸음씩 한번 가보자고요.
구직자 여러분들 모두 힘내시고, 그럼 다음 영상에서 봬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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