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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Apr 01. 2023

힘들다고 자식을 밀어내면

자식이 힘들고 버거운 싱글맘들에게ㅣ내 자식은 고슴도치

오늘은 날씨 얘기와 더불어 우리 아들 얘기를 해볼까 해요. 한국은 봄이 왔다고 하던데 여기 독일은 여전히 날씨가 우중충합니다. 그동안 간간이 보여드린 햇살은 길면 두세 시간, 짧으면 15분 이 정도의 시간을 포착해 낸 거고, 사실 거의 회색하늘이라고 보시면 돼요.


회색 하늘이 너무 오래 지속이 되면 사람이 진이 빠집니다. 2주 가까이 벌써 날씨가 계속 이러니까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독일은, 보통 10월쯤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이게 적어도 4월까지 간단 말이에요. 1년 중에 거의 반년은 그냥 우중충한 상태인 거예요.


그러다 가끔 어느 하루 해가 15분에서 두 시간 정도 나면 우르르 몰려 나가서 햇빛 쬐고, 다시 이런 날씨가 지속이 되죠. 6-9월까지 본 햇살을 저장해 놨다가 다음 8개월을 다시 견뎌야 하기 때문에 제일 힘든 게 2월이에요. 2월까지는 정말 거의 해를 볼 수가 없거든요.


거의 3개월 넘게 해를 못 보다 보니까 2월쯤 되면 사람 에너지가 거의 방전이 되고요. 그 자연에서,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가 고갈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2월이 정말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많이들 우울증에 시달려요. 특히 독일 여자들이.


아이들도 당연히 영향을 많이 받죠. 몸이 찌뿌둥하고 그러니까 아이들도 아침에 개운하게 못 일어나고 그래요. 이럴 때 리듬이 흐트러지지 않게 아침을 일부러 더 활기차게 시작해야 되는데, 오늘은 제가 리듬을 놓쳤습니다. 엄마라고 해서 항상 힘이 나고, 매일같이 잘할 수는 없잖아요.


또 여기는 3월 마지막주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서머타임이 시작되거든요. 한 시간 앞당겨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녁 8시에 자던 사람은 서머타임이 오면 갑자기 7시에 잠이 들어야 하니까 잠이 잘 안 오고, 6시에 일어나던 사람은 5시에 일어나야 하니까 아침에 많이 졸리겠죠.


여기도 이제 막 서머타임이 시작됐기 때문에 굉장히 피곤한 첫 주였고, 그래서 아이를 좀 더 자도록 내버려 뒀는데, 거기서 이제 리듬이 꼬입니다.








일어나면서부터 그냥 기분이 안 좋은 거죠. 이게 반드시 날씨뿐만은 아니고, 저희의 힘들었던 삶과도 연관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가 세 살 전후였을 때에는 정말 눈 뜨면 전쟁이었거든요. 아이가 눈 뜨면서부터 기분이 안 좋아서 하루를 시작하니까.


그런데 자라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힘든 날이 있습니다. 예전에 제가 마음이 이렇게까지 정돈되기 전에는 아이가 눈 뜨자마자 심술을 부리면, 몇 번 좋게 얘기하다가 저도 같이 아이 기분에 말려들었거든요. 그러면 이제 같이 퍼붓는 거죠.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그럼 엄마더러 어쩌라는 거야! 뭘 어떡하라고! “ 그러면 이제 애도 ”엄마 미워, 싫어 가! “ 이러고, 그러면 저도 이제 기분이 상해서 가버리고, 그러면 애는 간다고 더 난리가 나고 그래서 다시 오면 또 온다고 짜증 내고. 이게 막 반복이었어요.


어쩌다 한 번도 아니고 일주일이면 6일을 그러니까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거든요. 내가 아무리 온갖 에너지를 짜내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려고 해도, 아침에 유치원 가기 전까지 30분을 넘게 애가 징징거리면 정말 내가 미친년이 아니고서야 콧노래가 안 나와요, 그런 짜증을 받아내면서.


그런데 코로나 터지고 제가 많은 것들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게 되면서 자의든 타의든 휴식이 많아지고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니까 아이 역시도 많이 안정을 찾았어요. 그러면서 아침에 그런 짜증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고. 그래도 한 달이면 두세 번 정도는 그런 날이 있고 오늘이 그런 날 중에 하나였던 거죠.


이게 힘든 게, 옆에 있으면 있다고 짜증을 내고 가면 간다고 또 짜증을 내요. 그러니까 이유가 없어요. 아니죠, 이유가 있죠. 이건 뭐 어제, 오늘 일로 애가 마음이 상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사실은 생후 3년까지의 환경이 양육에서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빈이가 첫 돌 지나고 네 돌 때까지 이 3년이 뭐예요, 저희한테는. 제가 남편하고 헤어져서 길바닥에 내쳐지고 집도 절도 없이 보호소 들어가서 무일푼으로 시작을 해야 됐던 시기잖아요.


정말 처절하고, 치열하고, 비참하고 또 지독한 시간이었거든요? 엄마인 제가 아이 한 살에서 네 살이 될 때를 그렇게 보냈기 때문에 이게 고스란히 아이의 심성과 무의식을 형성하는데 들어간 거 같고, 물론 아이의 타고난 기질도 있겠죠. 그렇지만 참 쉽지 않았단 말이에요, 아이나 저나.


그래서 그렇게 아이가 자기 마음속에서 때때로 그렇게 짜증이 일어서 괴팍하게 굴면 이제는 제가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에 그걸 잘 받아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아이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잖아요.


‘네가 기분이 나쁜 건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네 기분이 나쁘다고 그걸 주변 사람한테 풀고, 그러는 건 아니지 않으냐. 자기 마음은 자기가 다스려야 한다. 너 기분 나쁘다고 다가오는 엄마한테 가라고 문 딱 닫고, 조금 있다 네 기분 풀리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엄마한테 다가와서 그렇게 살갑게 굴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속상하다.‘ 그렇게 말을 했는데…


애한테 그렇게 말을 해놓고 보니까, 이게 애가 아니라 사실은 제가 그런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아이 두 살, 세 살 때 내 현실도, 내 마음도 모든 게 너무 버거워서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들면, 애 양치 시키다 말고 그냥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잤어요.


하루 종일 법원 서류에, 금전적인 압박에, 독일어는 하나도 모르겠고, 날씨가 추워도, 더워도 유모차 밀고 종종 종종 여기저기 다니면서 문제 해결하고 대부분은 돈 달라고 구걸하러 다니고 미래는 막막하고 어디 믿고 의지할 데는 없고 엄마엄마 하는 애는 24시간 딱 붙어서 챙겨야 되고 하니까 정말 너무너무 힘이 든 거예요.


그러면 저녁 6시, 7시 되면 진짜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뭐 먹는 거나 어디 잘 먹겠습니까? 배달음식이 잘 돼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내가 어린 아기 데리고 내 발로 장 봐다가 장 본 거 다 이고 지고 3층 올라와서 발 밑에서 놀아달라고 우는 애기 발로 걷어차가면서 다 씻고 다듬고 해서 요리를 해야 겨우 한 끼를 먹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항상 피곤하고 기운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애도 너무 버겁고.


그런데 자기 전에 양치를 시키면 애는 한창 까불고 그럴 때니까 장난친다고 여기저기 물 뱉고, 컵 던지고, 양치하는 거 싫으니까 도망가려고 하고. 서너 살이 한창 그런 때잖아요. 맨날 까르륵까르륵 웃고. 사실 얼마나 귀여워요, 지는 엄마랑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


그런데, 사람이 너무 힘이 들면 자식이고 뭐고 그게 하나도 안 예쁩니다, 여러분. 그냥 너무 힘들고, 빨리 재우고 나도 잤으면 좋겠으니까. 너무 힘이 드니까 이를 악물고 죽을힘을 쥐어 짜내서 그래도 교육상 안 좋다고 하니까 애한테 화 안 내고 조용조용 말로 얼르면서 양치를 시키는 거지, 그 모습이 그렇게 이쁘고 귀엽고 그러지가 않아요.


그런데 애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장난을 치잖아요. 그렇게 컵을 막 내던지면 몇 번 줍고, 양치하자 하자 얼르면서 그러다 보면 저도 이제 막 성질이 나는 거죠. 그럼 소리도 지르고, 화도 내고, 그러다가 도망가는 애 얼굴 꽉 붙들고 억지로 양치를 시키면 가끔 피도 나요. 그렇게 억지로 잡고 아프게 하면 애는 막 자지러지게 울고.


그런 일이 몇 번 있으니까 이건 뭐 학대잖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애가 그렇게 난장을 치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갔어요. 내가 나를 주체를 못 하겠으니까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서 차라리 무기력해지는 게 나은 거예요.


그렇게 들어가면 처음에는 애가 따라 들어와서 들러붙어요. 그러면 나도 이제 그때는 내 마음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냥 나가라고 하는 거죠.



엄마 너무 힘들어서
쉬어야 돼.

나가줄래?


이러면 몇 번 그러다 애도 눈치가 있으니까 나가요. 그런데요, 가끔은 그것마저도 너무너무 힘겨울 때가 있어요. 그냥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안 들리는 곳에서 나 혼자 있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제가 이렇게 문을 잠급니다. 그러면 애가 이제 문 앞에서 울어요. 그런데 아우, 그 소리도 막 듣기 싫어요. 미쳐버릴 거 같은 거예요. 그러면 이불속에서 귀를 막아요. 애 소리가 안 들리게. 그럼 애기가 문 앞에서 울다가 어느 순간 그냥 갑니다. 왜냐면, 그렇게 악을 쓰고 울어봤자 엄마는 안 오니까.


절대 애가 그렇게 악쓰고 울 때 저는 안 달래줬거든요. 그럼 애가 이제 화장실로 들어가서 조용히 양치하고, 세수하고, 그러고 나서 방문을 똑똑 두드려요.



엄마,

들어가도 돼?



그게 두 살, 세 살 먹은 아기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날그날 제 마음에 따라서 풀리면 들어오라고 할 때도 있고, 아니면 싫다고 해요. 되게 차갑죠? 그런데, 그때는 그랬어요. 안 그러면 내가 죽을 거 같으니까.








그런 일이 반복이 되면요,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더 이상 방문을 두드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까불다가도 엄마가 혼자서 들어가 버리면 자기 혼자 양치하고, 불 끄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자요. 포기하는 거죠.


그렇게 한두 시간 지나서 아이는 잠들고 저도 좀 마음이 가라앉아서 밖으로 나와서 애기 방에 가보면 애기는 잠옷을 거꾸로 입고 있을 때도 있고, 이불 차내고 저 혼자 잠들어있고, 이게 세수하다 묻은 물인지, 애기 눈물인지도 모를 그런 물기가 막 옷이랑 이불에 묻어있고 그러면… 얼마나, 얼마나 서럽고, 아이한테 미안하고, 자괴감이 드는지 아십니까?



내가 진짜 엄마가 맞나?

이게 아동학대랑 뭐가 다르지?

그럼 나는 아동학대자인가?

그럼 나 같은 사람이 애를 키워서 뭘 하지?

차라리 나보다 더 잘 키울 수 있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크라고 보내는 게 낫지 않나?

이게 진짜 사람 사는 걸까?

나는…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막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울다 보면, 그러다 가끔 그런 생각이 나요. 도대체 애는 둘이 같이 낳았는데, 왜 나 혼자 이러고 있지? 그 사람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그 여자랑 스카이라운지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을까? 촛불 켜놓고 집 안에서 로맨틱한 춤을 추고 있을까?


같이 결혼해서, 같이 아기 낳고 키우자고 했으면서 그 사람은 다른 여자 때문에 우리를 버리고 떠났고, 나는 우리의 아이를 힘들어도 혼자 키우고 있는데 왜, 왜 그 사람은 괜찮고 나만, 나만 이렇게 괴물 같은 엄마가 되어야 되지?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거지? 왜,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그러면 막 주체할 수 없는 화가 마음 안에서 이는 거죠. 저는 이혼하고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어린 빈이랑 그렇게 견뎌냈어요. 그래서 지금 이제 좀 살만해져서 아이가 가끔 저한테 못되게 구는 걸 보면 내가 그때 애기 어릴 때 했던 걸 돌려받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이것도 깨달은 지 얼마 안 됐어요. 왜냐면 이런 것도 자기 마음 안에 숨 쉴 공간이 있어야 돌아보고 뉘우치고 그런 거지, 사는 거에 쪼달려서 전전긍긍하면 그런 것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정말 많이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면서 그런 뾰족한 아이를 품을 만한 공간이 마음에 생기면서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전에는 저도 같이 싸웠죠.







그런데 코로나 터지고 전 남자 친구하고 사귀기 시작하면서 심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겨서 조금씩 아이를 품기 시작했고, 특히 작년에 학업을 완전히 포기하면서 다 내려놓게 되니까 아이를 완전히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가 기분이 좋으면 엄마가 좋다고 표현을 하는데, 자기 기분이 나쁘면 엄마가 필요하다거나 엄마가 있어줬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해요. “”혼자 있고 싶어. “, ”엄마가 있고 싶으면 있고, 가고 싶으면 가. “ 뭐 이런 식으로.


그래서 자기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한 지 한 1년이 넘었거든요. ‘엄마는 네가 위로가 필요하면 옆에 있어줄 거고 혼자 있고 싶으면 나가 줄거지만, 언제나 엄마 마음은 네 곁에 있다. 그런데 네가 네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엄마도 알기 어려우니 꼭 솔직하게 말을 해줘라. 그리고 상처 주는 말, 나중에 후회할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된다.’ 그렇게 가르쳐줬어요.


예전에 못해준 건 못해준 거고, 또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배워야 하는 건 또 배워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엄마가 옆에 있어주면 좋을 거 같아서 다시 와달라고 한 건데, 엄마가 옆에 있어도 내가 마음이 나아지질 않는다고 그러면서 우는 거예요.


빈이도 이제 철이 들어서 자기도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아요. 자기가 마음 안에서 짜증이 일고, 화가 나는 거지 엄마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또 자기도 그런 나쁜 기분을 남한테 퍼부으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게 잘 안 되는 거죠.


그런 자기 마음 안에서 갈등이 있고, 아이가 그런 자기 마음하고 싸우고 있다는 게, 그 딜레마가 제 눈에는 보이니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픈 거예요, 엄마로서. 꼭 뾰족한 가시가 가득해서 웅크리고 앉은 고슴도치 새끼를 보는 그런 기분이에요.


그런 애를 품으면 저도 아프죠. 그리고 그렇게 아픈 걸 참고 품어줘야 한다는 걸 오랜 기간 동안 몰랐기 때문에 그동안은 그걸 안 품어줬어요. 그런데 품어야 되더라고요. 왜냐하면, 내 새끼니까. 그걸 엄마인 제가 안 품어주면 그걸 누가 품어주겠습니까, 그렇죠? 자기도 왜 자기 등에 그렇게 가시가 가득한지 모르는데…


그래서 그걸 작심하고 아파하지 않고 품기 시작한 게 한 1년 정도 된 거예요. 그렇게 한 1년을 품으니까 가시가 사그라듭니다. 가시를 세우는 횟수도 적어지고, 수그러드는 속도도 빨라지고, 또 가시가 조금씩 무뎌지는 것도 느껴요. 제가 품는 사람이니까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이 가시가 얼마나 날카로운지. 그런데 그게 많이 무뎌졌고.


그런데도 쉽지 않습니다. 이제 나는 엄마니까 품지만, 이 고슴도치가 학교에 가서 또래 친구를 만나서 가시를 세우면 그걸 걔네들이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아프다고 도망가지. 그래서 애 학교 입학하고 첫 3년을 정말 많이 울었는데, 오죽하면 코로나 록다운이 반가웠다니까요. 애를 학교에 안 보내도 되니까.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가 학교에 조금 지각을 했죠. 그런데 하루 학교 10분, 20분 좀 지각하는 게 중요합니까? 아이랑 저랑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게 훨씬 더 중요하죠.


그런데 또 아이는 아이인 게, 그렇게 아침에 드라마 한 편을 찍어놓고도 제가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하니까 금세 또 웃는 거예요. 정말 활짝. 그런데 애가 웃으니까 그때까지 엄마답게 강건하게 마음을 잘 추스르고 평온하게 있다가 갑자기 마음이 울컥하면서 이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내용들이, 우리가 함께 한 그 세월이랑 감정들이 주마등같이 스쳐가면서 울컥해 가지고 눈물이 확 터지는 거예요.


그니까 애가 미안하다면서 휴지로 눈물을 닦아주는데, 네가 미안할 일이 아니라고 했죠.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가 네가 참 좋아서 그런 거라고 말을 해줬죠. 진짜 그러니까.


그래서 그렇게 창 가에서 아이 학교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한참 생각이 많았습니다. 제가 원래는 이런 얘기를 잘 안 하잖아요. 이런 건 잘 마음 안에 담아뒀다가 정리를 해서 글로 쓰고는 했는데 이렇게 영상 앞에서 또 말씀을 드리는 건 저도 새롭네요.


이혼을 하고 혼자서 아이들 키우면서 살아가시는 여러분들도 다들 이러실까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다들 이렇게 과거의 상처를 회복하고,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남아있는 상흔에 때로는 욱신거리기도 하고, 비틀거리기도 하면서 그래도 꿋꿋하게 아이랑 잘 살아가고 계신 거겠죠? 저는 그럴 거라고 믿어요. 우리가 잘 살아내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제가 모든 걸 다 잘 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세상을 등지지 않고, 아이를 저버리지 않고 둘이서 잘 버텨내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저 자신을 좀 다독이고 싶어요. 왜냐면 내가 우리 아들 입장이라면 나는 우리 엄마를 보면서 그랬을 거 같거든요.


아빠가 없어서 서럽기보다는,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엄마가 내 손을 놓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엄마까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그래서 저는 힘을 냅니다. 내가 있어서 우리 아들한테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혹시 과거의 저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어린 엄마들이나 이미 지나버린 시간들로 후회하고 안타까워하시는, 이미 커버린 자녀를 두신 엄마들이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그럴 때 떠나지 않고 아이 곁을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세상의 모든 싱글맘들을, 응원합니다!


그럼 여러분,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MxBJNwWlX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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