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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Apr 01. 2023

독일의 방학과 휴가, 2주간 영상 업로드를 쉬는 이유

Frohe Ostern!

9여기 제가 사는 독일 노트라인베스트팔렌에는 드디어 부활절 방학이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도 아이의 방학을 맞아서 4월 3일 월요일부터 16일 일요일까지 업로드를 중단하고 휴식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독일어로는 Osterferien이라고 하죠. 독일의 휴가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설명드리자면, 독일 아이들은 1년에 4번 방학을 맞습니다. 매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3월 중순에서 4월 중순 사이에 2주간 부활절 방학, 6월 말에서 9월 말 사이에 6주간 여름방학이 있고요.


10월 중순에서 11월 초 사이에  2주간 다시 가을방학이 있고, 12월에는 23일부터 보통 1월 초까지 2주간 다시 겨울방학을 합니다. 총 12주의 방학이 있는 거죠. 물론 어른들은 그 기간을 다 쉬지는 않습니다.


법적으로 6주의 휴가 기간이 있어서 보통 아이를 둔 사람들은 여름 방학 때 3주를 이어서 쓰고, 부활절 방학 때 1주일, 가을방학 때 1주일, 겨울방학 때 1주일을 쉬거나 부활절 또는 가을 방학 때 1주일만 쉬고 크리스마스 때 아이들이랑 똑같이 2주를 쉬거나 합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방학 때만 아이들과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직장에서도 학부형들에게 이 방학시즌, 성수기에 휴가를 선점할 권리를 주고, 자녀가 없는 사람들은 보통 방학시즌 앞뒤로 비교적 비수기에 휴가를 낼 수 있습니다.


독일 휴가에 대한 설명은 여기까지 하고요. 왜 제가 쉬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말을 하자면,


첫 번째는, 휴식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휴가라는 개념이 없이 방학이면 더 열심히 학원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하고, 어쩌다 쉬게 되면 나만 허송세월 보내는 것 같아서 중고등학교 때에도, 대학 다닐 때에도 늘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고 불편한 채 어설픈 휴식을 하며 살아왔던 제가 여기 독일에 살면서 처음으로 완전한 휴가라는 개념을 배우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싱글맘으로서 그게 너무 사치스럽고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싱글맘하면 고생하고 힘겹게 사는 삶이 연상되잖아요. 그런데 2016년에 처음으로 지친 일상, 끝없는 육아에서 벗어나 Mutter-Kind-Kur라는 3주간 휴가라는 걸 다녀온 뒤로, 저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휴가가 얼마나 큰 삶의 활력소인지, 그 드라마틱한 변화를 몸소 체험하게 된 거죠. 기계도 끝없이 굴리면 망가지듯이 우리 사람도 잘 쉬어줘야 안 망가지고 잘 굴러간다는 걸 깨닫고 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휴가를 꼭꼭 챙기게 되었습니다. 휴가가 별 겁니까? 하던 일 올스톱하고 다 벗어던지고 그 순간만큼은 유유자적하는 거죠.


두 번째는, 유튜브 시스템에는 휴가가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이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폰만 잡으면 끝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게 유튜버입니다. 그래서 휴식 없이 달리기만 하던 많은 유튜버들이 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이 오고, 공황이 오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기약 없는 휴방을 하는 것을 정말 많이 보면서, 내가 유튜브를 한다면 좀 다르게 운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번아웃이 오기 전에 건강할 때 먼저 쉼표를 찍어가면서 가려고 합니다. 여러분하고 오래 만나고 싶거든요. 또 때로는 사람이 미디어에서 멀어져서 내실을 채우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듯이.


사람도 끝없이 소모되면 결국은 마모됩니다. 그래서 저는 좀 쉬면서 지난 반년 간의 제 채널 성장도 좀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방향도 생각해 보면서 재정비를 하려고 해요.


세 번째는, 여러분과도 이런 독일의 휴가시스템을 나눠서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입니다.


말만 들었을 때는 느낌이 잘 안 오잖아요. 휴가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1년이 52주인데 그중에 아이들은 12주, 어른들은 6주를 쉬어 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잘 안 와닿지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거 거든요. 그리고 사람이 휴가 전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리프레시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도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죠.


그래서 저를 통해서나마 그런 것들을 좀 간접적으로 느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1년 12개월 동안 4번을 이렇게 휴가로 마디를 끊어주면 정말 사는 게 수월합니다. 한두 달 일하다 토 나올만하면 쉬어주고 또 한 두어 달 일하다 죽겠으면 한번 쉬어주고 하니까 1년, 버틸 만해요.


여러분도 이제 느끼실 거예요. 뭐? 또 방학이라고? 또 쉰다고?


네 번째는, 우리 아들과의 시간입니다.


제가 지난 두 달 정도 유튜브 업로드를 엄청 했잖아요. 이것도 제가 해본 여러 가지 시도 중에 일환인데, 전보다 자주 업로드를 하면 얼마나 구독자가 늘고 알고리즘 노출도가 올라가나 하는 실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의미한 변화가 없더라고요.


굳이 고혈을 짜내가며 매달리기보다는 쉬엄쉬엄 영상의 퀄리티를 올리는 게 더 나을 거 같다는 판단을 했고, 그동안 아이와의 시간을 많이 줄인 만큼, 방학 동안은 아이랑 업로드 생각 안 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유튜브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지, 제 삶의 모든 걸 갈아 넣어서 매달리고 주업으로 삼고 할 생각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예정입니다. 만드는 사람이 즐겁고 좋아야 보시는 분들도 그런 건강하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까지가 제가 유튜브를 2주 동안 쉬는 이유였고요.








제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심심하실 그 2주를 위해서 여러분께도 할 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유튜브 채널 오픈 반년 기념으로 Q&A를 하려고 해요. 보통은 구독자가 몇 만, 몇십만이 되면 하시던데, 저는 언제 올지 모를 그런 날을 기다리며 수치 위주로 살기보다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달 수가 채워지는 날짜 위주로 기념을 하려고 합니다.


만 명 되는데 3년 걸리면 여러분은 3년 동안 궁금해도 물어보실 수가 없을 거 아니에요. 가뜩이나 제가 답글도 안 해드리는데. 그동안 왜 맨날 똑같은 옷만 입는지, 왜 얼굴은 안 까는지, 컵에는 뭐가 들었는지 막 궁금하셨죠? 다 물어보세요. 우리 구독자 수 정도면 제가 따로 질문을 뽑을 필요 없이 다 대답해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제가 대답해드리고 싶은 질문에 한해서입니다. 여러분께 자유롭게 질문하실 권리가 있듯이 저에게도 자유롭게 대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답은 안 해도 질문해 주시면 질문에 대한 언급은 꼭 해드리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만약에” 같은 질문들을 좋아해요. 재밌잖아요. 여러분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질문들,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동안 여러분이 우리 채널에 가지셨던 불만이나 개선사항 또는 희망사항같이 바라는 바들을 좀 들어보고 싶어요. 첫 반년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이것저것 해봤으니까 이제는 좀 여러분이 원하시는 것도 들어보고 싶고요.


어떻게 하면 여러분도 우리 채널에 더 만족하실까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보면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보기로 한 거니까 적극적인 의견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구독자 닉네임 이런 것도 원하시는지도 궁금하고, 만약 한다면 뭐가 좋을지 여러분 의견이 궁금해요.


아!!!! 제 이름이, 뿌리와 날개이다 보니까 막 뿌날님, 뿌나님, 뿌리님, 날개님, 독싱맘님 중구난방이더라고요. 우리가 이것도 좀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저를 어떻게 부르고 싶으신지 다양한 여러분의 의견을 주시면 제가 뽑아서 투표에 부치도록 하겠습니다. 구독자 닉네임 같은 건 저보다 여러분이 더 잘 지으실 거 같아서, 특히 적극적인 의견 부탁드려요.


우리 채널이 앞으로 얼마나 더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또 우리끼리 오붓할 때 이런 것도 정해야 나중에 제가 떡상했을 때 여러분도 더 뿌듯하고 막 그러실 거 아니에요. 여러분 의견도 더 많이 반영이 되고요.


여러분이 닉네임을 선점해 놔서 나중에 온 사람들은 권리가 없어요, 여러분이 정해놓으신 대로 따라야지. 그게 또 아직 안 유명한 사람을 응원할 때의 맛이잖아요? 그렇죠?


끝으로 부족한 점이 많은 저의 영상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침착하게 기다려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과제들은 당연히 자유지만, 여러분께서 과제를 제출해 주시면 저에게도, 우리 유튜브 채널에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까 이 영상 댓글에 여러분의 많은 질문과 의견들 부탁드립니다!!


독일은 이제 verrückter April, 미친 4월에 접어들면서 천둥, 번개, 벼락, 우박, 해님, 비구름, 강풍, 이상고온, 또 지역에 따라 폭설이나 강추위등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미친 날씨가 예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와 날개랑 빈이는 즐겁고 감사한 부활절을 보내겠습니다.


부활절 방학 이후에는 빈이 생일을 위해 방문하신 이모님과의 시간들, 봄맞이 발코니 텃밭 가꾸기, 오랜만에 다시 모인 Mädelsabend, 면접 이후의 상황들에 대한 영상들을 업로드 예정이고요.


우리는 아직 형편이 안 돼서 방학 기간 동안 남들처럼 어디 멋진데 여행은 못 가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뭐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한 번 봅시다, 어떤 예상치 못한 재밌는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전 세계 곳곳에서 시청 중이신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도 모두 건강하고, 씩씩하고 또 즐거운 부활절 기간, 4월 보내시고 4월 17일 월요일에 반갑게 다시 만나기로 해요!!!!!!


Ich hab euch lieb. Frohe Ostern! Tschüss!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tA_ymwlB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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