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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Apr 26. 2023

서양 남자들은 정말 책임감이 없을까?

서양인 배우자가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 이유

독일남자들은 어떨지 많이 궁금하셨죠? 오늘은 제가 독일 남자들은 어떤 특성이 있고, 또 그들은 왜 그런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먼저 여러분께서 아셔야 할 부분은, 지금부터 여러분은 뿌리와 날개라는 안경을 끼고 독일 사회를 들여다보신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다면적이고 복잡합니다. 그런 세상을 고찰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인 정답도 없고요. 다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각자의 관점에서 그 대상을 관찰하고 생각할 수 있을 뿐이죠.


그 관점이란, 관찰자의 나이, 성별, 학력, 직업, 성장배경, 가족관계 또 살아오며 경험해 온 수많은 일들과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총체적 결정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안경이에요.


사과를 가로로 잘라서 볼 때랑 세로로 잘라서 볼 때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본래 사과의 형체는 하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제가 독일사회나 국제연애 및 결혼, 국제 이혼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이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가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도 이것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아, 외국인 싱글맘으로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는

30대 후반의 한국인 여성이
바라보는 독일 사회의 한 단면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흥미롭게 들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또 제가 언급할 독일남자들이라 함은, 넉넉 잡아도 2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대략 한 73-98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합니다. 그게 제가 대학을 다니고 아이를 키워오면서 일상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독일 남자들의 연령대이기 때문이에요.


이 사람들은 연애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이기도 하고, 당연히 결혼시장에서도 제일 핫하고요. 돌싱으로 다시 연애시장에 진입을 하는 연령대이기도 하겠죠. 아마 이 영상을 보고 계시는 국제연애 중이신 여러분들, 또 국제결혼생활을 하고 계신 여러분들의 배우자도 이 연령대에 속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독일 사회는 여성인권에 관해서는 한국사회보다 한 세대 정도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라서 된 게 현재 독일의 2040 남자들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 세대의 특징은 남자로서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가족을 보살피고,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는 개념이 거의 희박하다는 거예요. 한국도 요즘 극단적 페미니즘 때문에 말이 많은데 독일은 그 문제가 훨씬 더 가속화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여자들은 남자와 동등해지기 위해서 과도하게 책임을 지기 시작했고, 남자들은 과거에 남자로서 혼자 짊어져야만 했던 고독한 짐을 벗어버림으로써 아주 자유로워졌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로 독일 여자들은 과거 남자의 역할이라고 여겨졌던 책임을 과도하게 짐과 동시에 또 여자로서의 역할도 등한시할 수 없다 보니까 만성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고요. 반면 독일 남자들은 이 여자들이 모든 짐을 가져가버리게 되니까 책임질 것이 없는, 그래서 영원히 어른이 될 수 없는 아이의 상태로 늙어갑니다.


이게 제가 지난 10년간 직간접적으로 바라보고 느껴온 사랑과 연애, 또 결혼에 관한 독일 남녀의 모습입니다.








모든 인간은 책임을 통해서 비로소 어른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계기는 대개 부모님으로부터 벗어나 경제적 독립을 통해 스스로를 책임지면서 시작되고요. 그 뒤에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더 강력해지며, 그 책임의 정점은 자녀 양육이 됩니다. 나 하나를 책임지는 것을 넘어서 내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나약한 존재를 동시에 돌보는 임무를 통해 엄청난 삶의 무게를 지고 배우게 되는 거죠.


제가 생각했을 때 흥미로운 지점은, 여성은 자궁이 있기 때문에 남성이 없이도 이 자녀 양육의 책임이라는 걸 경험하는 게 선택가능한데 남성은 그렇지 못하다는 거예요. 생물학적 메커니즘상 남성은 반드시 여성을 통해야만 본인의 자녀를 얻을 수 있는 거죠.


그런데 독일 남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의무감이 없습니다. 때가 되면 가정을 꾸리고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동의나 암묵적 합의가 없다는 거죠. 철저하게 개인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여자들 역시도 남자들에게 이걸 바라지 않습니다. 마흔이 가까워져도 미혼이거나 남자친구가 없다면 사유리 씨처럼 정자기능을 받거나 원나잇 스탠드로 임신을 하고 자발적 비혼모가 돼서 아기를 키우는 독일 여자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는 거예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독일의 성인 남자들은 자아 상태가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버지가 되고, 자녀에게 모범을 보이려면 삶을 좀 더 반듯하게 살려고 하겠죠. 아내에게 존중받기를 원하고, 아내가 어린 자녀들을 양육하느라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기간 동안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짐을 짊어지고 가족을 보살피는 이러한 역할을 해내려면 희생정신과 책임감은 필수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한 통념이 없기 때문에 삶이 가벼워지는 거예요. 책임이라는 무게가 없는데 어떻게 삶이 땅 위에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늘 발이 허공에 동동 떠있죠. 제가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건 남녀 관계에서 봤을 때 남자의 책임감이고요. 이 각도를 바꿔서 개인으로 들어가 보면 독일에서는 타인에 대한 책임은 한국에 비해서 훨씬 덜하거나 거의 없지만,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은 잔인할 정도로 철저합니다. 아무리 어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확실하고요.


그래서 결혼을 했어도 아내는 아내의 인생을, 남편은 남편의 인생을 놓지 않습니다. 이게 평행하게 가는 거예요. 이 부분을 잘못 해석하는 일부 한국 사람들이 서양 남자들은 책임감이 없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의 인생에 진심이고 책임감이 투철한 게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서양사람들입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거거든요.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자식이라는 타인 때문에, 체면이라는 남들 때문에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배우자와 질질 질질 인연을 이어갈 이유가 없는 거죠. 결혼했다는 이유로, 또는 부모라는 이유로 성인인 남의 인생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지도 않습니다.


결혼하고 출산했다고 해서 자기 커리어를 포기하는 여자도 없고, 남자니까 오롯이 집안을 나 혼자 이끌어가야 한다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남자도 없다는 말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동등하고, 모든 개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됩니다. 임산부여도 그렇고요, 장애가 있어도 그렇고요, 늙고 병든 사람도 그렇습니다. 이게 이 서양사람들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에요.


그리고 이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를 부모로부터, 학교로부터,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질문받아 오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 정도 되면 자아탐구가 상당히 끝나 있습니다.


실제로 월세 3개월 치 정도만 있으면 부모로부터 주거독립을 할 수 있고, 만 25세까지 정부로부터 받는 양육비와 본인이 알바 조금만 하면 생활이 유지되기 때문에 만 18세면 정말 독립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어요. 상식적인 부모라면 성인 자녀에게 당연히 간섭도 하지 않고요. 그래서 20대 중반만 되어도 자기 인생에 대한 청사진이 비교적 선명합니다.


제가 봤을 때 만 25세 정도 되면, 특히 여성과 다르게 생물학적 가임기에 한계가 없는 남자들의 경우에, 이 남자가 앞으로 결혼을 할 남자인지, 안 할 남자인지 다 갈라집니다. 그래서 30세 미만의 독일 남성과 연애 중이신데 결혼 생각이 있는 한국 여성분들은 절대 이 독일인 남자친구가 비혼이다, 딩크다 하는 말을 흘려들어서는 안돼요.


미성년의 연애 및 섹스가 암묵적으로 허락된 독일의 20대는 한국의 30대들과 비슷한 수준의 이성경험과 정신연령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게다가 어릴 때부터 자기 자신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들이 그렇게 말을 할 때에는 결혼과 출산에 관한 그들의 가치관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제가 주변을 관찰한 결과 결혼할 생각이 있는 독일 남자들은 만 25세에서 30세 사이에 보통 다 하고, 늦어도 35세 이전에 첫 아이를 낳습니다. 만 35세가 넘어도 아직 싱글이라면, 그 사람은 평생 혼자 살 확률이 높고요. 실컷 놀다가 늦게라도 정신 차리고 결혼하는 사람들은 45세 전후에 또 다시 한번 후두둑 갑니다.


독일 여자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보통 결혼보다는 자녀출산에 관심이 많고, 그래서 제 주변에 엄마들을 보면 만 39세 전후에 연인 없이 자발적 비혼모가 된 엄마들이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저는 결혼제도가 사랑과는 별개의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이라고 보는 사람이고, 또 그 시스템이 모든 사람에게, 또는 모든 커플에게 다 적합하다고 보지도 않기 때문에 결혼과 자녀 출산 및 양육이 한 인간의 성숙과 미성숙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잣대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결혼제도가 가진 특성, 그 시스템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가진 특성과 그런 선택을 했을 때 우리가 얻게 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볼 뿐이죠.


그래서 10년 넘게 독일어권 국가에 살면서 독일 남자랑 연애와 결혼을 거쳐서 이혼도 해보고, 또 주변 독일 사람들과 저의 연애들을 통해서 독일의 남녀관계, 사랑과 이별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느낀 사람으로서 독일 남자들에 대한 저 나름의 인상을 생각해 본 거예요.


오늘도 저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기를 바라고요.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모든 한부모 가정을 향한 자유입니다!

그럼 다음 영상에서 또 만나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OsPixETq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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