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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01. 2023

내 한국인 아내는 왜 자존감이 낮을까?

국제결혼과 동서양 문화차이 제1탄

오늘부터 시리즈로 올릴 이 특별기획 “국제결혼과 동서양 문화차이”는, 앞으로 제가 제작할 모든 국제연애 및 결혼 그리고 국제이혼에 관한 영상들, 그 어떤 이야기를 올려도 여러분께서 별도의 궁금증 없이 왜 국제커플들에게 그런 문제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지 편안하게 보실 수 있도록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이 되는 동서양의 문화차이에 관한 이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 내용은 사실 2년 전에 이미 브런치에서 <동서양의 문화차이 이론과 실전 편>이라는 이름으로 두 편에 걸쳐서 연재를 했었는데, 보시는 분들이 버거워하시더라고요. 내용이 어렵다는 얘기도 많았고. 그래서 유튜브 영상으로는 말도 좀 더 쉽게 바꾸고, 잘라서 여러 시리즈로 올릴 예정입니다.


유럽의 문화에 대해서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결혼을 하셨거나 현재 국제연애 중이신 분들, 이 시리즈들만 신경 써서 봐두시면 여러분들 배우자나 연인 관계에서 답답하고 어려우셨거나 불안하셨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실 거예요. 제10년 유럽생활과 국제결혼 및 이혼의 액기스가 담긴 환상적인 영상입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동양의 집단주의적인 문화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듣기 쉽습니다.


-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아라

-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

- 어른들께 공손해라

- 동생 잘 챙기고 언니, 오빠 말 잘 들어라

- 모나게 굴지 마라

- 잘난 척하지 마라

- 고자질하지 마라

- 겸손해라

- 하기 싫어도 맡은 일은 열심히 해라

- 결석하지 않는 것은 성실한 일이다

- 먹기 싫어도 골고루 먹어라

- 따박따박 말대답하지 마라


어떠세요? 이 중에 틀린 말 있습니까? 이런 말들은 나 개인보다 우리라는 집단 안에서 정해진 역할에 순응하고 또 조화롭게 지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집단 내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또 세상을 통해서 내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상호 의존적 자아상“이라는 것을 발달시키게 돼요.


자, 그럼 반대로 서양의 개인주의적인 문화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한번 볼까요? 얘네들은,


-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아 놀아라

- 하고 싶은 대로 하되 네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라

-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눈을 맞춰라

- 의사를 정확하게 표시해라

- 하지 않은 것은 하지 않았다고 해라

- 네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안 들면 사과할 필요 없다

- 사과하기 싫으면 당장 안 해도 된다

- 당당해라

-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학교는 하루 쉬어라

-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해라

-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니까 스스로를 사랑해라


이런 말들을 듣고 자라죠. 그래서 서구의 아이들은 집단 내에서의 조화보다 한 개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개성을 인정받고 자기 욕구가 의사를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도록 자랍니다.


제가 유치원에서 일을 해봤다고 했잖아요. 아무리 부끄럼 많이 타고 소극적인 애들도 물어보면 자기 의사 표현이 딱 부러집니다. 고유성과 자주성을 가치 있게 여기는 “독립적 자아상”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그래요.








그럼 이제 소위 말해 쥐뿔도 없는 사람이 “나 정도면 훌륭하지. 난 행복해.”라고 했을 때 이렇게 서로 다른 두 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상호 의존적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한국 사회에서는 이 꼴이 상당히 우습습니다.


보통 무슨 얘기들 하죠? 변변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 주제에 뭐가 잘났나고 나서? 부족한 걸 알고 채울 생각을 해야지! 지가 잘났다고 떠드는 게 잘난 거야? 남들이 잘났다고 인정해 줘야 진짜 잘난 거지! 저렇게 살면서 행복하다는 게 자기 위안밖에 더 돼? 정신승리 아냐? 저런 생각을 하니까 발전 없이 저렇게 밖에 못 살지!


어때요. 익숙하죠? 그럼 반대로 독립적 자아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사는 독일 사회에서는 어떨까요? 아시죠? 저런 사람들 천집니다.


여기서는 이게 당연한 거예요. 왜? 이 사람들한테 인간의 가치는 외부 조건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본인이 어떤 조건을 가진 사람이건 진심으로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한 거고, 자존감이 높은 겁니다. 이게 진짜 무서운 차이예요.


한국에서는 남들의 인정 없이 저 혼자 잘났다고 떠드는 게 통찰력이 부족한, 어떤 어리석음의 상징이지만, 이 서구권에서는 이렇게 자기만족보다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끝없이 노력하는 걸 뭔가 내적으로 결핍이 있는 상태, 낮은 자존감의 상징처럼 본다는 거죠.


이 사람들한테 행복이라는 건, 내가 갖지 못한 것을 외부에서 찾아서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나의 내적인 마음 상태입니다. 이걸 잘 알아두셔야 돼요. 우리가 말하는 모든 동서양의 문화차이는 출발점이 다 여기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이제 이 독립적 자아상을 가진 서양 남자와 상호 의존적 자아상을 가진 한국 여자가 만나서 사랑에 빠졌다고 봅시다. 여러분이 외국인 남자와 결혼을 결심했다면, 아마 그 남자는 피부색이 어둡기보다는 밝을 확률이 높을 겁니다.


부모가 없는 사람보다는 한부모라도 있는 사람, 또 그보다는 양친 있는 가정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을 거고요, 가방끈도 당연히 길 확률이 높겠죠. 돈도 잘 벌거고 키고 훤칠할 거고 얼굴도 잘생겼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 중에 뭐라도 하나 빠진다면 다른 스펙이 또 엄청나서 그걸 만회시켜 주겠죠.


개도국이나 후진국 출신이라도 고학력 고스펙으로 자국에서 상류층이라거나 백인이라도 한국인들이 기대하는 것에 비춰봤을 때 외모가 좀 빠진다면 예를 들어 키가 작거나 머리가 없다던가 하는 식으로, 그럼 학력이나 직업이 훌륭하다던가, 사회적 지위가 없다면 나이가 젊고 외모가 출중하다거나 뭐 그런 식으로요. 왠지 아세요?


우리는 보통 외국인 남편이랑 되게 낭만적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사실 자라오면서 수십 년 간 체득하고 무의식에 각인된 이 한국사회의 기준이 우리 내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건 바꿔 말하면 생존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이기도 하거든요.


더군다나 내가 잘 모르는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가진 이 남자를 단시간 내에, 아주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빠르게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내가 그동안 축적해 왔던 한국의 어마무시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에서 손쉽게 만나왔던 한국 남자들과는 다르게.


그러다 보니까 내가 이 남자랑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됐을 때 이게 내가 살아온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치고 어떤 대접을 받게 될지 그 “안전성”의 여부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합리적인 겁니다.


그리고 배우자 될 사람의 그런 외부적 조건들을 체크하는 게 또 우리가 가진 사회적 정서에 비춰볼 때 아무 남자나 만나서 함부로 가정을 꾸리는 것보다 훨씬 책임감 있는 행동이기도 하죠.


사람은 너무 착한데 학력도, 직장도 없이 기타 들고나가서 버스킹이나 하고 그날 번 돈으로 술 마시고 대마초 피고, 기분 내키면 여행이나 다니는 외국 남자랑 누가 불꽃 튀었다고 결혼합니까? 그렇죠?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건, 남녀 두 사람만의 약속일뿐만 아니라 양가의 결합이기도 하고 여러분과 앞으로 태어날 여러분 아이들의 사회적 안전망이기도 하기 때문이에요.


이혼을 하면 우리 아이들은 이혼 가정의 혼혈아라는 딱지가 붙고 여러분은 그냥 이혼녀도 아니고 평생 양놈이랑 붙어먹었다는 사회적인 리스크를 감수해야 되는데 신중한 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말이 좀 센 가요? 국제커플들 유튜브채널 한번 가보세요. 잘 살 건 못 살 건 양놈이랑 붙어먹었다는 악플은 2023년 지금도 빠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나고 자라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살아왔을수록 그 내면의 잣대는 더욱더  강력합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탄탄한 직장 다닌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요, 사회적 인정 욕구가 크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남자도 거기에 걸맞게 고르겠죠. 남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인정할 만한 잘난 남자.


아프리카 대륙이 유럽보다 훨씬 큰데도 미디어에 노출되는 국제커플들은 대부분 파트너가 백인인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겁니다. 내가 나고 자란 사회의 통념을 깨고 아무 편견 없이 그냥 사람의 내면 하나만 보고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고를 수 있다고 믿는 건 망상이나 마찬가지예요.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제결혼이라고 다를 거 없습니다. 한국에서 결혼한 여자들이 남편이랑 사네, 못 사네 지지고 볶고 살듯이 국제결혼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국제결혼 건수 자체가 워낙 적고, 또 한인 커뮤니티라는 특수한 소수사회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까 그 어려움이나 아픔을 함부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죠.


어느 정도 연차가 되신 분들은 많이 공감하시겠지만, 이제 갓 연애 중이거나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은 또 제 영상을 통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아마 독일이나 유럽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르실수록 더 그렇겠죠.


그런데 어려분, 제가 잘 살고 있는 여러분의 불안을 야기해서 남의 결혼이나 깨 놓자고 제 귀한 시간을 쪼개고 인생을 할애해서 이런 영상들을 제작하고, 글을 쓰겠습니까?


저는 여러분보다 앞서서 어려움을 겪었고, 저보다 더 먼저 그 어려움을 겪으셨던 분들의 연락과 조언들로 힘든 시간들을 이겨낸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가치를 알기 때문에 제가 받았던 사람들의 그 귀한 관심과 도움을 이제 여러분께 돌려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물론 저에게도 쉽지 않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잖아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까 제가 그 자리에 서 있게 됐고, 그래서 하는 겁니다. 저와 아이에게는 비록 새드엔딩이었지만 제가 그 아픔을 잘 소화해 낸 덕에 여러분께는 해피엔딩으로 돌려드릴 수 있음에 굉장히 감사하고,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게 좋아요.


 저는 그 당시에 혼자였기 때문에 너무 두려웠고,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블로그를 열었던 거지만, 이제 제가 여기 딱 서있으니까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앞으로 저는 국제결혼에 대해서 누군가 일부러 보여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렇지만 실제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비슷한 어려움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알려드리고,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이런 상황들을 좀 더 슬기롭고, 좀 덜 고통스럽게 타개해 나갈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모색해 나갈 거예요.


쫄지 마세요, 여러분!

국제이혼해도 다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아셨죠?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요.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그럼 다음 영상에서는 국제가정이 이혼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국인 아내와 서양인 남편의 관점에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궁금하시죠? 재미있을 거예요. 기대하세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Flo1pKhg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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