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뿌리와날개 May 15. 2023

기회의 문은 왜 항상 다 포기하면 열릴까?

10탄ㅣ귀인의 등장

안녕하세요, 독일 사는 싱글맘 뿌리와 날개입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취업기로 찾아뵙네요. 그동안 많이 기다리셨을까요? 기다리셨다면 그만큼 보람이 있으실 겁니다. 제가 말도 안 되는 전개를 통해서 귀인을 만났거든요! 제가 취업기 7탄에서 유튜브 첫 수익을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구호활동을 위해 기부했던 거 기억나시나요? 모든 일은 거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튀르키예 가족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 친구를 통해서 기부를 했는데, 이 친구가 상당히 추진력도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 지역사회와 튀르키예 커뮤니티를 위해서 활동도 많이 하고 그러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가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함께 하는 예배를 기획한 거예요.


메인테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을 위로하는 내용이지만 그 바탕은 전 세계의 평화와 화합을 위해서 기도하는 거죠. 그래서 무슬림과 크리스천이 함께 기도를 드리는 거고, 그 장소가 제가 세례를 받을 교회라고 하더라고요.


좀 놀랍지 않나요? 물론 이 친구들을 통해서 무슬림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깨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슬림이 모스크가 아닌 개신교도들의 교회에서 기도를 드린다는 것도 좀 놀라웠고, 심지어 개신교도들과 함께 그런 자리를 연다는 게 저는 정말 신선했거든요.


종교가 의미가 있으려면 그로 인해서 세상이 더 아름답고 평화로워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 더 많잖아요. 그래서 내가 서 있는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그런 화합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런 자리에 초대를 받아서 제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또 제 기부액이 객관적인 수치로 보면 크지는 않지만, 저 개인에게는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가치가 큰돈이잖아요. 너무 가치 있는 돈이라 차마 쓸 수가 없어서 기부를 했을 만큼. 그런 돈이기 때문에 이 친구는 더 의미 있다고 보는 거죠, 저의 기부를. 그래서 저한테 감사를 한 거고, 저를 그 공동예배에 초대한 거예요.


그리고 이 자리에서 저는 운명적인 그분을 만나게 됩니다.








크리스천 20명, 무슬림 20명 정도 모여서 함께 예배를 보기 전에 한 시간 정도 서로 안면도 익히고, 친해질 겸 다과회를 가졌는데 거기서 우리 테이블에 앉은 새로운 사람들과 인사를 하게 됩니다.


다들 빙 둘러앉아서 잡담을 하다가 하나씩 자기소개를 시작하잖아요. 자기소개가 뭐예요. 이름이 뭐고, 어디 살고, 하는 일이 뭔지, 이 예배에는 어쩌다 오게 됐는지 뭐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마지막으로 자기소개를 하는데, 직업에서 이제 막히는 거죠. 장기구직자인 저는 공식적인 직함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냥 나는 애기 엄마라 그랬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막 웃는 거예요. 왜, 왜, 왜 웃냐고 막 그러니까 맥주 씨가 옆에서 네가 말하는 게 귀여워서 그렇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엄마가 여기서 Mama 내지는 Mutter인데, 제가 애기엄마 친구들이 많다 보니까 얘네들이 쓰는 은어도 잘 안단 말이에요. 그중에 하나가 Mutti에요.


Mutter는 어머니, 너무 딱딱하니까 이 끝에다 귀엽게 i (독일어), 알파벳 i를 붙여서 Mutti라고 하는데 제가 항상 쓰던 말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 단어를 썼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제가 자기 직업을 말할 줄 알았는데 “나는 엄마다”라고 하는 것도 예상외인데, 또 외국인이 선택한 단어가 여기 사람들이 쓰는 은어니까 재미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웃은 거죠.


그래서 그렇게 다 같이  한번 웃고 나니까 살짝 마음이 조금 씁쓸한 거예요. 다들 번듯한 자기 직업이 있는데 나만 애기엄마야! 이러고 끝내기가 조금 서운했어요. 또 제가 이제 당당하게 살기로 했지 않았습니까?


꼭 누가 직함을 줘야 내가 어떤 사람인 건 아니죠. 아무도 나를 고용 안 해주니까 내가 스스로 작가와 유튜버라는 직업을 준 거고, 내가 누군지는 내가 정의하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사기꾼 하고 마인드가 비슷한 거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저는 돈을 못 번다고 꼭 말을 하거든요.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얘기를 이어나갔죠. 내가 지금 하는 일로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그렇지, 그래도


나는 글 쓰는 작가다!

온라인북도 8권이나 냈고,
국제가정을 돕는 일을 하고 있고,

또 같은 주제로
유뷰트도 운영하고 있다!



근데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사람들이 가만히 듣고 있다가 내가 유튜브를 한다니까 다들 눈이 동그래지는 거예요. 특히 제 옆에 있던 아저씨가 인상도 좋고, 친절하니 처음부터 엄청 제 말에 경청을 하셨는데 제가 유튜브를 한다니까 거기서부터 막 질문이 폭발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나중에는 유튜브 주소를 알려달래요.


그래서, ‘아, 좀 이상하다.’ 싶더라고요. 아니 나를 언제 봤다고 이렇게 급호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내 유튜브까지 알려달라고 합니까? 한국말도 못 하는 사람이? 그래서 좀 경계를 했죠.


여러분! 친절하게 생겼다고, 교회 다닌다고 다 좋은 사람이 아닌 건 아시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 사람이 뒤집어쓰고 있는 피부거죽이나, 그 사람이 가진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심지어 종교나 나이 하고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나이 먹는다고 다 철드는 것도 아니고요.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인간인지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이 가진 조건에 그 사람을 끼워 맞추어서 해석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배제하고 그 사람 자체에 집중을 해서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돼요. 그래서 예배당이라 인터넷이 안 터져서 어차피 유튜브에 안 들어가지길래 잘됐다 싶어서 그냥 부드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갔거든요.


그런데, 이 사람이 제 말에 경청을 한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적재적소에 굉장히 의미 있는 질문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니까 그냥 얕은 리액션이 아니라 정말로 제가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어서 귀 기울여 듣고, 공감을 하는 거예요.


이 사람은 직업이 교사래요. 제가 주변에 교사인 친구들이 좀 있어서 아는데, 독일의 좋은 교사들은 그 특유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그냥 교사들 말고, 좋은 교사를 말하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상당히 뛰어나고, 약간의 도움만 주면 확 도약할 수 있는 사람들, 그니까 그 사람이 가진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기가 도움을 주는 거에 굉장히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생업이나 직업을 넘어서 천직으로 삼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자기가 도와준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면 자기 일처럼 기뻐합니다. 되게 좋은 사람들이죠?


그런데 가만 보니까 이 사람도 그런 계열인 거예요. 제가 어쩌다 독일에 오게 됐고, 어떻게 살았고, 왜 장기구직자가 됐는지를 듣더니, 독일이 말로는 이민자를 적극 환영하고, 고국에서의 학력이나 직업교육도 인정을 해준다고 법으로는 그렇게 만들어 놨으면서도 실제로는 이렇게 힘들다는 거, 그래서 똑똑하고 좋은 사람들이 제대로 자리를 못 잡고 힘들게 사는 걸 너무 많이 봤다는 거예요. 그게 자기는 너무 안타깝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대요.


아니 저의 입장을 그렇게 구구절절이 공감해 주는데 제가 그 사람한테 호감이 안 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통해서 이 사람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들어보니까 저랑도 잘 맞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하는 일들을 이 사람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거겠죠. 그래서 아, 오랜만에 참 말이 통하는 좋은 사람을 알게 됐구나! 하는 느낌이 왔어요. 그래서 이 사람과의 한 시간 대화가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화가 끝나갈 무렵에 이 사람이 그러는 거예요. 본인이 교사이기는 하지만, 시청에서 겸직을 하고 있대요. 그러면서 시청에서 진행하는 다문화 가정 지원 프로젝트가 있는데 거기에 제가 적합할 것 같다는 거예요. 큰돈이 될만한 일은 아니라 너한테 얼마나 매력적 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네가 적임자라 그러면서 면접을 보러 오지 않겠녜요!


아니, 이게 무슨! 나 지금까지 동네 아저씨랑 이렇게 실컷 수다 떨고 있었는데 말미에 갑자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면 제가 뭐가 됩니까! 이 수다가 면접자리인 줄 알았으면 내가 쌰이쎄(Scheiße/ 빌어먹을) 같은 단어 안 쓰고 좀 더 곱게, 우아하게 말을 했을 텐데. 제가 면접 보러 갈 때는 그래도 옷도 좀 예쁘고 입고, 좀 더 정제된 모습으로 간단말이에요.


그런데 이건 지금까지 웃고 떠들고, 내 할 말 실컷 나불거리면서 정말 솔직하게 어? 여름에 막 내가 여름에 직장 구하러 다니는 데 얼마나 엿같았는지, 근데 다 포기하고 유튜브 시작하니까 이건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래서 이제 나 따고 배짱으로 산다고 막 월요일에 카페로 이력서 돌리러 간다고 그랬는데!


아니 내가 뭐 얻어먹을 콩고물이 있어야 눈치를 보고 잘 보일라고 가식을 떨고 그러죠. 동네 아저씨랑 커피 마시면서 스몰토크 하는데 누가 이미지를 신경 쓰고 나를 우아하게 프레젠테이션 합니까, 그렇죠? 다들 그러십니까? 저는 아니에요.


저는 엄마인 저도 따로 있고, 뿌리와 날개인 저도 따로 있고, 그냥 저인 저도 따로 있고, 이렇게 면접 보러 갈 때 저도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또 이제 어릴 때 친구들하고 놀 때 저도 따로 있고, 여기 친구들하고 놀 때도 따로 있고, 엄마들 모임 갔을 때 저도 또 따로 있어요. 연애할 때 저도 따로 있어요. 맞아요.


그래서 저는 여러 가지 저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데, 아무튼 그래서 진짜 내가 지금까지 무슨 얘기들을 했는지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촤라락 되짚어보면서 뭔 개소리나 뻘짓 안 했나 막 신경이 쓰이는데 그 순간 이분이 딱 그러시는 거예요.


자, 여러분! 지금부터 이 동네 아저씨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이분이 됩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면접기회를 주기 전까지 그는 다만 하나의 동네 아저씨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나에게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한 순간, 그는 나에게로 다가와서 그분이 되는 거죠.


자, 이 교사이자 시청에서 겸직을 하고 있는, 좀 있어 보이는 동네 아자씨는 한국에서 중문학을 전공하고 11년째 무경력으로 혼자 애를 키우며 장기구직자로 살고 있는 이 외국인 동네 아지매에게 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을까요? 그리고 그 일은 과연 어떤 일일까요? 궁금하시죠?


도대체 이 아저씨는 나의 뭘 보고, 무슨 생각으로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을까? 다음 영상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가 재미있으셨기를 바라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자유! 세상 모든 한부모 가정이 당당하고 행복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vphKD1Ukcs







매거진의 이전글 국제부부에게 자녀보다 섹스가 중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