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기 위해 근처 설렁탕 집에 갔다. 안내받은 자리에 앉았는데 나의 좌우로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앉아 있었다. 학원 건물에 있는 설렁탕 가게라서 그런지 아이들이 많았다. 왼쪽에는 아이 한 명과 엄마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아이 두 명과 엄마가 있었다. 아이들의 나이는 6-7세 정도였다.
왼쪽에 있는 아이는 수학 문제를 풀면서 식사 중이었다. 훈련소 조교처럼 모자를 눌러쓴 엄마가 ‘하나, 둘, 셋’ 하면 아이는 입을 벌렸다. 그러면 엄마가 숟가락을 아이 입속으로 가져갔다. 아이는 설렁탕에 적셔진 밥을 입으로 오물거리며 수학문제를 풀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먼가 계속 설명을 해주며 밥을 떠먹였다.
처음엔 아이가 수학을 많이 좋아 하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아이는 몸을 베베 꼬고 다리를 심하게 흔들었다. 좋아서 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러다가 먼가 문제가 막힌 듯했다. 엄마는 왜 이걸 못 푸냐고 다그쳤다. 그러면서도 아이 입속으로 숟가락을 가져갔다. 아이는 밥을 계속 받아먹으며 막힌 문제를 쳐다보고 있었다. 엄마는 왜 그걸 모르냐고 다그쳤고 아이는 짜증을 내는 동시에 눈치를 봤다. 나도 눈치를 봤다.
오른쪽에 앉은 아이 둘은 형제처럼 보였다. 왼쪽에 앉은 아이와 달리 오른쪽의 형제는 밥 먹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엄마도 함께 말장난을 치며 웃었다. 가끔 아이들이 심하게 움직이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가볍게 야단도 쳤다. 밥은 스스로 잘 먹었다.
왼쪽에 앉은 아이가 옆에서 웃음소리가 날 때마다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그때 왼쪽의 엄마가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했는데 대답을 못했다. 엄마는 세 번째 얘기하는 거라며 아이에게 조용하면서도 단호하게 압박을 주는 듯했다. 결국 아이의 짜증이 극에 달했고 수학 문제 풀이를 보이콧하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못가 엄마의 카리스마에 눌려 다시 연필을 잡았다.
나도 눈치가 보이는 이상한 상황을 극복하고 식사를 마쳤다.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나가다가 그쪽을 쳐다봤다. 수학 문제를 풀던 아이가 엎드려서 고개를 돌려 형제들을 보고 미소 짓고 있었다. 엄마는 그 표정을 못 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