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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Nov 13. 2023

너네 집 몇 평이야?

 

산 정상에 올라가면 어마어마한 아파트 단지들이 한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몇 년 전 우연히 놀이터에서 초등학생도 안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하는 대화를 듣게 된 에피소드가 생각납니다.  

“너네 집 몇 평이야?”

너무 놀라서 귀를 의심했습니다. 만화 캐릭터와 장난감 이름을 달달 외우고 있어야 할 아이 입에서 나올 만한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질문을 받은 어린이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죠. 아마 ‘평’이 무슨 뜻인지 몰랐거나 자기 집이 ‘몇 평’인지 몰랐을 겁니다. 질문을 한 아이는 아마 집에서 부모님들끼리 하는 얘기를 들어서 ‘평’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집이 몇 평인지 몰랐던 아이는 그날 저녁 부모님께 분명 이렇게 질문했을 겁니다.

“엄마, 우리 집 몇 평이야?”

부모님은 아이에게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평’이란 표기를 버리고 ‘제곱미터’로 바뀐 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최근엔 언론에서 전세 사는 아이들이 ‘전거지(전세 사는 거지)’라고 놀림을 받는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제 주변에서는 다들 믿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오래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하는 얘기를 분명히 들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그 아이들이 자라서 친구를 '전거지'라고 놀리는 행동을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이러다가 시간이 더 흐르면 집이 한채 밖에 없는 걸로 놀림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건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겁니다. 분명 어른들한테 학습당했을 겁니다.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받은 친구와 채팅을 주고받은 적이 있습니다. 20년 만의 근황을 주고받다가 사는 곳을 물어보길래 어디라고 말해줬더니 성공했네 라며 축하를 해주더군요.(나름 잘 사는 동네였습니다.) 먼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오피스텔 월세 산다고 얘기했더니 갑자기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서 좀 머쓱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미안한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부동산으로 한참 사회가 시끄러울 때 누가 그러더군요. “집이 없는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집이 없는 사람을 보는 사회의 시선이 잘못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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