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망향대
저 멀리 보이는 곳은 북한입니다. 생뚱맞게 철조망이 논밭 끝에 있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이곳은 교동도 북쪽 끝 망향대 입구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몇 발자국만 올라가면 망향대가 나옵니다. 아담한 커피트럭과 북쪽으로 향해 있는 망원경이 보입니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잠시 후 초점이 익숙해지면 바다 건너 북한이 손에 잡힐 듯 보입니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과 소가 밭을 가는 장면 같은 것들을 본 적도 있습니다. 천문대 촬영을 갔다가 천체망원경으로 토성 고리를 봤을 때 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 외국은 그렇게 쉽게 가면서도,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녘땅에 가는 일이 불가능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아마 분단이 되어있지 않았다면 다리가 놓아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유투버들의 ‘황해도 차박 여행’, 혹은 ‘연안군 맛집 탐방’ 이란 콘텐츠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주민 외 출입금지입니다.
가끔 망향대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말없이 북쪽을 한참 바라보시다가 되돌아가십니다. 저기에 가족을 두고 오신 걸까요. 실제로 교동도에는 전쟁당시 잠시 몸을 피하러 왔다가 분단이 되면서 돌아가지 못한 분들이 아직도 계십니다. 배를 타면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이제는 약해진 시력으로 멀리서 쳐다만 보는 상황이 얼마나 마음을 아리게 하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습니다.
언젠가 저 팻말이 없어지고 다리가 생기면 “연안군 30km”(구글지도에서 대충 보니 그 정도 거리 같았습니다)라는 이정표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