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매일 뜨는데 왜 1월 1일만 되면 일출이 특별해지는 걸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미리 일출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산으로 바다로 일출 촬영을 갑니다. 이때만 되면 대부분의 홍보물 표지와 내지가 일출 사진으로 도배되기 때문이죠. 12월엔 일몰, 1월엔 일출입니다. 지자체마다 일출, 일몰 명소가 있는 것도 참 대단합니다. 산이 있는 곳은 산을 오르고 바다가 있는 곳은 바다로 갑니다.
몇 해 전에 새해 일출 행사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1월 1일에 왜 내가 당신들과 일출을 봐야 하지?‘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 둡니다. 새해만 되면 해돋이 행사를 하는 지자체가 종종 있는데 누구를 위해서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은 새해부터 가족을 버리고 현장에 나가야 하고,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저 같은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의뢰를 수락합니다.
일출 행사가 시작되면 의원님들은 마이크에 입김을 내뿜으며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기 바쁩니다. 각 단체장 들도 날이 추우니 짧게 한다면서 하고 싶은 말 다 하십니다. 인사말이 끝나면 사물놀이 공연을 하러 오신 분들이 찬바람이 불어대는 오전부터 장구와 꽹과리를 두드리며 연주를 시작합니다. 행사와 별개로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은 재밌게 보시는 분들도 있지만, 조용히 새해 소원 빌러 오신 분들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합니다.
지인이 해돋이 행사 촬영을 갔다가 있었던 에피소드를 저에게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혼자서 일출을 보러 오신 분이 계셨는데 행사 관계자가 기념촬영을 해야 한다며 비켜달라고 했다가 다툼이 일어났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정중하게 부탁했겠죠. 하지만 마음속에 소원을 품고 온 사람 입장에선 새해 첫날부터 기분이 안 좋았을 겁니다. 누구를 위한 해돋이 행사인가요?
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이런 행사들이 많이 축소되거나 사라졌습니다. 새해를 거래처와 함께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다시 행사들이 개최가 되고 있습니다. 과연 해돋이 행사도 다시 열릴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