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가 모두 떨어져 앙상하기만 한 겨울나무가 이상하게도 힘이 있어 보입니다. 저렇게 나뭇가지가 힘차게 뻗어 있을 줄 여름엔 미처 몰랐습니다. 신경망처럼 사방에 뻗쳐있는 가지가 무질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 떡하니 자리 잡은 몸통은 균형을 잡아 주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리고 몸통 아래 보이지 않는 땅속에는 저 가지보다 더 무수한 뿌리가 무질서하게 뻗어 있을 겁니다.
한때 겨울나무만 찍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공포영화에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잡아주는 오브제로 자주 등장 하고는 있지만, 이 녀석만큼 ‘힘숨찐’이 또 있을까요. 겨울나무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집니다. 제가 한때 겨울나무만 주야장천 찍던 이유이기도 했었습니다.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명이 거기에 흐르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다시 잎이 나오고 열매가 맺어져 풍성해질 거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죠. 어쩌면 햇빛 가득한 여름날을 위해 겨우내 생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힘을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