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원의 울창한 숲에서 가을의 색감을 정신없이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저기요” 하며 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개를 돌리니 노부부께서 걸어오며 “사진 한 장 부탁합니다” 하시더군요. 공원 등지에서 카메라를 메고 다니다 보면 종종 그런 부탁을 받습니다. 그럴 때면 거절하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찍어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이 노부부는 아버님께서 몸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사진을 저에게 부탁하신 건 어머님이었는데 아버님은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시더군요. 어머님은 혹시나 아버님이 넘어질까 멀리서부터 손을 꼭 잡고 저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아마도 어머님은 자식들 손도 꼭 잡고 다니며 키워 보내시고, 이제는 아버님 손을 잡아 주신 것 같습니다.
“하나 둘 셋”이라는 주문을 외우고 연속으로 휴대폰 액정의 셔터 버튼을 여러 번 눌렀습니다. 귀찮다는 표정의 아버님은 막상 찍을 때는 싫지 않으신 듯했습니다. 어머님은 어찌나 행복하게 웃으시는지 그 숲에서 제일 행복해 보이시더군요.
휴대폰을 저에게 건네고 받을 때를 제외하곤 잡은 손은 떨어지는 법이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하고 숲을 나가시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습니다. 나중에 보니 두 분이 살아온 인생만큼 높이 솟은 나무와 그 사이로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공원을 걷다 보면 놓칠세라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가 종종 보입니다. 나이가 들어 온몸에 힘이 없어져도 손은 놓치지 않을 것처럼 잡고 계십니다. 함께 할 시간이 점점 줄어듬을 알기에 그런 걸까요. 언젠가 저도 나이가 들 겁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손을 잡아줄 반려자가 옆에 있다는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