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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Apr 12. 2024

지주


  나무가 쓰러지거나 부러지지 않게 받치고 있는 저 버팀목을 ‘지주’라고 합니다. 보통은 어린 나무가 올바른 방향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주거나, 오래된 나무가 부러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공원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이 날은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나무 가지가 부러지지 않게 받치고 있는 모습이 꽤나 안정적입니다. 인체공학을 넘어서 ‘목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나무가 팔을 걸치고 있는 모습이 매우 편안해 보입니다.

  사람도 지주가 필요합니다. 어릴 땐 부모가, 늙어서는 자식들이 지주가 되어 줍니다. 내 힘으로 일어설 수 없을 때 지주가 되어줄 가족들이 옆에 있다는 건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한 가지 더, ‘정신적 지주’가 있습니다. 단순히 몸을 기대는 것을 넘어 정신이 무너지지 않게 기댈 수 있는 지주인 것 이죠. 보통은 가족이 이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합니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지 못한 경우에 처한 사람들은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내가 스스로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라도 정신적 지주는 필요하기 때문이죠. 몸이 아무리 성하다 해도 정신이 무너지면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가족이 아니라면 주변인들이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지주는 꽤나 귀찮은 역할이기 때문에 요즘엔 주변에서 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가족도 멀어지고 있는 있는 시국이니 말이죠. 최근에 너도나도 우울증 진단을 받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합니다.

  서로가 기대어서 지주가 되어 줘야 되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사람이 더 많은 지주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치 한자에 사람 인(人)이 작대기 두 개를 서로 기댄 것처럼 말이죠.

  저 사진도 옆으로 조금만 돌리면 사람 인(人)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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