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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Mar 03. 2024

HL7240


  '에이치엘칠이사공’

  한국항공대학교에 가면 대한항공 소속이었던 이 항공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한때는 9,000미터 이상의 상공에서 시속 800킬로 이상의 속도로 하늘을 누비던 녀석이었습니다. 1992년 첫 비행을 시작한 이래, ‘에이치엘칠이사공’은 22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하늘을 비행했습니다. 두근거리며 첫 비행을 한 파일럿, 꿈에 그리던 승무원이 된 사회 초년생,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사람들 등. 각양각색의 기억이 40,317시간(이 항공기의 총 비행시간) 동안 기체 곳곳에 새겨졌을 겁니다. 그리고 2014년에 퇴역 후 교육을 목적으로 이곳에 전시되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에이치엘칠이사공’은 쓸쓸해 보입니다. 한때 하늘을 날았지만, 이제는 남은 시간 동안 땅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운명이어서 그럴까요. 사람도 젊어서는 펄펄 날아다닙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실무에서 점점 멀어지다가 은퇴를 하면 힘에 부쳐 더 이상 날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에이치엘칠이사공’은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겁니다. 수명이 다한 다른 항공기처럼 해체되지 않고 미래의 항공산업에 종사할 사람들을 위해서 교육적 가치와 영감을 주는 역할을 부여받아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죠.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은퇴 후에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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