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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임팩트 Feb 17. 2017

[오늘의솔루션]도시재생도 가지가지다. - 1

도시재생 혁신사례 : (1)건축재생 - Granby Four Street

"도시재생"


도시재생이란 곧, 기계적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에서 전자공학, 하이테크, IT산업 등 신산업으로 변화된 산업구조 및  신도시 위주의 도시 확장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기존 도시를 새로운 기능으로 도입하고 창출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으로 부흥시키는 도시사업을 의미한다.


 그렇다.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의견은 너무나도 다양하지만, 그 핵심은 바로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있는 기존 도시'에 있다. 그리고 이 '낙후'의 기준은 경제적/사회적/물리적인 수준에 맞추어져 있다. 전사회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상대적 낙후'는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 산업혁명 이후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을 위시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부흥과 이에 따른 고성장시대가 저물어가고 본격적인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복지, 분배'와 같은 키워드가 자연스레 등장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국가라는 지역적 카테고리 하에서는 곧 '균형발전'이 주목받게 된다. 

 왜 도시재생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해 위와 같이 아주 압축적인 설명을 대신한다면, 이 키워드를 실행하는 데 있어서는 이제 굉장히 다양한 주체와 형태, 목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은 "도시재생도 가지가지다."로 정했다. 3편의 연재를 통해 각각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례가 얼마나 다른 색깔을 빛내고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겠다.





Solution 1. 건축재생을 통한 혁신사례 

"Granby Four Streets"(by.Assemble Crew)

: 지역사회와 공간을 연결하기 위해 똘똘 뭉친 건축X디자인 크루의 재생 프로젝트



 이 열여덟 명의 친구들(사진 상으로는 14명만 나와있다, 그리고 필자와 또래이기에 친구들이라고 불러보았다)이 바로 첫 번째 사례의 주인공들이다. 바로 이 크루의 이름이 어셈블(Assemble)인데, 이들은 런던을 중심으로 예술 및 건축, 디자인 등 전 영역에 걸쳐 지역사회와 공간을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예술단체다. 2009년, 대부분 케임브릿지 건축대학 학생들로 결성된 이들은 현재 영문학, 역사, 철학 전공자를 비롯해 기술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멤버들도 영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며 영국 각지에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그들의 가치관 -


하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건축가냐, 아티스트냐'와 같은 직업적 구분이 아니다.

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어떤 프로젝트냐' 이다.

셋, 자신을 예술가로 선언한 사람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말은 틀렸다. 누구나 예술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예         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혹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을 통해 더 나은 삶을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한다.



 이들은 위와 같이 말도 안 되게 멋드러진 가치관을 바탕으로 2010년부터, 시네롤리엄(Cineroleum),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y for a Flyover), 야드하우스(Yardhouse) 등 손가락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프로젝트들 중에, 오늘 본격적으로 파헤칠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r Streets)가 포함되어 있으나- 프로젝트가 너무 멋있어서 공유하지 않고는 못 배기겠으니, 잠시 몇 개만 그림으로 살펴보겠다.





시네롤리엄(The Cineroleum)

 이 힙한 영화관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은가? 외관을 보고 상상력을 잘 발휘해본다면 주유소의 형태가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어셈블은 2010년, 영국의 주요 도시에 흉물스럽게 버려진 주유소들을 꽤 훌륭한 마을 영화관으로 바꿔내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주유소 외관에 은색 방음장막을 내리고, 잘 디자인된 "THE CINEROLEUM"간판을 올렸다. 내부에는 한국의 교X문고 에서 볼 수 있는 계단식 좌석을 설치하고 스크린을 걸어 영화를 상영한다. 때려 부수지 않아도, 과하게 힘을 주지 않아도 얼마나 멋진 건축재생이 일어나는가!




폴리 포 어 플라이오버(Foly for a Flyover)


 이름이 좀 길다. 국내의 서울 구시가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익숙한 부분이 보일텐데, 바로 저 그림은 고가도로 밑이다. 보다시피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어두침침하고 두려운(왜인지 모르게 우범지대일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다. 일단, 어셈블 크루의 작업들은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모이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감상을 준다. 고가 밑을 아주 괜찮은 야외공연시설로 만들어내고, 인디 뮤지션들과 마을 사람들이 작은 공연과 강연을 할 수 있게 만든 이 곳은 이제 더 이상 버려진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는?



- 왜 재생이 필요했나 - 

 

 

 랜비 포 스트리츠가 위치한 리버풀은 한 때 세계적인 항구도시로 번성했으나 20세기 초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고, 이후 대량 실업과 가난으로 수많은 도시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그랜비 포 스트리츠가 위치한 지역은 가장 다양한 커뮤니티가 모인 도시라는 점에서 커뮤니티로써의 가능성을 갖춘 곳이었으나 관 주도로 진행되었던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가닥이 '철거 후 재개발'로 잡히게 되면서 네 개의 거리만 남긴 채(그래서 그랜비 FOUR 스트리츠다) 모두 새 모습을 찾았다. 당연히 상황이 이렇게 되니 그랜비에 살던 주민들도 도시의 여기저기로, 더 나아가서는 리버풀 외 지역으로 흩어질 수 밖에 없었다. 







- 어셈블이 함께하기까지 -


 영국사람들의 성향이 어떤가. 영국 사람들이 '축구 없이는 못 산다'고 하는 것은 곧 종목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각 지역을 대표하는 팀에 대한 애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말은 곧, 본인이 살아온 지역을 쉽사리 떠나지 않으려 함을 의미하고 그만큼 향토애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랜비에 살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경제적/환경적인 이유로 떠난 이들도 있었지만, 이미 지역 주민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주도로 거리를 되찾기 위한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었고, 무려 20년 동안이나 스스로 거리를 치우고, 나무를 심고, 색칠하고, 캠페인을 하면서 '최소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오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운영해오던 '그랜비 포 스트리츠 주민토지신탁(Granby Four Streets Community Land Trust)'를 결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빈 집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주거시설을 만들 수 있도록 어셈블 크루를 고용하게 된다.





- 무슨 일이 있어도, 주민과 함께한다 -



 어셈블 크루가 위와 같은 의뢰를 받게 된 것은 2011년이었고, 이 때 그들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운용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기금의 운용목적을 '접근가능하고 유용한 집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두고 있었음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한다.


 결국, 마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고- 결국 마을에 살아갈 사람들도 주민들이 될 것이므로 모든 재생 사업의 과정에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긴 호흡을 가지고 주민들과 함께하기로 한다. 이 과정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기술들에 대해서는 어셈블 크루의 멤버들이 주민 대상 워크샵을 정기 개설하기도 했다. 


 사실 이는,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이 전문가 크루들이 사회기반시설(인프라)를 재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방향성을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사례가 되었다. 지역 주민들이 이미 수행중이었던 노력을 간과하지 않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점진적인 비전을 중심으로 주택과 공공공간의 재설계 및 새로운 업무, 창업의 기회까지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 프로젝트가 끝나도, 마을은 '알아서 잘 굴러간다' -


 그랜비 포 스트리츠(Granby Four Streets)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후 2015년, 어셈블 크루는 유럽 전역에서 가장 명망있는 이른바 '미술상'인 터너 상(Turner Prize)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이 수상이 대단했던 것은 '개인이 아닌 그룹, 그리고 심지어 미술전문분야가 아니라 건축/디자인 분야 작가'가 터너상을 수상한 것은 제정 이후 처음 있었던 일이고, 당시 멤버들의 나이가 26-29세로 매우 젊었기 때문이었다.

 

 이 엄청난 상을 받게 되었고, 어쨌거나 본격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이후에도 그랜비 마을이 너무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잘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습이 가능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나, 그 중에서도 "DIY정신을 통해 마을 주민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손꼽힌다.



 주민들은 작업장에서 핸드메이드 생활용품을 만드는 워크샵에 참여했고, 이에 따라 톱밥으로 만든 손잡이나 돌로 만든 북스타퍼 등 건축 폐기물과 공사 잔해로 만든 수제품을 만드는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작업 모델은 곧 "그랜비 셋업 워크샵(Granby Set-up Workshop)"이라는 크라우드펀딩 모델을 통해 시작/지속되어 왔고 이 과정에서 지역 소싱을 통해 설계 및 조립된 생활용품을 온라인/오프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그랜비 워크숍 및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전문성을 기른 지역 주민들이 핸드메이드 생활용품 생산 및 판매를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창업 및 노동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물론 이는, 19세기 후반 산업혁명의 급부상으로 인한 반세계 운동으로써의 '예술 공예 운동' 역사에 따라 수공예품에 대한 유럽인들의 니즈가 높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  마치며 : 도시재생은 예뻐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


 

 2015년에 어셈블 크루가 건축디자인 크루로서는 전무했던 터너 상을 수상한 것은 대내외적으로 굉장한 반응을 이끌어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대단한 상의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한편 더욱 진일보한 고민을 소감으로 남겼다고 한다.


 "터너 상 수상 이전까지, 저희는 단 한번도 '예술가'라고 스스로 명명하고 활동한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실 수상을 하고 나서도 꽤나 혼란스러웠죠. 터너 상 후보로 선정된 것이 그래서 당시에는 조금 불편한 감정을 들게 하기도 했어요. 왜냐하면, 그랜비 마을은 사실 우리가 고용되기 전에 이미 굉장히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진 곳이었고, 어떻게 보면 저희로 인해 갑자기 이 곳에 고상한 시선이 들어와 그랜비 사람들의 삶과 공간 점유 방식, 그리고 활동들을 지켜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과하게 멋지고, 또 과하게 겸손하게까지 느껴지는 이 고민은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주체들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낙후된 지역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혜택은 그 곳에서 이제까지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이다. 외지인들의 시각, 보편성이라는 미명 하에 '예쁜 것이 최고'라는 태도들이 얼마나 많은 생활공간과 지역을 병들게 했는지 돌아본다면. 


그래서 다시, 이 열여덟 명의 젊은 크루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리서치ㅣ정리 : 권용직 오늘살롱 프로그램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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