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 | 장영화 OEC 대표
루트임팩트는 여성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2018년 3월 10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를 열어 여러 체인지메이커와 함께 여성의 일과 삶, 배움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삶 속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학습이 일의 선택과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성별을 떠나, 보다 통합적 관점으로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경력단절, 성평등 격차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 루트임팩트는 즉각적 혹은 단편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인지메이커의 지속가능한 여정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글로 담아 공유합니다.
여성의 일에 관한 특별 강연을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아까 이나리 대표님께서 커리어를 직장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 내용과 관련이 있는 제목입니다. “직장인이지만, 창업가처럼”이라는 주제로 OEC의 장영화 대표님께서 스페셜 스피치를 진행해주실 예정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20분간의 스페셜 스피치가 모두 궁금하시다면 (클릭/Youtube)
반갑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딘가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조직의 구성원이겠죠? 그리고 “나는 언젠가 내 일을 하고 싶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눈치 채셨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세 분의 패널 중에 두 분이 창업가셨어요. 한때는 직장인이었지만요. 아마 여기 앉아계신 분들 중에서는 창업을 하신 분 보다는 어딘가에 소속되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실패와 실수로 얼룩진 제 창업 이야기를 들려드리면서, 언젠가 내가 가슴 뛰는 내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고 내 일을 당당히, 내 이름으로 벌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약간의 힌트를 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무던히 다양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대학 전공은 식품영양학이었지만 화학이 너무 싫어서 아무 곳에나 취업할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우연히 법학을 만나서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법학을 다시 공부했고, 사회생활은-2002년 월드컵 때 남학생들이 공부를 좀 덜하는 바람에- 사법 시험을 문닫고 들어가면서 변호사로써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변호사로 일을 해보니까 또 새로운 세상이 보였습니다.
제가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것이 11년 전이에요. 그때는 변호사 자격증 하나 있으면 평생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었으니,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지는 않았죠. 하지만, 요즘 뉴스에도 계속 나오다시피 로스쿨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하잖아요? 지금 제 주변에 있는 법조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법조계에서의 취업난이 정말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눈치가 좀 빨라서, 직장 생활 3년차 때 이미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아, 내가 이렇게 살다보면 나중에는 선배들 밑에서 계속 뒷바라지하는 일을 하다가 버려지겠구나’, ‘아 나는 선배들처럼 살기 싫은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하나, 나만 할 수 있는,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무작정 창업을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춰주고 싶어서 첫 번째 창업으로 ‘법률 사무소 겸 북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아름답죠? 아름답기만 했어요. 간판 하나 만드는데만 해도 300만 원을 썼고, 좌식 테이블 아래에 깔리는 카펫도 몇 백만 원이었죠.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을 했다가 6개월만에 사업을 종료했는데요. 저는 할 수 있다는 생각만 했지 제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거죠.
자, 왼쪽 사진이 제가 11년 전에 변호사를 할 때의 모습이에요.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사진이 제가 창업한 후 작년에 찍은 사진이에요. 누군가는 지금이 더 젊어보인다고 이야기해 주더라구요. ‘내 일을 하는 즐거움이 회춘의 비밀이라는 사실을 여러분께 폭로하는 사진이죠.
지금부터는 제가 경험했던 시행착오의 기억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컬럼비아 대학교 석사과정 중인 친구가 저희 회사에 너무 들어오고 싶어서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해줬던 이야기가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다가 저희 회사를 발견했는데, 저희 회사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밸런스 있게 운영되다는 거에요. 사실은 이건 제가 창업을 했을 때의 목표였거든요. ‘어떻게 하면 떳떳하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부유하면 좋겠지만,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 일로 사회가 윤택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보면 제가 창업을 해서 살아온 과정은 그런 내용의 실험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수많은 시행착오들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테지만요. 제가 창업을 하며 바라봤던 여러 사회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제부터 여러분들이 직장인이지만 창업가처럼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말씀드리려고 해요.
아주 매력적인, 투자자가 투자하면 몇 배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사업들은 미안하지만 몇 개 되지 않아요. 그러나 대단한 수익이 되지는 않지만 내가 밥벌어먹는데 남들에게 손 안 벌리고 내가 행복한 일들은 기본적으로 여러분들이 관심이 있는 일이어야 해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일이면 훨씬 더 좋아요. 여러분들이 관심이 있고 좋아하고 심지어 잘하기도 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면, 그건 여러분이 진짜 해 볼만한 일인거죠.
제가 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선택했는지 말씀드릴게요. 이 과정 속에서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첫 번째 창업 후에 지금의 회사를 바로 만들었느냐, 아니에요. 법률 사무소가 아닌 직장에도 가보면서 2년 동안 또 다시 시행착오를 겪었거든요. 내가 도대체 하려고 하는 일이 뭔가 고민을 해봤더니, 저는 남들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했고, 명문대학에 나와서 변호사 자격증까지 땄는데, 30대 중반이 되어서 야생에 나와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더라구요. 저는 무식하게 용감해서 로펌 문을 박차고 나왔지만, 막상 나와보니 깜짝 놀랐던 거죠. 제가 35살이 될 때까지 아무도 저에게 세상을 살아갈 방법을 제대로 알려준 사람이 없었던 거에요.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는 이론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산업혁명 때문에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이 달라졌죠. 경제의 수레바퀴가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돌아가면서 굉장히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으니까요. 2018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미래에는 수많은 직업이 증발하고 있고 또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거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원하지 않아도 여러분들은 창업가로 살아가셔야 해요. 조직이 여러분을 끝까지 돌봐주지 못합니다. 물론 조금 전에 패널로 참여하셨던 교수님처럼 50, 60세까지는 괜찮은 직장이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미래에는 수명이 엄청나게 늘어날 거잖아요? 우리는 현명하게 우리의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어요. 이것을 잘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작년에 나왔는데요. 이 책을 살펴보시면 왜 우리가 모두 창업가가 되어야 하는지 눈치채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가장 국민들에게 창업을 부르짖는 나라는 중국인데, 이제 중국이 정말 급발전할 것 같아요. 중국은 리더들이 나서서 전 인민의 창업화를 부르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왜 시대가 이렇게 변하느냐? 제가 앞부분에서 창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사회가 되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그 안에서 기회를 봤어요. 제가 받았던 교육들이 지금 교육 현장에서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찰스 리드 비터가 한 이 이야기죠. “열심히 공부했지만 그게 어떻게 보면 끝난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을 계속 주입하고 알리는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들이 야생의 생활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동안에는 교과서의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았어요.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올 때에는 소소한 의견을 누르면서 나아가는 것이 효율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거죠. 아랫단을 보시면 이 아랫단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창업가들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 교육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모두 안고 있는 문제인데요. 여기에 앉아 계시는 분들도 다 여기에 해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우리나라가 발전하면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그렇게 많이 생기지 않았어요. 제 주변에도 놀고 있는 박사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건 선진국들이 맞이하고 있는 문제인데, 저는 이 문제를 풀어보고 싶었어요. 단박에 창업을 할 수는 없어요. 시대가 바뀌었고, 우리는 모두가 창업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직 창업 세계를 모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해서 창업 마인드셋 교육 -당장 창업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창업이라는 것이 두려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떻게 보면 창조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그런 교육- 을 앙트쉽 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공교육 현장에 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처럼 문제를 해결해보는 프로젝트를 합니다. 아까 이나리 대표님께서도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아이들에게 중요한 진학이나 취업 같은 것들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죠. 여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이 교육을 처음 받았던 친구들이 자라서 대학생이 되었는데요. 가장 창업가처럼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창업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의기양양했던 저도 창업에 실패했잖아요? 창업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스킬셋과 네트워크 같은 것들을 갖추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학교 하나에서부터 시작했던 이 앙트쉽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고,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교육효과를 학문적으로 평가했을 때 이러한 효과도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앙트쉽 프로그램을 교육 현장에 제공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로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교육을 우리 아이들에게 맛보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하셨던 선생님들이 또 창업가처럼 살아가고 있는 거죠. 상계고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저희 교육을 지원받고 나서 본인이 여러 사업을 따서 그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이 교육을 실시하는, 창업가 아닌 창업가가 되었습니다. 교육을 할 때에는 ‘앙트쉽 코치’ 경력단절 여성들 -일을 하다가 아이들 육아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을 그만두신 분들-이 저희 교육을 받고 코치로 일을 하시는데요. 그분들이 한 1~2년 일을 하시면, 창업 세계에 대해 알게 됩니다. 그 결과 그분들이 또 스타트업에 취업을 하시거나 창업을 하십니다. 어찌 보면 저희와 같이 일하는 분들까지도 창업가처럼 살아가는 연습을 하게 되는 거죠.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제가 발견하게 된 기회가 또 뭐였냐면, 국가에서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장려하잖아요? 제가 볼 때는, 대학생 창업의 주요한 KPI(Key Performance Indicatior, 핵심 성과 지표)는 교육적 효과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창업의 성과를 몇 명이 창업했네, 몇 명이 성공을 했네 이렇게 바라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대학생 창업은 그렇지 않아도 창업은 실패가 기본값인데, 가진 스킬도, 네트워크도 없으니 성공하기 더 어렵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얻는 교육적 효과는 매우 갚지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을 하지 않고도 이러한 교육적 효과를 얻기 위한 선택지가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작은 스타트업에 가서 창업가처럼 일해보는 연습, 이것이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스타트업인 저희로써도 똑똑한 젊은 친구들과 같이 일한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 둘 사이를 이어보자라고 해서 만든 프로그램이 ‘스타트업 인턴쉽’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기업과 학생을 매칭해주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죠. 스타트업은 처우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많다보니, 이 일을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공감이 없으면 일을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 세계에 대한 이해와 함께, 어떤 스타트업에 가서 일을 하면 즐거울 수 있는지 - 제가 시행착오를 10년 이상 겪었고, 35년 동안 해왔던 진로에 대한 고민을 - 등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설계를 해두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기업에 가서 일하면 좋을지를 담아서 스타트업 인턴지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해서 이렇게 엄청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이 친구들이 각 기업에 가서 나타낸 성과는 놀라웠죠. 2년 동안 827명의 친구들에게 교육을 했고, 매칭 과정까지 결실이 맺어진 건 265명 정도였습니다. ‘겨우 이거 밖에 안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심하게 설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아 나는 스타트업에 가면 안되겠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주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은 시키는 일만 해내는 사람을 원하는 게 아니라, 창업가처럼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니까요. 어떤 친구들은 '아,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구나' 라는 판단을 하기도 하였는데 이 또한 중요한 깨달음인거죠. 저는 이런 숫자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트업에서 저희가 소개한 친구들은 10명 중 7명은 정규직으로 취업하기를 원했어요. 2~3개월 일하다 돌아갈 친구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스타트업의 단비 같은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자 지금까지 제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어떻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균형 있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해왔는지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직장인이지만 창업가처럼, 어떻게 내일을 준비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창업가로 살아가는 데 시행착오를 했던 부분 중 하나는, '함께 일하는 즐거움'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에요. 변호사는 대체로 혼자서, 독립적으로 일을 하거든요. 여러분이 어디에서 일을 하시던지 함께 하는 연습을 잘 해두시면 그게 나중에 내 일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라는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창업가로 살아가면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날마다 성장하는 즐거움이에요. 로펌에 있었을 때, 저는 로펌에서 사무를 도와주는 직원들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 불만이었어요. 그래서 '직원들과 함께 스터디를 해보면 어떨까요?' 라고 의견을 냈더니 '너는 뭐 그렇게 쓸 데 없는 일을 하려고 하냐'는 이야기가 돌아왔었죠. 회사 동료들에게 '집중을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지금 스타트업에서는 제가 A부터 Z까지 다 해야하는 상황이거든요. 물론 바쁘고 힘들지만 저는 저의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게 일인지 놀이인지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저는 제 일이 좋아요. 새로운 걸 알아갈 때의 즐거움도 너무 크구요.
저 쪽에 제 딸이 앉아있는데요. 저는 창업가로 살아가면서 딸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로펌에 있을 때에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좀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육아나 가사에 신경을 덜 쓰곤 했었죠. 지금은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출근하고, 5시에서 6시 사이에 퇴근을 해요. 저희 회사는 야근이 기본값인 회사가 아니에요. 우리는 공장 돌리는 회사가 아니니까 언제 어디서든 본인이 맡은 일만 하면 된다는 것이 저희의 철학이죠. 저녁은 가급적 딸과 함께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그리고 이 자리도 마찬가지지만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참가하는 공간에 딸과 같이 하려고 노력을 하죠. 그래서 다행히도 제가 조금 전 다른 패널 토론이 있을 때 '우리는 엄마 아빠 중에 누가 더 육아나 교육에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아?'라고 딸에게 물어봤는데, 딸이 한참 고민을 하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화면에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저희와 함께하는 코치님들이에요. 저는 이 코치님들이 육아와 교육과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 때 모든 것을 풀타임잡으로 일자리 창출을 세는 것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가, 그 사람의 여건에 맞는가, 수익은 어떤가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많은 돈을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면서 행복하게 일하는 것, 이런 차원에서 좀 더 유연한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하면서 여러분이 내가 어떻게 하면 내일을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본격적인 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제가 창업가로 살아오면서 저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은데 그 중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들이 바로 사내창업가들이었어요. 이걸 인트로프러너라고 하거든요. 직장인이지만 창업가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제 곁에 있었더라구요. 공교육 현장에서도, 서울산업진흥원이라는 고객을 만났을 때에도, 네이버와 함께 사업을 꾸려나갈 때에도 이런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 분들의 공통점은 어떤 일이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때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기업 내/외부적인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고, 일이 되도록 이해관계자를 설득해내고, 일이 잘되도록 방향을 이끌어 나갑니다. 이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아마 지금 창업가가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에게는 이렇게 사내창업가로, 월급 받으면서 내 일처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놓여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 이런 분들이 나중에 창업을 했을 때에도 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그려나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테니까요.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것,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 그리고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몇몇 여성 창업가들과 의기투합해서 만든 여성 창업가 모임이 있습니다. 매달 세 번째 주 화요일에 을지로 위워크 16층에서 여성창업가 커뮤니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매달 두 명의 창업가를 섭외해서 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일을 하면서 경험하는 내용들은 무엇인지 등등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참여하신다면 관심있는 분야의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거에요. 저희 모임이 벌써 4년이 넘었는데, 모임을 꾸준히 참석하시다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거나 창업을 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 기회가 열려있는 거죠. 이런 네트워크 모임을 활용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창업을 하는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얼마 전에 저희가 모임에 게스트 스피커로 튜터링 - 튜터링이란 서비스는 언어 교환, 전화 영어의 모바일 버전이에요- 튜터링의 김미희 대표를 스피커로 모셨는데요. 삼성전자에 근무할 때 사내 공모전에서 이러저런 아이디어를 되게 많이 냈대요. 그런데 매번 안받아들여졌다는 거에요. “야, 삼성이 이런거 하면 되겠냐?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에게 안맞아” 회사를 다닐 때 자기는 정말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했었고, 그에 대한 솔루션으로 회사에 제안했지만 무시당했던 아이디어를 들고 나와서 창업한 게 바로 튜터링입니다. 이런 과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창업가로서 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내가 공감하고,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어야 한다고 아까도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 ‘째깍악어’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오늘 아이를 데리고 오신 분들은 지금 아이를 맡기셨을 텐데요. 이 아이돌봄 서비스는 모든 VC(Venture Capital, 벤처투자자)들이 성공할 수 없는 서비스라고 마침표를 찍었던 서비스에요. 그런데 그 서비스의 필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직장맘이었던 대표님께서 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왜냐, 내가 너무 잘 알거든요. 내가 너무 이게 필요하거든요. 이런 일들을 자신의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직장생활이 5년차 미만인 주니어라면, 또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 제가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요. 이 친구는 다소 안정적인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거기에서 사내 공모전을 나가서 1등을 했는데, 직장생활 3년을 돌이켜보니까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이 사내공모전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에요. ‘창업을 바로 시작할 용기는 없는데, 어떡하지?’ 그래서 선택한 것이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라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일터를 옮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직한 후 2년 동안 너무도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구요. 그럼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요?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그녀를 주목하게 되었죠. 그래서 결국 지금은 지그재그라는 스타트업에서 PR과 홍보, 인사 등 여러 업무를 담당하는 스타트업 구성원이 되었어요. 이런 식으로도 커리어 설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그냥 소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도 한 번 해보세요. 제가 아는 분이 이 희귀 선인장을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을 사고 팔고 하면서 10만 원이라도 벌고 있어요. 이것은 직장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창업 훈련과정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일로 작은 돈이라도 벌어보는 연습을 배호세요. 이것이 쌓이고 쌓이면 여러분이 창업을 했을 때 성공할 수 있는 비밀의 무기가 될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모든 과정에 있어서 혹시 저와 함께하고 싶으시면 저에게 편하게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 fin.
작성ㅣ루트임팩트 장선문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