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일 | 이나리 대표, 송수진 교수, 김다인 대표
루트임팩트는 여성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2018년 3월 10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를 열어 여러 체인지메이커와 함께 여성의 일과 삶, 배움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삶 속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학습이 일의 선택과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성별을 떠나, 보다 통합적 관점으로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경력단절, 성평등 격차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 루트임팩트는 즉각적 혹은 단편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인지메이커의 지속가능한 여정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글로 담아 공유합니다.
세대 별로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일과 가정, 둘 중에 하나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베이비부머세대, 일과 가정의 양립을 꿈꾸며 분투해온 X세대,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일을 일치시키려는 경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 각 세대를 대표하는 멋진 분들을 모셨습니다.
진행자: 루트임팩트 박연경 매니저
토론자: 이나리 Plannery 대표/ 송수진 고려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조교수/ 김다인 FLRY 대표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1시간의 패널 토론이 모두 궁금하시다면 (클릭/Youtube)
이나리
기자, 디캠프(D.CAMP) 센터장, 제일기획 제일이노베이션센터 센터장을 거쳐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성장과 연대를 위한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를 만들고 Plannery라는 회사를 창업하였다. 커리어에서 성공하고 싶은 '여성'으로써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지금은 '왜 여성은 커리어를 쌓고 지키기 위해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송수진
P&G에서 마케터를 거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현재는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 자녀의 엄마이자 지식을 설파하는 교수로써 각각의 소명을 모두 지켜내고 싶은 대한민국의 흔한 엄마이자 사회인이다.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커리어 문화와 여성의 커리어 문제에 '공감'하는 문화를 통해 '엄마'와 '사회인'이 공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김다인
Bain & Company 컨설턴트, 루트임팩트를 거쳐 현재는 꽃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소셜벤처 FLRY의 대표이다.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면서 결혼, 출산, 양육과 커리어가 공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혼란을 겪었다.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 엄마와 한 회사의 대표, 두 자아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고자 노력하고 있다.
박연경(사회) : 신입 사원 중 낮은 여성 비율, 낮은 육아휴직 사용 비율, 터무니 없이 적은 여성 임원 수 등 ‘일’에 있어 여성들이 이겨내야 하는 장애물이 아직도 많습니다. 장애물을 극복해낸 혹은 극복하고 있는 ‘언니’의 존재와 연대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 세션에서는 일터에서의 여성을 이야기 합니다. 자리와 시간의 한계로 경제적 문제로 경력단절을 선택할 수도 없는 여성들, 청소, 캐셔일 등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계신 여성들, 지금도 곳곳에서 돌봄 노동을 하고 계신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늘 이야기에서 논외로 하나 이 또한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서 또다른 장에서 풀어내겠습니다.
박연경 : 우리나라와 같이 고도의 압축성장 사회에서는 10년-20년의 차이에도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같은 여성이지만 각 세대 별로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60년대 생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성장에 몰입하는 시대로 일 혹은 가정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70년대 생인 X세대는 소위 ‘수퍼우먼’의 세대입니다. 일과 가정 둘 다 완벽히 잘 해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80년대 생인 밀레니얼 세대는 일, 가정 두 개의 가치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 가치관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선정하여 살아가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각 세대를 대표하여 베이비부머 세대이신 이나리 대표님, X세대이신 송수진 교수님, 밀레니얼 세대이신 김다인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와 함께 일, 삶 각각을 어떻게 바라보셨는지를 나눠주세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지워선 안되었던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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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이나리 : 저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했었던 것 같아요. '이나리는 생긴 것만 여자지, 남자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고, 가장 큰 칭찬이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남자와 같아' 혹은 '남자보다 열심히 해' 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고, 여성이라는 것을 지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압박에 굉장히 강하게 시달렸던 세대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여성 리더 분들 중에 '저 분 여성 임원인데, 재수가 없다'라는 말을 듣게 되신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조금만 부족하거나 약하게 보이면 생존 자체에 문제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를 명예남성화 해왔던 것 같아요.
엄마의 자아와 사회인의 자아 두 가지를 모두 잘 해내야 했던 Dual Calling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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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송수진 : 고려대학교에서 마케팅과 소비자 행동 분석을 가르치고 있는 송수진 입니다. 저는 올해 중1이 된 아이와 어린이집에 입학한 5살, 6살 아이를 기르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요. 저는 dual call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저의 인생을 설명하곤 합니다. '엄마로서의 자아 뿐 아니라 사회인으로서 자아 즉, 가르치는 자로서 나도 이 땅에 태어난 이유이다. 이 두 가지 소명을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란 차원에서 말씀을 드리고 있어요. 할머니,엄마 세대에는 김활란 총장님이라던가 강경화 장관님과 같이 정말 특출난 분들만 전문직이나 고위직에 나간다고 얘기하고, 나는 집에서 아이를 기른다고 말하는 것이 당연한 세대였어요. 여기 계신 분들은 "지금까지 내가 독특한 관심사를 가지고 그에 대해 좋은 교육을 받아왔는데, 결국 엄마되려고 이런 것들을 배웠는가? 만약 내가 엄마로서의 자아와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를 선택하라고 강요당한다면 나는 사회인으로 살겠다"해서 비혼을 하시던가 결혼을 늦추시던가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안 낳는 선택을 하십니다.
저희같이 중간에 낀 세대는 '특별한 사람만 전문직이나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했어요. 남편이랑 저랑 다를게 없어요. 반장도 했고 회장도 했고 SKY 가서 공부도 했고 유학가서 박사도 했는데 갑자기 아이를 낳으니 남편과 제가 다른 선택을 해야 했어요. '남편과 나는 재능, 전문성, 관심사, 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까지 다른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옳지 않다.'
21세기의 한국 사회는 엄마로서의 자아는 소명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엄마로서의 가치에 실존적 근원성을 쉽게 부여해요. '내가 아기를 낳았는데, 어떻게 일을 나가? 아기가 아픈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아이에게 집약된 관심과 노동이 필요한 시기는 사실 짧거든요. 중학생만 되더라도 아이에게 엄마가 너무 관심을 가지면 싫어해요. 제일 인기 있는 엄마는 맞벌이 엄마에요. 엄마의 사각지대를 누릴 수 있거든요. 이렇게 짧은 시기를 위해 내가 하는 일을 멈출 필요가 없구나. 내가 이땅에 태어난 이유는 엄마가 되는 것도 있겠지만, 나의 독특한 관심사와 재능과 전문성을 통해서 헌신해야 할 대상 조직, 문제, 분야 등이 있으니 그것을 놓치지 않고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러한 개념을 듀얼 콜링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사회인 자아의 밸런스를 고민하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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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김다인 : 저는 04학번으로 졸업하여 일한 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은 세번째 커리어를 시작해서 일하고 있고요. 그 사이에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혼란을 겪으면서 20대,30대를 거쳐오고 있습니다.
대학생 때 진로고민을 할 때 막연하게 개념이 도입되기 시작했던 사회적기업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어요. 대학 졸업 시점에는 어떤 사회경험도 없었기에 '성장이 먼저다' 라는 생각으로 컨설팅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일을 대하는 방식이나 일터에서의 여성을 처음 겪어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뵙던 엄마들이나 여성분들을 보았을 때 무언가 희생을 한다기 보다는, 아이를 낳으면 1년 정도 휴직을 하고 돌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과 일을 병행해야 한다면 일시적으로 업무량을 줄여서 프로젝트 단위의 일을 하기도 했구요. 그렇기에 아이를 가진다고 해서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막상 결혼을 하고 임신, 출산, 육아의 과정을 겪으면서 그런 것들에 무지했고, 이것이 굉장히 어려운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 책을 많이 읽으셨을 것 같은데, 그 책에 나온 것처럼 저희 엄마는 전업주부셨어요. 그래서 항상 여자는 일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오셨기 때문에 저는 제가 엄마로 살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것 같아요. 당연히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를 많이 생각했었고, 그러다 보니 엄마로서의 자아를 최근에 부여받게 되었을 때 이 둘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박연경 : 이나리 대표님께서 앞서 말씀해주셨듯 여성의 경력 위기는 아이의 생애주기와도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경력 위기는 아이의 탄생에서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자녀를 양육할 수 있게 제공되는 육아 휴직 제도는 한 자녀에 대해 엄마에 1년, 아빠에 1년이 각각 주어집니다. 이 육아 휴직 제도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 써 보셨나요?
육아 휴직이 없었던 모성보호 제로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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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이나리 : 제가 아이를 낳던 시절엔 육아휴직이 없었고, 출산 휴가만 두 달 보장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결혼을 하면 그만두어야 하는 직장이 많았어요. 아이를 낳기는 커녕 임신을 했을 때 그만둬야 하는 직장도 많았어요. 저는 언론계에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었지만요. 출퇴근 시간이 부정확한 직장이다 보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일이었어요. 결국 부부가 기자인 집안에서는 결국 여성이 직장을 관두는 일이 많았습니다.
제도와 정책은 존재하지만, 섣불리 쓸 수는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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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송수진 : 이나리 대표님은 '모성보호 제로'인 환경에서 근무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것과는 다르게 저희 세대에서는 육아휴직 제도가 이미 있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고려대학교에도 육아휴직제도가 있고 제출해야 하는 논문을 멈추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아이 다 육아 휴직을 사용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는데요. 정책적인 제도가 있다 할지라도 개인차, 문화차가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에는 직장에 다니고 있지 않았기에 휴직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둘째 아이 때에는 구직 중 이었어요. 구직 중에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이 감점 요인이 될까봐 임신한 것을 숨긴 채 임용이 되었어요. 임신에 대해 말을 안했기 때문에 무언가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이를 1월 말에 낳고 3월, 한달 만에 출근을 시작했고요. 세번째 아이는 다행히 겨울방학 초에 태어났어요. 그래서 3월에 개강에 맞춰 다시 출근을 시작했어요.
'언니들'의 투쟁의 결과로 제도와 정책은 존재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스스로 두려워했던 것도 있고,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구요. 또 '후배 교수들이 들어올텐데 임용되고 바로 휴직한다고 하면 다음부터 여자 교수를 뽑고 싶을까?'라는 생각에 내가 좀 희생하거나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육아휴직 제도가 공공분야나 대기업에는 정착이 잘 되어 있는 것 같지만, 95%이상의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명확하게 잘 시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전문 직종이라 분류되는 교수나 변호사, 기자, 혹은 프리랜서들은 자기 이름이 곧 평판이 되기 때문에 제도가 있지만 쓰지 않고 퍼포먼스를 보이고자 하는 압박감을 받기도 합니다. 따라서 육아휴직 제도 자체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구직 중인가, 이직 중인가, 막 채용된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직종별, 분야별로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육아휴직을 오래 쓰는 것이 여성 자체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도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사측의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자가 있으면 대체인력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기 때문에 대체인력을 짜르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러니 육아휴직을 받아주기 어렵고, 그러니 이 사람은 할 수 없이 휴직이 아니라 퇴직하게 되고, 퇴직하다보니 복귀할 의사나 자신감도 사라져 결국 안돌아 오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개인차, 직종차, 문화차가 있는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과연 내가 엄마로서의 자아와 사회인으로서의 자아를 병행하고 싶을 때 육아휴직 기간을 장기간으로 가져가는 것이 여성 자체에게 유익한 일인가란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직원들은 누릴 수 있게 된 육아휴직. 하지만 여성 본인이 고용주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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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김다인 : 제 또래에게는 육아휴직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출산 전에도 조금 쉴 수 있고, 출산 후에도 쉴 수 있는 제도와 환경들을 봤기 때문에 저도 당연히 쉴 수 있겠단 생각을 막연히 해왔던 것 같아요. 제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땐, 회사에 고용된 상황이 아니라 법인 설립 서류를 낸 다음 상황이었어요. 제가 끌고 나가야 할 식구들이 생겼단 사실을 알고 난 이후에 임신 사실을 알았고, 앞으로 닥쳐올 출산과 육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가를 고민했어요. 그래도 제가 조금이라도 쉴 수 있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당연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찾아보고 상담을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은 저는 여성이더라도 제가 고용주이기 때문에 육아휴직 제도의 어떠한 지원이나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도 못받고, 제가 만약 고용주가 아니었다면 출산을 하느라 비어있는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약 1000만원 가량의 지원금도 받을 수 없었어요. 너무 부당하다고 느꼈지요. 저는 육아휴직 제도가 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개념을 떠나 '여자'가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보완하고자 존재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고용주냐 피고용주냐에 따라 제도가 적용되는지의 여부가 결정되었어요.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를 생각해봤을 때, 일반적인 회사는 대표나 운영자가 남자잖아요. 남성에게 고용되는 여성들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창업하시는 여성 분들이 많고, 결혼 후에 창업하신 분들도 저같은 일을 많이 겪게 되실 텐데, 제도가 이런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기나 사람들의 변화에 맞게 바뀌어야 할텐데요.
박연경: 일과 관련된 제도들이 고용주를 남성이라고 가정하고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육아 휴직 이후, 여성의 경력 단절이 제일 많이 일어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는 이 시기를 극복하고 복귀한 사람으로, 밀레니얼은 이 시기를 지금 겪고 있는 당사자로서 세대별로 경력 단절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분은 경력단절 이슈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경험 및 에피소드 중심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노동의 유연성,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 조직 문화, 성과 중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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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송수진 : 경력단절에 대해서는 세가지가 떠오릅니다. 먼저 경력단절 여성 분들이 5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분들이 다시 취업하실 수 있도록 경로를 열어주는 프로그램을 루트임팩트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소셜벤처의 경우 가치를 중시하니까 경력단절여성들이 재취업하는 것이 그들의 가치와 사훈에도 맞고, 경단녀들 중에서는 고경력자들이 많고 새로온 신입사원처럼 새로 트레이닝 시킬 필요가 없는 고급 인력이에요. 또 직업 윤리도 굉장히 뛰어나요. '애 키우면서 누가 나를 불러줄까? 일만 시켜주면 진짜 열심히 하리라'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것들을 연구하시고 만드는 경로를 개척하고 계세요. 저는 훌륭한 시도라 생각합니다.
조금 전 발언에서 노동의 유연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유연성을 높여주면 -즉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면- 뒤에 따라오는 여자 후배들이나 딸들이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내가 경력이 단절된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야. 내가 엄마로서 살다가 사회인으로서 삶을 병행할 수 있는 삶도 가능해. 저것봐, 재취업이 가능하잖아' 라는 분위기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가장 중요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것이 이미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사회로 돌아오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20대 청년들은 경력이 단절되긴 커녕 경력이 시작되지도 않았잖아요. 경력이 단절되지 않고 병행할 수 있도록 문제를 바꿔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27-37세대들이 경력이 단절이 될까 두려워 결혼을 미루고 있는데,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문화나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번째로는 경력 단절에 대해 딸려오는 수많은 질문들이에요. 육아휴직자와 경력단절자는 차이가 있어요. 육아 휴직자는 돌아올 직장이 있는 사람이고, 경력단절자는 육아휴가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구직 중에 임신이 되어 복귀를 포기한 사람을 말하죠. 기업에서는 육아휴직자들이 돌아왔을 때 이 사람의 고과와 성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고민을 해요. 이런 사소한 질문들이 중첩이 되어서 육아휴직 사용 여뷰나 경력단절 여부가 결정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쪼개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예를 들어 육아휴직자들이 직장에 돌아와 성과평가에 대해 고민을 하는데, 저는 우리나라에서는 면전에서 마주한 시간(in face time)을 기준으로 한 고과평가가 너무 많다고 생각을 해요.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면 아웃컴과 퍼포먼스, 즉 할 일을 했는지, 그리고 할 일을 잘 했는지를 가지고 평가를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4시에 퇴근을 해도, 주말 출근을 안 해도, 육아휴직을 했어도, 6개월의 경력단절 기간이 있더라도 전혀 상관이 없어지죠. 경력단절, 육아휴직 얘기를 하면 "난 싱글이라서 회사에 얼마나 헌신을 많이 하는데, 내가 육아휴가에서 돌아온 언니를 위해 고과를 넘겨야해?"라고 거꾸로 불만이 생기는 분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저는 마이너리티를 고려한다고 해서 이미 헌신하는 사람들을 배제한다면 지속가능한 솔루션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방금 언급한 인페이스 타임 중심이 아닌 성과 중심 평가를 실행한다면 싱글이나 아이가 없는 사람들도 불만이 없어요. 자기들에게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니까요.
현장에서 투여한 시간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굉장히 창의적이다, 논리적인 사고를 한다, 뛰어난 기획력이나 영업력을 가지고 있다 하는 건 이전 직장에서 습득한 기술일 수도 있고 삶 전반적으로 누적된 스킬일 수 있고 타고난 재능일수도 있어요. 이것이 모두 합쳐져서 퍼포먼스로 나오는 건데 단순히 직장에서의 근속년수나 휴직기간 만으로만 평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경력단절 여성이라던가 육아휴직자 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리라 생각이 듭니다.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닌 '내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느냐'로 직업 가치를 전향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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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이나리 : IMF시절에 기자들도 직장을 많이 관두게 되었어요. 어떤 선배도 그 시기에 그만두고 이후 다시 재취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선배가 했던 말이 "본인이 회사에 다니지 않을때 만났던 남자가 쌀집 아저씨, 슈퍼마켓 아저씨 밖에 없었다" 갑자기 삶의 환경과 바운더리가 달라졌더라는 얘기 였어요. 그래서 본인은 제 2의 IMF가 오더라도 절대 회사를 그만두지 않겠다란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많은 사람들이 절박하게 일과 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고자 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그것들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지금도 제도적으로는 이러저러한 솔루션이 나오고 있고 큰 기업의 경우 비교적 덜 불합리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일에 대한 인식이에요. 이제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졌잖아요? JOB을 중심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세팅하다보면 이 회사 다음에 또 다른 회사를 찾는 일 때문에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지금 사회는 많은 것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변화해 가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변화시키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이나 기업의 환경 때문에 정부의 의지와 우리의 바람을 전부 다 받아들이기에는 굉장히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을 프로젝트, 내가 잘하는 것, 성장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거대한 흐름이라고 한다면 개인 스스로도 이러한 것들을 설계해 나가야 할 거에요. 이러한 현실에 걸맞는 정책도 나와야 하겠구요. 비정규직이어도 생계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기본적인 사회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옳은 방향이지 않을까요?
두 번째는 일을 하는 방식이에요. 디지털 노마드를 구현하는 곳이 굉장히 많습니다. 설 전에 치앙마이를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들을 돌아 보며 원격 근무를 하는 전세계의 사람들을 만났어요. 한국에도 이런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많은데요. '내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성과를 내고 있는가'가 평가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시스템이 바뀐다면, 여성이 육아 때문에 출근을 못해도 데미지가 적을 것이고 남성들도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일을 바라보는 생각, 방식에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들의 변화만큼 '공감'하는 남성들이 많아지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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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김다인 : 저는 경력단절 기간이 없었어요. 아이를 낳기 전날에도, 조리원에서도 일을 했거든요. 제가 창업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창업이라는 것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경력단절 이슈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저도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경력단절여성 분들이 일을 대하는 방식에 조금 더 공감하고 이해를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회사에 있는 1분 1초가 굉장히 소중한 시간인거에요. 빨리 끝내야 아이와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가치를 아시는 분들이 회사에 왔을 때, 얼마나 몰입하고 집중해서 퍼포먼스를 내시는지 알게 되었어요. 저희 회사에서도 이번에 10년 이상 경력이 단절되었던 분을 모셨는데 너무나도 잘해주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경력 단절 문제를 다루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던 키워드가 "공감"이었어요. 제가 직접 이런 상황을 겪어보기 전까지는 다른 워킹맘이나 경력단절 여성들이 이렇게 까지 힘들 줄 몰랐거든요. 물론 저에게도 언젠가 닥쳐올 일이라 생각은 했지만 막연했던 거죠. '저 엄마는 왜 저래'란 생각을 할 때도 있었구요. 같은 여성인데도 이런데, 기성세대라던가 남성 분들은 이런 여성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더욱 어려울거잖아요? 그래서 이러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단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육아 출산이란 짐을 여전히 여자들만 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아직도 육아나 가사를 도와준다고 이야기를 하지 같이 나눠서 한다고 얘기 하지 않는데요. 사회에서 뿐만아니라 가정에서조차 공감과 위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또 다른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저희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어요. 당연히 "남자가 육아휴직을 해?"라는 질문 공세에 맞닥뜨렸죠. 속해 있는 조직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인식을 만들어 나가는 것 조차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러한 과정 끝에 결국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남편이 가사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를 깨달았다는 점이에요. 저희 둘 다 가사와 육아보다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쉽다라는 것에 100% 공감하게 되었으니까요. 이러한 공감 덕분에 제가 가사나 육아의 비율이 높아지면 그에 상응하는 공감과 위안을 가정 내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여성에게 주어져있는 짐들이 힘든 동시에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으니 남편이 다시 직장에 돌아가서 워킹맘이나 여자 분들을 만난다면 다른 남성들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또 공감할 수 있겠죠? 이처럼 여자만의 변화가 중요한게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공감하는 남성들이 생겨나고, 또 더 많아져야만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박연경: 지금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육아 휴직’과 같은 선택지를 남성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온다면 일의 문화가 바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불이익을 주지 않을까’란 논의에서 ‘어떻게 하면 더 생산성 있는 일터를 만들까’로 논의가 변경되는거죠.
‘언니’들의 다양한 경험들과 목소리들이 잘 모이기 시작하면서 여성의 모델링이 바뀌어나가면 강력한 힘이 될 것 같아요. 명쾌히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과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커리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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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세대
이나리 : 저와 다른 세대의 여성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은 경력 단절을 경험하기 전에 '일이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해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었어요. 퇴사라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가 되기도 했구요. 퇴사라는 것이 결코 즐겁고 행복한 경험은 아니지만 퇴사가 마치 유행처럼, 해보면 좋은 것처럼 이야기가 되고 있죠. 사람들이 직장 생활과 본인의 행복 사이에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자기 몰입감이 강한 여성들일 수록 회사를 다니면서 '이렇게 까지 해야 행복을 얻을 수 있는걸까' 하는 회의감도 많이 느끼는 것 같구요. 피와 살을 태워서 직장생활을 한들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전망이 보이지 않아 자꾸 뒤를 돌아보곤 합니다.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가? 일을 어떻게 할 것이며, 일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렇게 많은 것들이 흔들리는 이 시대에는 백지부터 질문을 해볼 수 있는 기회나 상황이 필요합니다.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나도 유연해지되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그리고 커리어라는 것을 직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 봅니다. 직장 중심으로 나를 세팅해나가는 것, 예를 들면 '워라벨'을 통해 직장에선 돈을 벌고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는 등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지에 대해 질문해보아야 합니다. 각 개인이 '커리어'를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보며,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월급 그 이상의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질문을 하고, 일을 그만두기 전에 이후에 펼쳐질 미래와 겹쳐지는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것들을 해나가면서 커리어를 그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모든 것을 혼자서 하기엔 굉장히 어려워요. 이런 것들을 실행해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고, 다른 곳으로 넘어갈 때 인맥, 네트워크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여성이 취약한 것 같아요. 자신이 채울 수 있는 사회적인 노력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여성들이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고, 이동하는 시기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목소리도 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어요.
엄마로서의 자아와 사회인으로서의 자아, 모두를 잡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방해하는 장벽을 무너뜨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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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세대
송수진 : 이러한 논의를 할 때 모든 사람들이 다 일하라고 하거나 모두 집에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이야기 하고 싶어요. 루트임팩트와 재취업 여성 문제를 연구하면서 읽게 된 문헌에서 여성들도 다양한 유형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논문에 따르면 일에 대한 집중도가 강한 여성(Work orientation), 가정에 대해서 지향성이 강한 여성(Family orientation), 그 두 가지가 모두 섞여 있는 여성(Work&Family Blended orientation)이 있더라구요. 부모의 영향도 크고, 개인의 생애 주기 별로 변화가 생기기도 하죠. 그것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꼈어요. 나는 엄마 뿐만아니라 가르치는 자로서의 소명도 가지고 있는데... 절망스럽고 제가 저 자신이 해석이 안되서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논문을 보면서 이러한 감정들이 많은 여성들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깨달았어요. 저희가 하는 논의들은 모든 사람들을 Work 혹은 Family Orientation으로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의 자아와 사회인으로서의 자아 모두를 소명으로 삼으려는 여성들을 방해하는 장벽들을 무너뜨려주는 것이 목적이라는 생각이 듭닌다.
육아와 일이 공존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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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
김다인 : 페이스북에서 본 인상적으로 본 사진이 있었어요. UN 회의에 엄마가 아이와 함께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울림이 컸어요. 이것은 엄마가 아이를 일터에 데려가는데 아무렇지도 않고, 또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주는 그 회의 장소가 있어야 가능한 거잖아요? 저 역시도 아기띠를 매고 클라이언트 미팅을 갔던 적이 있어요. 제가 대기업에 있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제가 제 사업을 하고 있고 이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그런 장면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논의들도 많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거부하는 인식을 개선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송수진 : 아빠의 육아휴직만이 이슈가 아니에요. 제 일상 속에서는 사방팔방에서 전화가 와요. 세 명의 담임 선생님, 방과후 선생님들, 특별활동 등등... 어느날 이건 안되겠다 생각이 들어서 큰 딸의 모든 활동에 아빠 이름으로 제출을 했어요. 방과후 활동을 여덟 개 하는데, 그 때 부터 아빠가 시시콜콜 저한테 물어보길래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했어요. 중학교 가면서부터 공부에 손을 대야 하니까 '여보, 내가 국어랑 영어 담당할테니까 당신이 수학이랑 과학 담당해. 수학, 과학 학원 보내고 싶으면 당신이 알아봐. 수학 점수가 좀 낮으니까 당신이 가르쳐'라고 얘기해요.
육아를 하다보면 이런 일들이 엄청 많아요. 엄마와 아빠가 서로 합의해야 할, 당연한 문제들이죠. "그건 아빠 몫이야. 그 날 엄마 강의있어서 아빠가 학부모 간담회 가야해." 아이도 엄마, 아빠의 분담을 이해해야 해요. 또 사회 공동체도 바뀌어야 해요.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때, 맞벌이 가정에는 어떤 임팩트가 있을까'하는 고민을 늘 해야하죠. 예를 들면, 학부모 간담회나 공동 수업은 항상 오전 10시 반에 해요. 부모가 항상 못가면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요? 그런 일 때문에 엄마들이 때려치게 되요. 미국에서는 학부모 간담회를 저녁 7시 반에 해요. 아이 공청회도 오후 늦은 시간에 하구요. 밤에 하거나 토요일에 할 수도 있겠죠. 주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이 조금씩 생각하면서, 엄마가 집에 있는 것이 일반적인 게 아니라 일하는 엄마가 표준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김다인 대표님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셔서 문화센터에 프로그램 등록을 하러 갔는데 강좌 이름이 "엄마랑 아가랑"이었대요. 같이 간 사람은 아빠였는데요. 아빠여서 민망하셨대요. 그런 것도 바꿀 수 있는 거잖아요.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상처 받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거라 생각해요.
박연경: "엄마랑 아가랑"처럼 자연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조금씩 민감하게 바라보고 생각하면 변화의 단초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fin.
작성 | 루트임팩트 정다현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