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_[스페셜 스피치] 아동/청소년기의 젠더 발달
여성의 배움 |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이보라
루트임팩트는 여성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2018년 3월 10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를 열어 여러 체인지메이커와 함께 여성의 일과 삶, 배움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삶 속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학습이 일의 선택과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성별을 떠나, 보다 통합적 관점으로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경력단절, 성평등 격차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 루트임팩트는 즉각적 혹은 단편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인지메이커의 지속 가능한 여정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글로 담아 공유합니다.
우리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학습하기도 전에 학교 안팎에서 고정화된 성 역할을 학습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편견이 형성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무감각 해지기도 합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일지, 그리고 여자다움, 남자다움을 넘어서 나 답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은 무엇일지 이번 강연을 통해 나누겠습니다.
이보라 교수님께서는 진로를 고민하다가 진로를 연구하게 되셨다고 전하셨습니다. 아동 청소년기의 젠더 발달을 주제로 진행하셨던 리서치 결과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 주실 예정입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20분간의 스페셜 스피치가 모두 궁금하시다면 (클릭/Youtube)
직업 성차를 연구하는 발달 학자
저는 발달 학자입니다. 발달학을 공부하고 그중에서도 진로 발달을 공부했습니다. 제가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된 계기, 제게 있었던 가장 큰 질문은 "제 주변에 있는 저보다 훨씬 뛰어나고 우수한 여성들이 너무 좋은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두는 것" 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의 공식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었습니다. '능력도 충분하고, 내가 보기엔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어 보이는 데 왜 그만둘까?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일을 하는데.' 그 궁금증 때문에 박사과정을 밟았고, 지금까지도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공부하다 보니 한 순간의 계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쌓아왔던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나 성역할에 대한 태도, 자라면서 부모님 혹은 선생님께 들었던 말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가장 관심 있게 하고 있는 연구는 '직업선택의 성차'입니다.
직업 세계를 보시면 Gender divide, 즉 성별로 분리되어 있는 현상을 목격하실 수 있습니다. 하나는 horizontal, 이를 횡적으로 분리되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성/남성들이 분포하여 있는 직종이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간호사는 90% 이상이 여성이고, 건설이나 항공 우주학을 보면 남성이 대부분입니다. 직종별로 봐도 성별로 분리되어 있는 현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 위로 보았을 때, 위계로 보았을 때도 많이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볼 때, 고려대학교 교육학 학부생의 75%가 여성입니다. 여성 교수의 비율은 어떨까요? 17명 중에 3명이고 18% 정도입니다. 리더십의 교수의 여성 비율은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이는 정치인이나 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직업 선택의 성차를 발달적 관점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흥미나 가치관이 발달하면서 직업 선택을 하게 되거든요. '어릴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기에 우리가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하는 것을 연구하는 직종입니다.
어릴 때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언제부터 차이가 날까요? 발달 학자들은 '태내부터'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수정된 순간부터 죽기 전까지 발달을 합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남자냐 여자냐, 생물학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사회학적으로도 벌써 다릅니다. "딸이에요, 아들이에요?" 물어보고나면 그때부터 인터렉션이 달라집니다. '딸이면 이러이러한 옷을 준비하셨나요? 아들이면 어떻게 키우실 건가요?'란 질문을 하고,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이름도 달리 짓고 방의 색깔이나 벽지 색도 다릅니다.어릴 때부터 여성으로, 남성으로 사회화가 되고 있습니다.
좀 더 자라면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기 시작합니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 발간한 <2016년 캐릭터 산업백서> 를 참고해 봤는데요. 남아 완구 베스트 1,2,3입니다. K캅스, 메가드레곤, 터닝메카드 이게 남아 완구 베스트였고요. 시크릿 셀카폰, 공주시계, 프리파라 스티커가 여아 완구 베스트였습니다. 이것이 실제 완구 판매율을 반영한 건지는 모릅니다. 여아, 남아로 나누어 수치를 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여자 아이들이 이것만 가지고 논다, 남자아이들이 터닝 메카드만 가지고 논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전체 매출을 보니 오히려 터닝 매카드, 또봇 등이 더 인기가 많기도 했어요. 그 말은 어떤 지점에서 보면 여아들도 요즘은 로보트, 자동차 좋아합니다는 것을 뜻하겠죠. 하지만 반대로 남자아이들은 인형을 가지고 놀거나 스티커를 가지고 놀면 놀림을 받거나 부모들도 오히려 겁내 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새는 부모들이 젠더 감수성 있으니까 여학생들이 자동차 가지고 놀면 "우리 애는 양성 평등 적으로 키우겠어"라고 얘기하죠. 오히려 그런 면에서 남자아이들은 다르게 대우를 받고 있죠.
세번째 그림은 2012년에 스웨덴에서 났던 기사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일찌감치부터 평등하게 키우기 위해 장난감 카탈로그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여자아이가 총도 가지고 놀고, 남자아이가 인형 가지고 노는 사진을 실어서 특정 성에 고정된 것이 아니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보여주려 시도하고 있어요.
여자아이 vs 남자아이, 타고난 차이일까?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를 키워보신 분들은 "키워보니 원래부터 다른 것 같다. 여자 아이들은 핑크색이나 인형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습니다. '선천성 부신 증식증'이라 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아동들이 있어요. 큰 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현상을 지닌 증상인데요. 안드로겐이라는 호르몬 이는 흔히 남성 호르몬이라 말하는데, 남성의 신체적 특성(수염이 나는 것과 같은)들과 관련이 많습니다. 선천성 부신 증식증을 가진 여아의 경우에는 외부 생식기가 조금 도드라져 보인다던가 모호하게 생긴 경우가 많고, 일반 여아보다는 안드로겐 수치가 조금 높습니다. 그 수치는 남자아이들만큼 높지는 않고 그 중간쯤 되는 수치를 가집니다. 선천성 부신 증식증을 가진 아이들과 일반 여자아이들, 남자아이들을 비교해 보니 안드로겐 수치가 높은 여아들이 실제로 트럭을 가지고 노는 등 소위 말하는 남아 완구들을 가지고 노는 것을 일반 여아보다는 선호를 했어요. 직종의 차이에 있어서 보통 여성들이 많이 분포한 직업을 'Social', '사회형 직업'이라 하고 남성들이 많이 분포한 직업을 'Realistic'이라 하여 '현실형 직업'이라고 해요. 물건을 많이 만진다던지, 기계를 다루는 직업, 물건을 다루는 직업을 말하는데 실제로 이런 직업에 대한 관심도 안드로겐 수치가 높으면 좀 많았다는 거죠.
어느 정도 생물학적 차이도 있긴 하지만, 사회/문화적 차이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렇다고 해서 이 여학생들이 일반 남학생만큼 흔히 말하는 남아 완구나 현실형 직업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이 여자 아이들은 안드로겐 수치가 높긴 하지만, 부모들이 이 아이를 여자 아이로 키우거든요. 이에 대해 학자들은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희석되었을 것이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집과 학교에서의 사회화
자, 아이들이 집에서 어떻게 길러지나요? 아이들은 성인 세계를 집에서 1차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의 가사분담에서 벌써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니 여성과 남성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의 차이가 약 5배 가량 납니다. 여성들이 훨씬 더 많이 하는 거죠. 어머니가 집안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 아버지는 안 하시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건가?"하고 무의식적으로 학습을 하게 되죠.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도 그렇습니다. 미국의 연구결과입니다. 남자 아이만 있는 집, 여자 아이만 있는 집,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있는 집을 비교를 하게 되면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같이 키울 때 훨씬 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키운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 어떻게 대하냐에 따라 사회화가 되고 성역할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어떨까요? 수업시간에. 체육시간에 '여자들은 여기서 쉬고 있어, 응원해'라고 말하거나, 혹은 고무줄 넘기와 같이 여자를 위한 따로 종목을 만듭니다. 남자들은 체력을 요하는 축구를 하라고 하고. 분리를 하는 거죠. 여자아이들 중에도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있고, 남자아이들 중에도 고무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요. 수학/과학의 경우에도 남자아이들이 잘한다는 편견이 있어요. 교사들조차도 남자아이가 수학을 잘하면 "잘한다!"라고 해주는데, 여자아이들에게는 칭찬을 많이 안 해준대요. 교사들도 머릿속으로 수학/과학은 남성을 위한 과목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훨씬 강화를 많이 해주고, 여자아이들은 덜 해준다는 거죠. 이런 것들이 이공계 직업을 선택함에 있어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진로에서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진로상담에 대해서도 연구를 하게 되는데,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진로 상담을 할 때 어떤 말을 하냐면, "여자에게는 교사가 참 좋은 직업이야. 남자니까 교사는 좀 별로지 않겠니?"란 말씀을 하세요. 이런 것들도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매일매일 교과서를 보고 자라죠. 한국에서 이 연구가 활발합니다. 교과서 보시면 삽화가 나오는데, 삽화를 분석해보니 가사 활동은 주로 여성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요즘에는 시대적 흐름 때문에 직업군의 다양성, 빈도 측면에서 많이 증가를 했다고 합니다. 성인지 교육, 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니 교과서를 출판하는 출판사들도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는 거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간호 직업은 여성으로 그려지죠. 또다른 예로 유명 과학자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아인슈타인을 떠올립니다. 여성 과학자 누가 있을까 얘기하면 그제서야 퀴리 부인, 제인 구달 정도를 이야기합니다.
어느날 조카를 데리고 키자니아에 갔습니다. 다른 것들은 성인들의 직업세계와는 달리 의외로 골고루 있었어요. 소방관이나 경찰관도 여자아이들도 흥미로워하는데, 한 직업군에서 큰 실망을 했어요. 한 항공사에서 운영하는 비행기 체험 센터가 있는데요. 여학생들은 다 승무원으로 가고 남학생들은 다 기장 쪽으로 갔어요.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혹시 남자만 들어올 수 있게 했나요?" 그건 아니라는 거죠. 아이들이 실제로 그런 것을 좋아할 수 있고, 또래 심리라는 게 있어 친구가 가니까 가는 것도 있기도 합니다. 진로 선택도 생각보다 이러한 것들이 많이 작용합니다.
이런 게 왜 중요할까요? "타고난 것 아니겠어요? 혹은 개인이 좋아해서 가는 거겠죠." 물론 그런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위험한 이유를 "고정관념 위협"이라는 교육학에서 굉장히 유명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두 반을 나누고 똑같은 수학 문제를 줍니다. 한 반에는 수학 문제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다른 반에는 딱 한 문장을 추가합니다. "보통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이 수학 문제를 못 푼다고 합니다."이말을 넣으면 실제로 수학 문제만 설명한 반은 수행능력에서 차이가 없는데,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반의 경우 여성들의 수행능력이 실제로 떨어진다는 거죠. 이처럼 교과서에서 보는 것들과 부모님이 해주는 말들이 고정관념이 되어 버리면 잠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발휘를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남자는 뛰어나다?
작년 2017년 사이언스지에 나왔던 논문이 굉장히 흥미로운데요.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결과이긴 하지만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5세, 6세,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뛰어나다(Brilliant)"란 단어를 인지할 때, 그 단어를 수식하는 성별이 '남자'라는 도식화가 어느 정도 시기에 발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였습니다.
5세에는 "Brilliant" 한 것이 남자도 그럴 수 있고, 여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6세부터 고정관념화가 시작 됩니다. "남자들이 brilliant 하다." 연구자들이 더 깊이 파 봤어요. 실제로 학교에서 남자들이 더 잘해서, 남자들이 뛰어나다란 도식을 갖는가 봤더니 그것도 아니라는 거죠. 평가를 해보면 여자들이 더 성적이 뛰어난 건 알고 있어요. 그런데 'brilliant'한 건 남자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죠.
또 실험을 했어요. 게임을 주되 한 게임에 대해서는 "이건 똑똑한 애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야"라고 이야기하고 두 번째 게임에서는 "이건 열심히 노력하는 애들이 좋아하는 게임이야"라고 했어요. 똑같이 6세, 7세 여아들의 경우에는 "노력하는"게임을 선호한다는 거예요. 그 말은 여성들이 이미 6세, 7세 정도가 되면 나는 똑똑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어 란 도식을 갖게 된다는 거죠. 얼마나 무서운지 사이언스 논문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나아가야 할 방향
성인지 교육은 인권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진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원하는 건 누구나 자기가 원하면 할 수 있는 사회예요. 그게 젠더나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 내가 가지고 있는 가정환경에 구애를 덜 받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어른인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하는 말, 우리가 하는 생각이 아이들에게 전파가 되거든요. 아동청소년 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교육도 중요하고, 부모가 아닌 성인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정, 학교, 그리고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양한 각도로 개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가 자칫 남자와 여자의 싸움이 될까 봐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문제가 '개인차'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 장애인 비장애인, 소수자와 다수자,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fin.
작성 | 루트임팩트 정다현 매니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