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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임팩트 Jun 21. 2018

2회_Opening Remarks

루트임팩트 허재형 CEO

루트임팩트는 여성의 날 주간을 맞이하여, 2018년 3월 10일 헤이그라운드에서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 <시간을 달리는 소녀: 사라진 여성들을 찾아서>를 열어 여러 체인지메이커와 함께 여성의 일과 삶, 배움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일상의 삶 속 성역할에 대한 무의식적인 학습이 일의 선택과 지속에 영향을 줍니다. 성별을 떠나, 보다 통합적 관점으로 여성의 일과 삶, 배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미투, 경력단절, 성평등 격차 등의 이슈가 부각되고 다양한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 루트임팩트는 즉각적 혹은 단편적 대안의 제시보다는 조금 불편한 이야기를 통해 모두에게 유의미한 질문이 만들어 지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체인지메이커의 지속가능한 여정에 힘을 싣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제 2회 체인지메이커 컨퍼런스를 글로 담아 공유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15분 간의 오프닝이 모두 궁금하시다면 (클릭/Youtube)




 우선 저희가 왜 여성의 일과 삶, 그리고 배움이라는 주제로 이번 컨퍼런스를 열게 되었는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루트임팩트는 지난 해 부터 이 젠더 이슈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다양성위원회라고 부르는 '여성위원회'가 작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졌고, 좋은 기회가 닿아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계신 여성분들의 커리어 개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토의를 거듭하면 할수록, 그리고 조사와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 문제가 조금도 단순하지 않음을 깨닫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정말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조금은 겁도 났습니다. 하지만 다소의 두려움은 뒤로 하고서, 이 문제를 둘러싼 총체적인 그림을 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또 다양한 측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섣불리 단편적인 솔루션을 내기보다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저희 혼자서가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컨퍼런스는, 앞서 사회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성급히 해결방법을 찾기 보다는 깊이 공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정답을 바로 찾으려 하기보다는 이 문제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이해하고, 우리 모두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며 균형잡힌 시각을 갖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들어오면서 여러가지 에코백과 컵 등을 받으시면서 눈치채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를 준비하면서 저희가 준비한 시각적 모티프는 '별'입니다. 다음은 1911년 <세이토>라는 잡지의 창간사 중 일부입니다. 여성을 '타인에 의존하여 살고, 타인의 빛에 의해 빛나는 달'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겠죠. 현 시대에 우리가 다시 이 표현을 수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제 우리가 다시 여성을 태양과 같이, '별'이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합니다. 별은 스스로 빛을 냅니다 . 그리고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때에 따라 자신을 드러내기도, 사라지기도 합니다. 또 혼자서 뿐만 아니라 여럿이 모여 별자리를 이루고, 그것이 또 다른 이를 위해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합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께서 별처럼 스스로 반짝반짝 빛나시기를,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시기를 바라는 저희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연이어 접하게 되는 성폭력 사건들이 몹시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용기내어 고백해주신 많은 분들로 인해 시작된 #MeToo, #WithYou운동이 반갑기도 합니다. 또 예전과는 다르게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초점을 두고 조명하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더 드러나야 할 것은 앞으로 더 드러나야겠지요. 사회 전반적으로 이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부 사람들의 폭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조치와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도 생깁니다. 그리고 나아가, 이제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설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칫 #MeToo, #WithYou 운동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방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원치 않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기존 남성 중심의 조직, 그리고 문화에서 여성이 아예 배제되는 상황이나 더욱 차별적인 상황으로 흘러간다든지,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여/남 사이의 갈등과 혐오가 더욱 깊어진다든지 말이죠. 실제로 우리는, 남성들 사이에서 펜스룰이라고 불리는 행동들이 나타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직장에서는 유리천장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사회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 그리고 나아가 혐오까지 더욱 커질 가능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결코 단순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젠더감수성 또는 젠더렌즈라는 표현, 들어보신 분들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저는 지난 해 저희 회사에서 처음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첫 회의에 참석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그날 여성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뭇 충격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제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못한 지점에서 동료들은 여성 혹은 엄마라는 이유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그 중 하나는 '회식'이었는데요- 여러가지 이유로 남성 동료들에 비해 여성 동료들은 늦은 시각까지 남아있지 못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늦게까지 이어지는 회식 자리에서 오고갈 수 있는 회사 이야기, 일 이야기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불안했던 것이죠. 제 마음과 의지와는 다르게, 제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우리 회사 안에서 불평등의 가능성을 제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지난 해 참석했던 한 컨퍼런스의 장면이 기억납니다. 예년 같았으면 전혀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상황이 그날따라 유독 눈에 거슬렸습니다. 바로 한 세션에서의 패널 구성이었는데요, 패널 4명과 모더레이터 1명이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그 컨퍼런스의 참석자 중 30- 40%가 여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양성 측면에서 분명 그 세션은 전체를 대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당시 옆에 있던 여성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분께서는 제가 비로소 젠더 렌즈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이처럼 의식하는 것이 곧 시작이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리가 오늘 나누게 될 이야기가 단지 여성에 대한, 또 여성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아니어야겠구요. 권력과 부를 더 가진 사람/또 그렇지 않은 사람. 다수에 속하는 사람/또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아가서, 우리 사회의 평등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이고 각자의 자기다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929년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매년 500파운드가 필요합니다. 또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 둘 것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께서 읽어보신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올해가 2018년이죠. 어느덧 1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만약 그녀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면, 지금 이 시대 그리고 우리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리고 2018년 작품 '자기만의 방'을 그녀가 직접 다시 쓴다면 그녀는 무엇이라고 적을까요? 오늘 저는 버지니아 울프의 질문과 상상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고 앞으로 가정, 직장, 그리고 학교에서 어떻게 다르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인지 계획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좋은 말씀을 나누어주실 연사분들과 패널분들, 그리고 오늘 행사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곳곳에서 도움을 주실 자원봉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수 개월간 신나게, 때로는 엄청 스트레스 받으면서 준비해 온 저희 팀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우리 시대의 모든 여성분들께 미안함과,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물론 컨퍼런스의 주제가 진지하고, 저 역시 진지하게 시작했지만- 우리가 하루종일 진지하기만 할 필요는 없겠죠? 이어질 연사분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시고, 옆에 계신 참가자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컨퍼런스를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제부터 잠 좀 깨고, 컨퍼런스를 즐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fin.



작성 ㅣ루트임팩트 권용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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